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특별한송년회를 다녀와서] 동자동 사랑방을 아시나요?
[어느 특별한 송년회를 다녀와서]
서울역 뒤 쪽방촌과 동자동사랑방을 아시나요?
조촐한 송년회가 있었습니다. 서울역 벽산빌딩 뒤편에는 서울의 명소(?)가 있습니다. 남산아래 동자동 쪽방촌입니다. 선거 때만 되면 이름난 후보들이 사회의 가장 밑바닥층을 어루만지기 위하여 이곳을 방문합니다. ‘아름답고 따뜻한 쇼’가 끝나면 쪽방촌 사람들은 그들 마음속에서 잊혀집니다.
이곳에 서울역 노숙자들과 쪽방촌 거주민들과 동거동락하는 단체가 있습니다. 의료지원, 복지지원, 생활지원, 문화지원, 인권활동을 하는 단체입니다. 열사람 가운데 다섯명의 서울사람들은 잘 모르는 ‘동자동사랑방’입니다. 동자동 사랑방은 매주 한 번 가까운 공원에서 영화 상영을 합니다. 그리고 주말에는 주말농장에 농사를 짓기도 합니다.
이곳은 몇몇 언론에 보도가 되었습니다. 그래서 동자동사랑방을 후원하는 사람들은 서울사람들도 있지만 경상도, 전라도, 충청도 등 지방 사람들이 있다고 합니다.
이 단체를 이끌어가는 엄병천 대표는 말이 대표이지 얼굴이나 행색이나 쪽방촌 사람들과 구분이 가지 않을 정도로 수더분(소박한모양새)합니다. 엄병천 대표를 안지는 몇 년 되었는데 동자동 사랑방을 방문한 것은 몇 달 안됩니다. 나보다 한 살 많은 그 병천이 형은 아직 안했는지 못했는지 미혼입니다. 몇 번 술을 마시면서 그 형을 통해 저는 벅찬 감동을 느꼈습니다. 문득 과거 빈민운동의 대부였던 제정구선생이 떠올랐습니다.
오늘 송년회에서 엄병천 선배에 대해 쪽방촌 분들은 절대적인 신뢰와 고마움을 표현했습니다. 인생막장을 경험한 그 분들은 우리 사회가 얼마나 없는 자들을 무시하는지 잘 알고 있습니다. “누가 우리 같은 사람들을 위해 일하냐고?” 그 한마디를 듣는 순간 가슴이 뭉클해졌습니다. 한신대학교 학생 봉사자들에게도 그 분들은 감사를 표현했습니다.
정말 서민들을 위한다는 사람들, 특히 정치인들은 노숙자들과 쪽방촌 사람들과 길게도 말고 한 달을 동거동락하는 삶을 배워보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오늘은 더욱 서민들의 생사가 달린 민생복지 예산들은 헌신짝처럼 삭감하면서 수조원(대한민국 한가구당 200만원을 줄수 있는 천문학적인 액수)의 4대강 삽질사업에 굽힘없이 그렇게 집착하는 사람들이 더욱 싫어집니다.
오늘 송년회의 메뉴는 걸쭉한 닭도리탕이었지만 좋은 음식이 차려진 어느 송년회보다 기분이 좋았습니다. 또 내가 동자동사랑방에 작은 후원을 하는 것이 너무도 뿌듯한 날이었습니다.(2009. 12월 28일)
*동자동사랑방은 매월 적자랍니다. 저와 함께 동자동 사랑방에 후원하실 분들은 연락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