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학은 설립자의 재산? 법 공부 좀 하시라
사학은 설립자의 재산? 법 공부 좀 하시라
정원/ 인권연대 운영위원(변호사)
법대를 다녔던 대학시절 2학년 1학기 ‘민법총칙’이라는 과목의 중간고사 문제였다. 민법에 따르면 사람(自然人)과 법인만 권리와 의무의 주체가 된다. 고양이는 사람도 법인도 아니므로 재산을 소유할 수 없다. 고양이에게 직접 재산을 물려줄 수는 없는 것이다. 그렇다면 甲의 재산이 고양이에게 실질적으로 귀속될 수 있도록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애묘가(愛猫家)로 유명한 ‘을’에게 재산을 증여하면서 고양이를 부탁하면 될까? 하지만 을의 마음이 변한다면 고양이의 앞날을 기약할 수 없다. 비교적 현실성 있는 대안은 갑의 재산을 출연해 고양이를 위한 재단법인을 설립하는 것이다. 이처럼 재단법인을 설립하면 갑의 재산은 그와 분리되어 별도의 법인격을 부여받게 된다. 이 정도를 쓰면 대체로 맞는 답안이었던 것 같다. 그런데 최근 신문을 보면서 갑의 고양이가 잘 지내고 있는지 궁금해졌다. ‘무능한 민주화인사’나 ‘퇴물 좌파교수’들이 사학법인을 장악하여 사유재산권을 침해하고 있다는 주장이 사립학교법 재개정과 맞물려 신문지상을 장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주장이 공공연하게 나올 수 있는 것은 우리 사회가 법인의 본질과 기능을 오해하고 있다는 반증이다.
설립자의 의사는 재단법인의 정관에 기재되어 법인의 목적과 활동범위를 규정할 뿐, 설립 이후 법인은 설립자 개인과 분리되어 별도의 법적 주체로서 정관 및 법령에 규율에 따라 운영되는 것이다. 이처럼 법인이 설립자와 분리되는 이상 법인과 관련해 설립자의 사유재산침해는 문제될 수 없음에도 일부 사학재단 운영자는 사유재산권 침해를 주장한다. 그들은 다음의 예를 들면서 임시이사제도의 폐해를 이야기한다. 현행 사립학교법에 따르면 기독교사학법인에 임시이사들이 파견되어 불교사학법인으로 학교체제를 바꿀 수도 있다고. 과연 그럴 수 있을까? 이와 같은 변경은 정관의 중대한 변경으로서 교육부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교육부가 감독권한을 적절히 행사함으로써 충분히 해결할 수 있는 문제다. 끝으로 다음 문제를 풀어보면 여러분들이 법인에 대해서 얼마나 이해하였는지 확인할 수 있다.
Q2. 독실한 A종교의 신자인 ‘병’은 A종교에 바탕을 둔 교육이념을 펼치기 위해 학교법인을 설립하여 운영 중이다.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병은 종교적 대각성을 한 후 전격 B종교로 개종하였다. 병은 위 학교법인을 B종교 교육을 위한 학교법인으로 변경하여 운영하려고 한다. 법률상 허용되는가?
<인권연대 발자국 통신에서 퍼왔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