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은희망이다/교육비리

<인터뷰>김부겸 위원장 "공정택, 상임위 차원 '고발' 검토중"

보리아빠 이원영 2008. 11. 18. 11:23

<인터뷰>김부겸 위원장 "공정택, 상임위 차원 '고발' 검토중"

【서울=뉴시스】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장을 맡고 있는 민주당 김부겸 의원은 16일 공정택 서울시 교육감의 국회 증인 불출석과 관련, "국회를 우습게 만든 것에 대해 반드시 책임을 물어야 한다. (상임위 차원의) 고발까지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 의원은 이날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장실에서 가진 뉴시스와의 인터뷰에서 "교육수장으로서 (증인 불출석) 행위 자체가 국회를 모독하는 것이다. 저희 위원회 이름으로 (고발) 조치가 가능할 것 같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공 교육감의 청문회를 둘러싼 여야의 대립으로 예산안 심의가 제대로 되겠느냐는 우려에 대해서는 "다음 주 중에는 풀릴 것 같다. 정말 안 되면 내가 직권으로라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명박 정권의 교육정책에 대해 "부모의 재력이 아이들 운명을 결정한다. 이런 사회가 어디 있냐"며 "미래 세대에 죄를 짓는 것이다. 이런 문제를 가볍게 생각하는데 대단히 실망스럽다"고 평가했다.

그는 교과부의 역사교과서에 대한 수정권고안 제시와 관련, "한 마디로 우습기 짝이 없는 짓"이라며 "문맥 전체와 관계없이 문장 한두 개 끊으면서 '이 책은 좌파다', '불량한 시각에서 쓰였다'고 단정하고 집필자한테 고치라고 하고 발행도 못하게 하는 것은 파쇼국가에서나 하는 짓"이라고 비난했다.

김 의원은 서울대의 본고사 부활 및 독자적 법인화 논란에 대해서는 "최소한도 초중등 교육이 정상적으로 돌아가는데 서울대가 해야 할 도리가 있다"며 "몇몇 사립대와 같이 자신의 이기심에 빠져서 조금 더 똑똑한 아이, 조금 더 사교육을 많이 받아 성적이 좋은 사람을 뽑겠다고 무리하면 안 된다"고 질타했다.

그는 미국의 '오바마 현상'에 대한 소회를 묻는 질문에 "미국에서 애국심이 용광로처럼 녹아날 수 있다는 레토릭이 가장 많은 사람들의 정서를 흔들었다"며 "우리 국민들은 그보다 더 나은 열정이 있는데 문제는 가치만 보고 선택을 하는 게 아니라 실현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가를 보고 선택했다"고, 그동안 무기력했던 야권에 대해 자성의 목소리를 냈다.

김부겸 의원은 경북 상주출신으로, 1988년 한겨레민주당 공천으로 서울 동작구에 출마하면서 정계에 입문했다. 2000년 한나라당 소속으로 군포에서 당선돼 국회에 입성했으나, 한나라당내 소장개혁파로서 국가보안법 폐지와 한총련 학생 석방을 주장하는 등 보수세력 및 당론과 자주 어긋나는 소신정치를 해왔다. 2003년 7월 한나라당을 탈당해 열린우리당을 창당했으며, 17대 총선에서 재선의원이 된데 이어 2008년 4.9총선에서 3선에 성공했다.

다음은 김부겸 의원과의 일문일답.
-공정택 서울시 교육감에 대한 청문회 문제로 여야가 상임위 일정조차 잡지 못하고 있다. 파행이 장기화 될 경우 예산심의를 제대로 못 할 우려가 있는데. 정상화 가능성이 있다고 보는가.

