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이야기

[스크랩] [칼럼] 학생들까지 경마장을 반대해야 하는 나라

보리아빠 이원영 2013. 7. 16. 12:36

학생들까지 경마장을 반대해야 하는 나라

 

7월13일(토) 저녁 7시 원효로 전자랜드 부근 화상경마장 이전 건물 앞에 단정하게 교복을 입은 중학교, 고등학교 학생들 수백 명이 모였다. 도박경마장 반대 용산주민 촛불문화제에 참석한 학생들은 흥겹게 노래도 따라 부르면서 문화공연을 즐겼다. 행사 중간 중간에는 “도박장 반대한다, 경마장이 웬말이냐” 구호도 힘차게 외쳤다. 이날 행사에는 용산지역 주민, 학생 1500명이 참여했다.

왜 도박경마장 반대 촛불 문화제에 학생들이 모인 것일까?

 

정부에서 합법적으로 도박을 인정하고 운영하는 사업은 경마, 경륜, 경정, 복권, 카지노 등 몇가지 안된다. 나머지는 모두 불법으로 형사처벌 대상이다. 정부는 도박을 합법적으로 운영하는 대신에 철저한 관리와 감독을 해야 할 책임이 있다. 화상경마장, 이른바 마권장외 발매소는 전국에 30여 곳이다. 1년 마사회 매출이 7조가 넘는다. 그런데 화상경마장이 들어서는 곳마다 지역 주민들의 반발이 거세다. 경마장이 사행산업으로 지역에 미치는 안 좋은 영향 때문이다. 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화상경마장 이용자의 70% 가까이가 도박중독에 빠질 위험이 있다고 한다. 아무래도 접근하기 좋은 경마장 주변지역의 주민들이 피해자가 될 가능성이 높다. 또한, 경마장이 들어서면 수천 명의 경마장 이용자들을 상대로 하는 상권이 형성된다. 술집, 모텔 등이 성행하게 되고 인근 지역이 범람하는 쓰레기와 주차질서 문란이 계속 지적되어 왔었다.

 

용산에 마사회 소유 건물로 9월 이전을 앞둔 화상경마장은 전국 최대 규모라고 한다. 문제는 주택가가 멀지 않고 200미터 인근에 성심여중고가 위치해 있다. 지난 4월 하순 뒤늦게 화상경마장 이전 소식을 접한 용산 주민들은 도박경마장 반대 주민대책위를 구성해 활동을 시작했다. 두 달 만에 2만명 가까운 주민들이 서명에 함께 했다. 세 차례 기자회견을 진행했고 마사회, 농림축산식품부, 청와대, 용산구청에 이전 승인을 철회하라는 민원을 넣었다.

이런 와중에 학생들의 자발적인 움직임도 눈에 띄었다. 학생들이 다음아고라에 청원 글을 올리고 청와대에 호소 글을 올리고 동영상을 제작해 유튜브에 올리기도 했다.

기말고사가 끝나고 방학이 시작되기 전인 지난 13일은 학생들이나 학부모들에게는 약간 여유로운 시기였다. 학생들은 여러 가지 작은 피켓을 만들어 촛불문화제에 참여했다. 이날 여러 명의 교사들과 아빠 학부모들은 질서유지인을 자처하여 행사장 주변에서 안전을 지키는 역할을 했다.

 

마사회와 농식품부는 법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앵무새처럼 주장하고 있다. 천억 원을 넘게 들여 만든 화상경마장을 쉽게 철회할 것 같지 않아 보인다.

그러나 그네들이 내세우는 법은 과연 누굴 위해 존재하는지 묻고 싶다. 교육환경, 주거환경을 침해할 우려가 높은데 왜 주민들의 의견은 들어보지도 않았는지 따진다면 그들도 할 말이 없을 것이다.

용산경마장 이전과 주민들의 반대는 이제 거의 모든 언론에 보도가 되었다. 그래서인지 주민들과의 면담도 거부하던 용산구청장도 반대 입장을 표명했고 구의원들도 구의회에서 경마장 반대 결의안을 채택할 기세다.

어떤 이들은 마사회라는 거대 권력과 쉽지 않은 싸움이라고도 하고,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이라고 비유하기도 한다. 촛불문화제에 참석한 학생들에게 어른들은 부끄러울 따름이다.

 

<이원영 기자>

 

2013.07.15

출처 : 용산마을신문
글쓴이 : 보리아빠 원글보기
메모 : *이글은 용산마을신문까페와 식량닷컴에 기고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