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이야기

용산 공동체의 꿈-피어라 풀꽃

보리아빠 이원영 2013. 2. 6. 15:00

9년 전 함께 아이를 키워보고 싶다며 어리석게 공동육아어린이집을 만들었습니다. 찌그럭 뻐그럭 아이를 키우면서 부모도 함께 성장하는 것을 배웠습니다. 좌충우돌하면서 거기서 자란 언니들이 벌써 중학교에 들어갑니다.

 

 

4년 전 직업이 농부도 아니면서 콘크리트 바닥위에 농사를 짓겠다고 했던 사람들이 얼굴있는 밥상모임을 하겠다고 모였습니다. 우리가 먹고 있는 것들에 어떤 가치가 있는지 생각해보고 싶어서였습니다. 거름도 햇볕도 모르는 어수룩한 농사를 함께 지으면서 행복해하였습니다.

 

 

3년 전 우리 동네에는 왜 아이들과 함께 책도 읽고 놀 수도 있는 작은 도서관도 없는 거야 구청에 도서관을 만들어달라고 학부모들이 당당하게 요구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묵묵부답 구청의 예산 핑계를 기다리다 못해서 시끌벅쩍 우당탕 동네 책놀이터를 만들었습니다.

 

 

2년 전 도시농부가게를 만들겠다고 했었던 사람들이 주민들과 함께 무모한 도전을 했습니다. 지속가능한 착한 소비를 하자고 생협을 만들었습니다. 겨우겨우 300명을 모았습니다. 가게에서 물건을 사는데 무슨 가입비, 출자금이냐고 하던 주민들이 생협에 가입했습니다. 1년도 안되어 농부의 마음을 알아주는 소비자가 벌써 700명이 넘었습니다.

 

 

노들섬에 농사도 짓고 부모들이 모여 좋은 강좌도 하고 횡성 농민들과 함께하는 직거래 장터, 주민들에게 열려있는 녹색장터도 열고 아이들의 우크렐레 공연도 하고.. 때로는 밤늦게까지 술잔도 기울이고 동네에 활기가 넘치기 시작했습니다. 그런 풍경들이 눈에 안보이나요?

 

도시에서 무슨 마을공동체냐고 이야기합니다. 하지만 사람들이 사는 곳에는 정이 오가고 나눔이 이루어지는 크고 작은 공동체들이 이미 과거에도 있었습니다. 그리고 새로운 꿈을 꾸는 공동체들이 지금도 꿈틀대며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공동체가 좋은 이유가 무엇일까요? 모이다 보면 갈등도 있고 서로의 생각도 다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사람들은 모입니다. 모여서 밥도 함께 먹고 이런 저런 이야기도 나누다보면 사람 사는 맛을 느낍니다. 동네가 함께 아이를 키우고 내가 가지고 있는 것을 이웃과 공유하면서 자연스럽게 과거와 현재와 미래가 섞이면서 공동체 속의 우리는 풍성해집니다.

 

혼자서는 할 수 없는 일이 참 많지만 함께하면 일이 술술 풀리기도 합니다. 내가 할 수 없는 것은 다른 이가 채워주고 다른 이가 어려운 것은 내가 채워주는 일이 생겨납니다. 가장 힘든 일은 내 이웃과 우리 동네 공동체와 마음을 나누려고 닫힌 문을 조금씩 여는 것입니다.

 

바쁘게 살면서 그런 나눔 공동체가 필요하다고 느낀 적이 많았을 것입니다.

함께 모여서 밥도 먹고 인문학 강좌도 듣고 여행도 하고 산책도 하고 마음을 나눌 수 있는 공간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우리 동네에 무언가 함께 할 수 있는 선택의 폭이 넓어지고 관계의 깊이도 찐해지기를 바라시나요?

 

새로운 제안을 드립니다. 바로 ‘피어라풀꽃’입니다. 협동의 힘으로 함께 만들고 싶습니다.

 

생협과 책놀이터에서 가까운 곳에 어울려 피는 풀꽃들이 모일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습니다.

 

<피어라 풀꽃>은 협동조합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효창동 동사무소 옆에서 까페로 운영되고 있지만 얼굴있는 밥상, 반찬가게를 주로 할 계획입니다.

 

*조합원 참여 문의는 피어라풀꽃 준비위원 이원영 010-8786-42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