"지난 13일 세 간사가 만났을 텐데 다음 주 중에 해야 한다는 건 본인들도 다 알고 있더라. 다음 주 중에 안을 타협하면 예결위 심사 들어가기 전까지는 안으로 올리지 않을까. 본인들이 국회의원들이니까 예산안을 방기할 수 없다는 부담이 있을 거다. 정부원안대로 가게 할 순 없지 않나. 다음 주 중에는 풀릴 것 같다. 정말 안 되면 내가 직권으로라도 해야 한다. 17대 국회는 사립학교법 때문에 2년 동안 발이 묶였다는데 그렇게까지 끌고 가겠나."

-교과위원장으로서 공정택 청문회를 둘러싼 여야의 대립을 중재할 방안이 있는가.
"명백히 국회를 모독한 행위다. 선거 때 일어났던 부적절한 일들, 선거에 관련된 것들은 검찰수사에 들어갔고 사법당국에 넘어갔다. 그런데 국회를 우습게 만든 것에 대해 반드시 책임을 물어야 한다. 상임위에서도 그 부분에 대한 조치에는 따르리라고 보고 나는 고발까지 검토하고 있다. 교육수장으로서 이런 행위 자체가 국회를 모독하는 것이다. 우리 위원회 이름으로 조치가 가능할 것 같다."

-국제중학교 설립이 사실상 추진됐는데, 시민단체와 야당은 반대하고 있다. 국제중 설립 문제를 어떻게 보고 있는가.

"사실상 국제중을 설립하겠다고 하는 두 법인의 대표자들이 전혀 준비가 안 되어있다. 전혀라고 말할 순 없겠지만 구체적인 그림이 거의 없다. 수월성이라는 교육의 가치에 대해 집착할 수는 있지만 준비를 철저히 해서 성공해야 할 것 아닌가. 초등학교 교육에 주름살을 주고 사교육비의 폭등을 가져오고 있다. 강남, 목동 일대에서 이런 후폭풍이 일어나는 게 뻔히 보이는데 이 정부가 마치 고지를 선점한 양 밀어붙이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

마지막 단계에서 서울시교육위에서 통과된 것은 일사부재리의 원칙에도 안 맞다. 청와대와 여당이 요구했다고 하더라도 여러 가지를 점검해보고 사회적 부작용을 줄이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 왜 이리 밀어붙이나. 무엇 때문에 이렇게 무리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 이것은 정말 평준화주의자들을 찍어 누르는 것이다."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이후 교육정책에 대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이명박 정부의 교육정책에 대한 평가를 한다면?

"자신들 나름의 구호로 수월성 교육으로 바꾸겠다고 했고 국민들이 그만큼 지지했으니까 시도해보려고 하는 건데 어떡하겠나. 기왕에 우리 사회가 지켜왔던 '기회의 평등'이라는 자치가 전제될 때 그 위에서 수월성이나 다른 부분은 변할 수 있다고 본다. 수월성 자체가 최종목표가 된 나머지 우리가 어렵게 끌어온 기회평등주의가 사라지고 있다.

대한민국 교육은 사교육 시장에서 (돈을) 더 많이 쓸 수 있는 사람에게만 천국이다. 공교육 대책이 없으면 나머지 사람들의 진로가 대충 결정되는데 부모의 재력이 아이들 운명을 결정하게 되는 거다. 이런 사회가 어디 있나. 미래세대에 죄를 짓는 거다. 이런 문제를 가볍게 생각하는데 대단히 실망스럽다.

수월성 가치에 정부 철학이 있다면 좋다. 왜 이게 필요하고 어떤 결과가 올 것이란 설명을 하라. 30년간 지탱해온 기회평등이란 가치를 기본전제로 깨는 게 아니라는 설명을 하라는 거다. (그러면) 많은 부분에 쓸 데 없는 불필요한 오해와 논쟁은 정리할 수 있고 공교육을 살릴 방안도 나온다고 본다. 우리가 의외로 타성에 빠져있는 교육 현실에 대한 파격적인 돌파구도 나올 수 있다고 본다."

