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은희망이다/대학입시
강남 학원가엔 지금 불법 SAT과외 극성
보리아빠 이원영
2007. 5. 28. 12:20
강남 학원가엔 지금 불법 SAT과외 극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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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2007-05-28 08:42] |
美 조기유학 고교생들 방학 맞아 너도나도 U턴 10주 과정에 1000만원 전화 접수는 안받고 현금으로만 등록 요구 등록 취소된 학원이 이름 바꿔 영업하기도
미국의 대입 수학능력시험인 ‘SAT’를 준비하기 위해 국내로 쏟아져 들어오는 한국 조기유학생들을 상대로 한 불법 학원이 판치고 있다. 5월 말~6월 초 시작되는 미국 고교들의 여름방학에 맞춰 귀국하는 조기유학생들이 서울 지역 학원에서 방학 석 달간 지불하는 비용은 10주 과정에 1000만원이 넘는 경우도 많다. 특히 당국이 허용한 학원비를 수십 배 넘게 받아오다 적발돼 학원 등록이 취소된 뒤에도 ‘○○ SAT 컨설팅’ 혹은 ‘○○ 유학원’으로 이름을 바꿔 버젓이 영업하는 곳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학원비 1000만원 현금으로 내라”
서울 대치동의 모 어학원은 고액 SAT 학원으로 학부모들 사이에 정평이 나 있다. 학원으로도 등록돼 있지 않은 이 어학원은 전화 접수가 아예 불가능하다. 어느 학부모의 소개인지 명확히 밝히고 별도로 약속을 잡아서 원장을 면담한 뒤에야 수강접수를 할 수 있다. 이 학원의 수강료는 10주 과정에 1000만원. 25일 만난 한 학부모는 “수강료 전액을 한꺼번에 현금으로 은행 영업 시간 중에 가져오라고 요구해 황당했지만 어쩔 수 없었다”고 말했다.
SAT 학원은 지역교육청에 학원으로 등록한 뒤 강사들의 학력증명서도 제출하고 관할 교육청에 수강료도 신고해야 한다. 하지만 이 어학원은 지방자치단체에 사업자등록만 해 놓고 교육청의 관리 감독을 받지 않으면서도 학원으로 영업하고 있다. 강남의 한 학원 관계자는 “겉으로는 ‘컨설팅’이라는 이름을 달고 있으면서도 사무실 한쪽에 교실을 만들고 소수 정예 그룹과외를 시키는 곳이 강남에 많이 생겼다”고 전했다.
규모가 큰 정식 어학원들의 경우 학원비를 대외적으로 공개하고 있지만, 소규모로 운영하면서 고액 학원비를 받고 있는 정식 학원들도 적지 않다. 서울 신사동의 한 어학원은 SAT 수학반을 운영하면서 역시 10주 과정에 최소 1000만원을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과정은 한 달 전에 이미 신청이 마감됐다.
작년 8월 서울시교육청은 두 달 코스인 SAT 강좌 수강료로 600만원을 받은 강남 P학원을 적발했다. 서울시교육청측은 “이런 학원들이 워낙 비밀스럽게 운영되기 때문에 제보가 없으면 적발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실제로 올 들어 고액 학원 단속 실적은 전무한 형편이다.
◆해마다 늘어나는 조기유학생 덕에 성업
한 유명 SAT 학원 상담실장은 “SAT를 준비하기 위해 귀국하는 학생 규모가 작년에는 1만5000명에 이르렀으나 올해는 좀 더 늘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대한항공에 따르면 이달 26일부터 다음달 4일까지 유학생들이 많이 있는 LA와 뉴욕에서 한국으로 들어오는 항공기 예약률은 99%에 달했다. 같은 기간 미주 노선 전체 예약률은 95%다. 그만큼 귀국하는 한국 유학생들이 많은 것으로 추정된다.
이런 ‘열기’를 반영하듯 국내 유명 SAT 학원들의 등록마감은 지난 4월에 대부분 끝났다고 한다. 한 학원장은 “작년에는 10여개 어학원이 호텔에서 SAT 설명회를 열었으나 올해는 설명회가 그리 많지 않다”고 말했다. 설명회를 열지 않아도 학생들이 알아서 어학원에 찾아오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S학원 원장은 “SAT시험은 문제은행식으로 출제되기 때문에 집중훈련을 통해 고득점이 가능해 학생들이 몰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자녀를 고액학원에 보내는 학부모들은 단기 속성으로 SAT 준비를 할 수 있는 학원이 미국에 없다는 점을 이유로 들었다. 딸을 중3 때 조기 유학 보내 올해 미국 대학에 입학시킨 Y(여·50)씨는 3년간 딸을 방학마다 한국으로 불러들여 SAT 학원에서 3000만원 이상을 썼다고 말했다.
[정혜진 기자 hji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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