봄을 기다리는 설레임
봄이 오는 소리가 들린다.
자전거를 타거나 걷거나 산에 오르거나 하면 옷 사이로 들어오는 바람을 느끼면서 봄이 오는 소리를 들을 것이다.
아직 새싹은 대지를 뚫고 나오지 않았지만 바람이 없는 양지바른 언덕이나 남녘에는 스멀스멀 어린 싹들이 기지개를 켜고 있는 것이 보일 것이다.
지난 겨울은 춥지 않았다는 것이 모두의 생각이다. 눈도 별로 오시질 않았다. 눈이 오는 둥 마는 둥 비로 변했고 내린 눈도 쌓이지 않았다. 겨울의 낭만은 찾아보기 어려운 날씨였다.
겨울에 눈이 없으면 무슨 맛일까?
어린 시절 눈은 마음을 들뜨게 하는 마력이 있었다.
새벽에 온세상에 쌓이 눈을 보면서 얼마나 기분이 좋았는지 모른다. 빗자루를 들고 마당을 쓸었다. 이웃집 길목까지 약속한 듯이 서로 눈을 쓸어 길을 내었다. 눈이 많이 내리면 넉가래를 들고 마당을 반복적으로 왔다갔다하면서 쌓이 눈을 치웠다. 10분만 눈을 쓸어도 이마에서는 송글송글 땀이 맺혔다.
동네 아이들이 모여서는 너나 할거없이 눈싸움을 즐겼다. 눈을 딱딱하게 뭉쳐 서로에게 공격을 했지만 생각처럼 눈은 상대를 맞추기 어려웠다. 그래도 혹시나 맞히면 기분이 좋았다. 누가 던진 눈뭉치에 맞아 얼굴이 벌겋게 멍이 들기도 했지만 눈싸움은 말그대로 싸움이 아니라 즐겁고 신나는 놀이일 뿐이었다.
눈쌓인 산에 올라 토끼를 잡겠다고 시도를 했지만 한 번도 토끼를 잡지는 못했다. 그래도 토끼 발자국을 발견하거나 나무사이로 뛰는 토기를 보고는 꼭 잡고 말거 같다는 희망을 품었다.
서울에 살다보니 눈은 골칫거리에 불과했다. 눈 내린 풍경을 즐기는 것도 잠시였다. 비탈길마다 염화칼슘이 촘촘하게 뿌려져 있어야 하는 이유는 분명했다. 미끄러워 넘어지거나 눈길 사고가 나면 안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눈이 별로 안 내린 지난 겨울은 그나마 걱정거리가 적은 겨울이었다. 누구나 살면서 걱정거리가 한두 가지가 아니지만 겨울에 내리는 하얀 눈은 이제 모두의 걱정거리가 된 것이다.
겨울은 가난한 사람들에게 특히 힘든 계절이라는 말이 있다. 다 그렇지는 않겠지만 가난한 사람들이 겨울을 싫어할 이유가 있다. 난방비가 버겁기 때문이고 움직임도 겨울에 더욱 힘들다. 돈 때문이기 하지만 마음도 덩달아 움츠러들게 된다. 덜 추웠던 지난 겨울은 그래서 가난한 이들에게는 얄밉지 않은 겨울이었을 거라는 생각도 문득 든다.
오늘이 2월 25일이니 곧 있으면 3월이다.
따뜻한 봄이 더욱 기다려진다.
봄은 두꺼운 점퍼를 안 입어도 되고 특히, 오토바이 타기에 괜찮은 계절이기 때문이다.
오토바이를 타본 사람은 알 것이다. 겨울 바람이 얼마나 매섭고 날카로운지를.
달리는 속도만큼 겨울 찬 바람은 작은 옷 틈으로 비집고 들어와서는 몸을 꽁꽁 얼리는 힘이 있다.
그래서 겨울에 오토바이 타는 것을 즐기는 사람은 별로 보지 못했다.
언제부터인가 바람이 점점 부드러워지기 시작했다. 기분이 마냥 상쾌해졌다.
예전에도 봄을 기다렸지만 올해는 더욱 봄이 기다려진다.
얼마 전부터 오토바이를 동네에서 주요 이동수단으로 이용하고 있는 내게는 그렇다.
나만 그럴까? 다들 그럴까?
봄이란 말은 ‘희망’이라는 말이기도 하고 ‘기다림’이라는 말이기도 하다.
그래서 봄을 기다리는 일은 설레는 일이다.
(2019.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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