-정부가 고교 2·3학년 선택과목 한국 근·현대사 교과서에 수정권고안을 제시한데 이어 출판사측이 정부의 수정 권고안을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교과서 발행을 정지시키기로 했다고 알려진 바 있다. 교과서 개정 논란에 대한 입장은.

"한 마디로 우습기 짝이 없는 짓이다. 자신들 입장에서 받아들이기 어렵다면 전문가 토론을 붙이자. 역사학자들이 토론을 통해 '이런 표현은 교육적으로 이런 결과를 가져올 가능성이 크니까 우려한다' 이렇게 해서 문제가 있다면 바꾸는 게 좋다는 의견이 자연스럽게 나올 거다. 문맥 전체와 관계없이 문장 한두 개 끊으면서 '이 책은 좌파다', '불량한 시각에서 쓰였다'고 단정하고 집필자에게 고치라고 하고 발행도 못하게 하는 건 파쇼국가에서나 하는 짓이다. 일본 우익들이 자신들의 입장을 관철시킨 교과서를 채택하라는 것과 뭐가 다른가."

-한나라당을 포함한 보수 진영이 과반수를 훨씬 넘는 의석으로 입법부를 장악하고 있는데, 민주당은 10%대의 지지율을 갖고 있다. 어떻게 보는지, 그리고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야권은 무기력하겠지만 우리를 짓밟고 갈 수 있으면 좋다. 국민도 짓밟고 갈 건가. 왜 대통령이 국민에게 두 번씩이나 사과했나. 왜 시원한 해법을 못 내놓나. 과거 독재정권 때 나타난 것처럼 '그 끝은 마침내 비참하였다'는 말을 하고 싶다."

-서울대에 대해 본고사 부활과 독자적 법인화 논란이 뜨겁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3불 정책이 사실상 무너진 것 아닌가.

"3불정책의 유지냐 파기냐의 문제보다는 우선 서울대 자체가 가져야 할 의무가 있다. 국민들이 어려운 가운데서도 자신들이 세금을 내서 미래의 일꾼을 키운다는 설립목적이 있는 것이다. 지금까지 키워온 국민들의 기대와 원망이 있다. 최소한도 초중등 교육이 정상적으로 돌아가는데 서울대 입시가 해야 할 도리가 있다. 몇몇 사립대와 같이 자신의 이기심에 빠져서 소위 초중등 교육을 무시하고라도 자신들이 조금 더 똑똑한 아이, 조금 더 사교육을 많이 받아 성적이 좋은 사람을 뽑겠다고 무리한다면 안 된다.

서울대가 고민할 것은 상위 0.1%, 0.2% 학생을 뽑을까가 아니라 대한민국 모든 사람들의 미래의 길을 터주는 역할을 어떻게 할 수 있을 것인 가다. 다른 곳과 경쟁하는 게 아니다. 우리나라처럼 아이들에게 더불어 사는 교육을 시키지 않는 곳이 어디 있나. 조금만 잘못하면 때리는 문화는 우리 세대가 그냥 넘어가선 안 된다. 정말 이런 제도에서는 개천에 용이 날 수 없다."

-교과위원장 취임 일성으로 "공룡 사교육이 '용'을 죽이는 건 막아야"한다고 말했다. 교육에 있어서 자유와 평등을 공정하게 유지한다는 것은 사실상 어려운 일 같다. 김 위원장이 보기에 현재의 심각한 사교육이 갈수록 기승을 부리는 상황에서 정말 시급하게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단칼에 해결할 방안이 있다면 왜 이렇게 어렵게 걸어왔겠나. 다만 교과부를 비롯한 정부의 노력, 학원 등등에서 잘못된 건 잡아나가야 한다. 사교육 주범이 고액과외다. 교섭자들은 반드시 교섭하는 장소를 게시하게 돼 있고 (과외에서) 발생한 소득은 신고해야 한다. 믿거나 말거나 과목당 몇 백만원씩 하는 과외가 횡행하고 있지 않나. 현실적으로 제도가 걸리는 사회적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 관련법을 준비하고 있다. 당장 다 없앨 순 없지만 적어도 투명하게 해서 사회적 광풍을 가라앉히는 계기로 삼아야 된다고 본다.

