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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고사 점수 올려라’ 서울교육청의 꼼수

보리아빠 이원영 2009. 2. 9. 22:25

‘일제고사 점수 올려라’ 서울교육청의 꼼수

[한겨레] 09.02.09

 

고교장들 불러 백지·무성의 답안 빼고 재평가 지시


성적공개 앞두고 시·도간 경쟁만 격화 "예상된 일"

교육과학기술부가 지난해 10월 전국 초6·중3·고1 학생을 대상으로 실시한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를 오는 16일 공개할 예정인 가운데, 서울시교육청이 고교 교장들에게 사실상 '점수 높이기'를 지시했다는 논란이 일고 있다.

9일 서울시교육청과 고교 교장들의 말을 종합하면, 시교육청은 지난 6일 서울시내 고교 교장들을 불러 회의를 열고 △백지 답안지를 낸 학생 △모든 문항에 같은 답을 표시한 학생 △시험을 무성의하게 치러 평소보다 점수가 많이 떨어진 학생 등의 현황을 파악한 뒤 이런 학생들의 점수를 빼고 학업성취도 평가 성적을 다시 산출해 7일까지 낼 것을 요구했다. 서울시내 학교들은 이미 지난해 10월 말, 시험을 치른 모든 학생들의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를 시교육청에 냈다.

서울 ㄱ고 교장은 "시교육청이 제시한 유형의 학생들을 빼니 '기초학력 미달'에 해당하는 학생 수가 줄었다"며 "정부가 그동안 정책 수립을 위해 참고만 하던 자료를 이번에는 대대적으로 공개한다고 하니, 서울시교육청이 다른 시·도보다 성적이 높게 나오게 하려고 이런 지시를 내린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 ㄴ고 교장도 "시교육청이 이런저런 이유를 들었지만 '서울에 기초학력 미달 학생들이 많으니 줄여 보자'는 취지로 받아들여졌다"고 말했다.

시교육청이 이처럼 '기초학력 미달' 학생 수에 민감한 이유는 교과부가 오는 16일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를 초·중학교는 지역교육청 단위로, 고등학교는 시·도교육청 단위로 공개하기 때문이다. 성적은 '보통 이상' '기초학력' '기초학력 미달' 등 3단계 성취 수준으로 공개될 예정이며, 이 결과가 공개되면 지역별로 '기초학력 미달' 학생 수 비율 등이 드러나 서열이 매겨지게 된다.

이에 대해 성기선 가톨릭대 교수(교육학)는 "미국의 경우 일부 학교에서 일제고사를 치르는 날에 공부 못하는 학생들은 아예 학교에 나오지 말라고 하는 일이 종종 벌어지는데, 이와 비슷한 형태의 부작용으로 볼 수 있다"며 "이는 이미 예상됐던 결과로, 앞으로 시험의 애초 목적은 사라지고 지역간 줄 세우기로 경쟁이 격화되는 등의 부작용이 심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백지 답안지 등 누가 봐도 명백하게 틀린 결과까지 성적에 포함하면 정확한 학업성취도를 알 수 없다"며 "학교를 가장 잘 아는 교장들에게 오류를 바로잡아 달라고 한 것"이라고 말했다.

김소연 유선희 기자 dandy@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