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려 보상에 열달이나 걸린 갈월동 쪽방촌 화재 사건
*올해 1월 갈월동 모델하우스 화재 현장, 오른쪽 붉은 벽돌 건물이 쪽방 건물이다. 왼쪽 연기나는 곳이 모델하우스.
열달이 지나도록 용산구청은 뭘했을까?
쪽방촌 피해주민들은 우리사회의 투명인간
올해 1월27일 갈월동 쪽방촌 부근 대형건설사 모델하우스에 불이 났다. 난데없는 화재에 쪽방촌 주민들 60여명은 인근 경로당으로 대피를 해야 했다.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쪽방건물에 옮겨붙은 불을 끄는 과정에서 쪽방촌은 창문이 깨지고 지붕이 금이 가는 등 문제가 발생했다.
벌써 열달이 흘렀다. 그동안 쪽방촌 피해주민들은 용산구청과 해당 건설사를 상대로 지리한 요구를 해왔다.
다시 겨울이 왔으니 4계절이 흐른 셈이다. 주민들의 피해보상 요구에 대해 해당 건설사는 모델하우스 업체에게 책임을 떠넘겼고 모델하우스 시행사는 보험을 핑계로 보상을 질질 끌어왔다. 구청에서는 민사사건이니 구청이 해줄 것이 없다고 책임을 회피해 왔다.
쪽방촌 화재 사건은 우리사회의 극빈층들이 대기업과 공공기관에게 어떤 대접을 받고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사건이다.
12월 중순경에 화재사건 발생 이후 쪽방촌 주민들을 위해 발벗고 나서서 지금까지 백방으로 노력해온 동자동 사랑방 엄병천 대표를 사무실로 찾아갔다. 좋은 소식이 들린다고 했다. 모델하우스 시행사측에서 보험료 지급전에도 올해가 가기 전에 피해보상을 해줄 것이라고 약속했다는 것이다.
엄병천 대표는 설혜영구의원이 구청에 압력(?)을 넣어준 덕에 늦기는 했지만 일이 잘 풀리게 되었다고 감사를 표시했다. 설혜영의원이 용산구청에 피해보상 문제 해결에 나설 것을 행정사무감사 질의 등을 통해 강하게 제기했고 구청이 건설사 등에 조속히 보상 할 것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그동안 보상이 되었는지 궁금하여 12월 20일 엄병천 대표에게 전화를 걸어 어떻게 되어가고 있는지 물었다.
엄대표는 모델하우스 시행사측에서 구청에 지정기탁 형태로 보상금을 지급하기로 했고 구청에서 피해주민들에게 신청서를 받았다고 한다. 보상금액은 가구당 50만원의 위로금, 지붕수리공사비 1천만원가량이라고 설명했다. 안타깝게도 열 달 사이에 나이가 많은 2명의 노인분들은 이미 세상을 떠났다고 한다.
다행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지역주민에게 재난이 발생하면 구청은 발벗고 나서서 해결을 해주어야 한다는 당연한 상식이 행정기관을 통해서 어떻게 외면당하는지를 보여준 것 같아서 씁쓸한 느낌이 들었다.
겨울이 더욱 추운 쪽방촌 주민들에게 연말이라 여기저기서 후원물품이 제공되고 있다. 그런데 정작 정부와 자치단체는 이들에게 무얼 해주고 있을까? 마치 존재하지만 눈에 띄지 않는 투명인간처럼 소외된 사람들, 그들에게 필요한 것은 인간의 얼굴을 한 국가의 정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