조금 더 크게 본다면 우리 사회 교육의 수요자, 공급자 모두가 최소한 합의를 해야 한다고 본다. 이대로 가면 정말 가난한 서민들은 생계에서도 고통 받는데 자기 자식들도 완전히 불평등한 교육을 받게 되는 것 아닌가. 죄수의 딜레마다. 모두 다 떼어 내고 싶어 하고 고통스러워한다. 학부모, 교사, 학생들 다 고통스러운데 불신 때문에 (사교육을) 못 놓는 거다. 그렇게 키운 애들이 경쟁력이 있나. 그렇지 않다. 아이들이 세계에 나가 자리를 잡을 수 있나. 국내에서는 일자리 창출 등에서 한계에 부딪히고 있잖나."

-민주진영이 한국사회의 미래에 대한 비전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지난 대선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제시한 경제적 가치, 삶의 질을 높이겠다는 비전이 한국의 상황에 맞았고 유권자들은 이 대통령을 선택했다. 민주당에는 과연 어떤 비전이 있는지 우려하는 목소리가 많다.

"전 세계적 딜레마다. 유럽의 사회민주주의 전통이 남아있던 나라조차도 신자유주의가 세상을 뒤흔들어버리니까 뚜렷한 대안을 마련하지 못해 흔들렸다. 이번 금융위기는 미국의 탐욕스런 금융자본주의가 얼마나 세상을 망가지게 할 수 있는가를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시장은 잘만 운영하면 공의에 기여할 수 있다는 것도 깨졌다. 우리에게 남아있는 고민들의 깊이와 비전을 현실과 접목시켜야 한다.

지난 10년간 한국사회를 변화시킨 꽤 괜찮은 정책들이 있고 그것을 통해 역사적인 전환도 이뤘다. 그런 부분이 거의 잊혀 가고 마치 이명박 정부처럼 '능력있는 자에게 보다 나은 삶을' 이런 비슷한 상황 아닌가. 반대나 비판만 해서는 국민에게 다가갈 수 없다고 본다. 우리 나름대로의 과감한 대안을 내놔야 할 것 같다."

-이번 미국대선에서 나타난 '오바마 현상'을 보면서 우리 사회에서 배워야할 정치적 가치와 교훈이 많이 있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미국 의회와 교류를 많이 한 지미파 의원으로서 이번 과정을 지켜보며 생각했던 소회는 무엇이었나?

"아깝다. 지난 대선이나 총선에서 선택할 때 그런 가치까지 버린 선택을 했다고는 보지 않는다. 촛불에서 나타나지 않나. 공공의 정의에 대한 강한 의식과 연대의식이 있다. 지난 몇 년간 우리 스스로의 교만함, 단견, 타인에 대해 관용하지 못한 것들이 얼버무려져서 일패도지하니까 가치까지 같이 도망간 것처럼 되고 이명박 정부의 정치구호마저도 전부 정당화된다면 우리 잘 못이다.

오바마가 강요된 애국주의는 아니지만 스스로 공동체 성원들에 대한 동지애를 호소하는데 '애국심'을 쓰더라. 우리가 만들어낸 미국은 가난한 사람과 부자가 더불어 살 수 있고 아프면 의료보험을 통해 해결할 수 있고 이런 애국심이 미국에서 용광로처럼 녹아날 수 있다는 레토릭이 가장 많은 사람들의 정서를 흔들었다. 우리 국민들은 그보다 더 나은 열정이 있는데, 문제는 국민들이 가치만 보고 선택을 하는 게 아니라 실현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가를 보고 선택하더라는 점이다. 뼈아프게 생각하고 있다."

대담=김홍국 정치부장
정리=추인영기자 iinyoung85@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