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이야기

[숨겨진이야기]화재 피해 쪽방주민, 붕괴위험 건물로 다시 들어가다

보리아빠 이원영 2010. 2. 1. 14:30

화재 쪽방건물 위험하다는 용산구청, 대책은 남의 일

모델하우스 불로 대피했던 쪽방촌 주민들이 살던 집으로 다시 들어갔다. 그 건물은 언제 무너질지 모르는 붕괴위험 건물이다. 용산구청에서는 건물 안전점검 결과 위험하다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주 금요일(29일) 오후 2시경 피해주민 대표들은 용산구청장을 만나기 위해 용산구청을 방문했다. 구청장은 일정이 바쁜 관계로 만나지 못했다. 민원실, 주택과, 재난안전관리과, 사회복지과 담당책임자들이 주민들에게 해당부서와 관련된 의견을 이야기 했다.


피해주민들, 구청장 만나게 해달라

민원실 팀장은 관련부서에서 대책을 논의 중이라고 했다. 주택과에서는 해당 건물이 위험하다는 의견을 이야기 했다. 재난 안전과는 화재현장에서 의견을 전했다. 천재지변이 아닌 화재여서 구청 예산으로 임시거처 등을 지원하는 것은 어렵다고 했다. 사회복지과의 팀장은 경로당은 수용시설이 아니어서 다른 곳으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의견을 종합해보면 용산구청 차원에서는 대책이 없다는 것이다. 주민대표들은 답답해 했다. 해당 부서들이 제각각 단편적으로 답변을 하고 있는 것을 지켜보다 못해 부구청장이라도 만나게 해달라고 요청했다. 무시되었다.
임시로 거처하고 있는 경로당에서는 오후에 비워달라고 하고 갈 곳도 없고 막막한데 구청은 당장 아무런 대책도 없다니 한심할 따름이었다.


붕괴위험 건물로 다시 들어간 주민, 대형사고 우려돼

결국 피해 주민들은 갈 곳이 없어 기존에 살던 위험 건물로 다시 들어갔다.

화재가 난 모델하우스의 해당 건설사(현대산업개발)는 일주일이 다되어 가는데 아무런 반응도 없는 상황이다. 2월 1일 더이상 기다릴 수 없는 피해 주민들은 건설회사를 항의 방문하기로 결정했다.
화재 이후 쪽방촌 주민들과 함께 대책을 논의하고 있는 동자동사랑방 엄병천 대표는 “화재 이후 더욱 위험해진 건물로 주민들이 다시 들어 갈 수밖에 없는 현실”을 안타까워하면서 “용산구청에서 피해주민들에게 화재 건물이 붕괴위험 건물이라는 통보만 할 뿐, 건설사의 책임만을 강조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한, “대부분 거동이 어렵고 기초수급대상인 피해주민들에게 혹시나 불상사가 생기지 않을까”를 우려했다.

용산구청은 천오백억원이 넘는 호화청사 신축으로 언론의 입길에 계속 오르고 있다. 엊그제는  용산구 공무원이 7년간 구청장 부인 차를 세차를 해온 것이 MBC 뉴스 등에 보도되기도 했다. 세입자들을 떼잡이로 이야기해 구설수에 오르기도 한 박장규 구청장이 보기에 쪽방촌의 수십명 가난한 노인분들은 용산주민의 범위에 포함되지 않는 것일까?


과연 용산구청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을까?

피해주민들을 위한 재난 관리 예산이 없다는 것은 상식적으로도 말이 안되는 것이다. 해당 지역의 구의원들은 구청의 예비비(예산)로 충분히 사용할 수 있다고 피해 주민들에게 이야기했다. 용산연대 손종필 대표는 “예비비로도 사용이 가능하고 우선 구청에서 피해주민들에게 필요한 대책을 지원하고 해당 건설사에 구상권을 청구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또한, 용산구청은 해당건설사와 주민들간에 피해보상과 관련된 협의 자리를 조속히 주선해야 한다. 구민이 피해를 입었는데 주민들의 대표인 구청장이 적극 나서서 해결을 하는 것은 아주 당연한 일이 아닌가? 구청장과 부구청장 등은 무엇 때문에 존재하는가 묻지 않을 수 없다.
현재 피해주민들이 다시 들어간 건물은 구청에서도 위험건물이라고 확인하고 있다. 벽에 못하나를 박기도 불안한 건물이라 건물 보수는 더욱 어렵다고 한다. 그렇다면 구청에서는 서울시 등과 협의하여 임시거처를 마련해야 한다.

27일 화재 당일 현장에서 용산구청장은 화재 피해건물을 가리키며 거주가 위험한 건물이니 서울시에 보고해 대책을 마련하도록 공무원에 지시했다고 한다. 구청장의 발언은 면피용 쑈였단 말인가?
용산구청을 방문한 주민들은 콘테이너 박스라도 좋으니 안심하고 살 수 있도록 해달라고 호소했다.
수십 층 호화아파트가 줄줄이 들어서고 서고 있는 용산에 한두평에 살고 있는 쪽방주택 화재 피해 주민들은 맘편히 잘 곳도 없는 현실이 개탄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