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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 때문에 총선표 다 날아간다" 한나라 '한숨'

보리아빠 이원영 2008. 1. 31. 10:17

"영어 때문에 총선표 다 날아간다" 한나라 '한숨'

인수위의 영어 공교육 강화 방안에 불만 "서민층 소외감 커… 총선표 다 날아간다"
30일 오전 7시30분 대통령직 인수위 간사단회의 시간이 다 됐는데도 절반 가량이 지각하자 백성운 행정실장이 "오늘 영어로 회의하는 줄 알고 빠졌나 보네"라고 말했다. 진수희(정무분과) 간사가 "그럼 나는 나가야겠네"라고 하자, 김형오 부위원장도 "나도 일어나야 돼"라고 맞장구를 쳤다. 웃으면서 한 얘기들이었지만 그냥 농담은 아니었다.

마침 영어에 능통한 박진(외교통일안보분과) 간사가 회의장에 들어서자, 인수위원들은 "박 의원만 남고 다 (회의장에서) 나가야 하는 것 아니냐" "영어로 강의할 수 있는 분이 왔다"고 한마디씩 했다. "저도 테솔(Tesol·비영어권 학생들에게 영어를 가르칠 수 있는 자격증) 자격증이 없어서요." 박 간사의 말에 인수위원들은 크게 웃었다.


30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앞에서 학부모 시민단체의 한 회원이 영어 공교육 공청회장에 입장하려다 경찰의 제지를 받자 항의하고 있다. /조인원 기자 join1@chosun.com


대통령직 인수위에서 추진 중인 '영어 공교육 강화 방안'을 두고, 내부에서조차 '영어 울렁증'이 적잖음을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인수위는 이날 여론수렴을 위한 공청회까지 열었지만, 한나라당 내부에서도 불만의 목소리는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이한구 정책위의장은 본지 기자와의 전화 통화에서 "전체 과목을 영어로 교육한다는 '영어 몰입교육'은 말도 안 되고, 영어로 교육할 교사도 준비가 안 돼 쉽지 않다"며 "인수위가 너무 보여주려는 식의 정책을 발표하는 데 대해 의원들이 많은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의장은 "인수위가 확실한 검토도 없이 발표하는 데 주의를 주겠다"고 밝혔다.

자칫 이번 영어 교육 정책 때문에 4월 총선에서 '표'를 잃을지도 모른다는 내부의 위기감도 이런 목소리에 한몫 하고 있다.

이명박 당선자측 핵심 관계자는 "벌써부터 영어교육 갖고 저러다 총선에서 표 다 날아간다"고 강한 불만을 제기했다. 이경숙 위원장이 "'기러기아빠'와 '펭귄아빠'를 없애겠다"며 강한 의지를 갖고 추진하는 정책이라는 데 대해서도 이 관계자는 "그런다고 (쉽게) 되나"면서 "잘못돼 간다"고 말했다. 영어 교육 정책에 대한 서민층의 소외감과 불안감을 감안하면 총선에서 도움이 안 된다는 것이다.

이런 분위기를 의식한 듯, 인수위 이동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을 통해 "필요하면 (정책에) 반대하는 단체 대표들과도 만나서 의견을 듣겠다는 게 이 위원장의 뜻"이라며 "앞으로 영어교육과 관련해서 다양한 의견을 반영할 것"이라고 했다.


30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대통령인수위원회 앞에서 문화연대,참여연대 등 시민단체 회원들이 50명 규모로 이루어진 영어공교육 공청회에 대한 규탄 시위를 열었습니다. /조인원 기자


[박란희 기자 rhpark@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