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밭갈기

<1>마흔다섯 한 달 전에 이 글을 쓰는 이유

보리아빠 이원영 2013. 12. 3. 00:45

마흔다섯 한 달 전에 이 글을 쓰는 이유

 

걱정도 많고 하고 싶은 일도 많고 하루하루가 긴장의 연속이다. 누구나 그렇겠지만 삶이 힘겹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 안방에서는 아내와 딸이 거실에서는 아들이 자고 있다.

11시에 집에 들어오니 아들놈이 식탁에 가만히 앉아 있어서 , 안자고 있어?” 물어도 대답이 없다. “자다가 일어났어?” “기침이 나서 못자겠어!” 며칠 전부터 아들은 잦은 기침을 해댔다. 며칠 전에는 밤새도록 기침을 해서 다음날 새벽에야 잠이 들고 학교를 빠졌다. 한심한 아빠여서 어쩌지 못하고 잠도 못자로 기침해대는 아들을 바라볼 수 밖에 없었다. 아내가 겨우 죽염 물을 타서 목가심을 하고 나서야 기침은 진정되었다.

병원에 가서 약을 먹더니 이틀정도 괜찮았는데 자다가 또 기침이 도졌던 게다.

그나마 거실은 습도가 낮지 않아서인지 괜찮아서 대충 이불 깔아 재웠다. 자식 키우는 부모의 마음은 안타까울 수 밖에 없다. ‘내가 대신 아프면 좋겠는데생각이 절로 나는 것이 부모일 것이다.

 

나이 마흔 넷도 이제 한 달 밖에 남지 않았다. 한달이 지나면 이제 마흔 다섯이 된다. 징글징글하다. 결혼해서 아이를 낳아 키우던 30대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마흔 중반이라니. “가는 세월 그 누구가 막을 수가 있나요?” 가수 서유석의 흘러간 노래가 이렇게 내 가슴에 다가설 줄이야!

이렇게 글을 쓰다 보니 나도 모르게 맥주 한잔 생각이 난다. 술 없이 집에 돌아 온 날은 아이들과 놀다가 잠이 들어야 하는데 딴 생각이 많이 든다.

지금 내가 있는 작은 방 벽면에는 책들이 그득하다. 대부분 아이들 책이다. 내책은 절반도 안된다. 요즘에 아이들 책은 꽤 재미있다. 방바닥에 책을 잔뜩 펴놓고 책속에 빠져 있는 아이들을 보면 한편으로는 부럽다.

책읽는 즐거움을 나는 마흔이 넘어서야 느꼈다. 고요한 가운데 밤 늦도록 책을 읽고 있으면 이보다 큰 만족이 있을까, 느낀 것이 몇 년 전부터이다. 나름 책을 좋아한다고 생각했는데 그렇지 않았던 것이다. 물론 연년생 아이들을 키우면서 집에서 책을 맘 편하게 볼 수 있는 조건은 아니었다고 핑계를 댈 수도 있겠지만 핑계는 핑계일 뿐이다.

그런데 몇 해 전부터야 느낀 책 읽는 즐거움을 요즘에는 시간이 없고 너무 피곤해서 느끼지 못하고 있다. 잘 못 살고 있다는 확실한 증거이다.

그래서 새로운 다짐을 한다. 책을 읽자! 이래저래 어떤 핑계를 대지 말고 우선 책을 읽자. 즐거움이 없는 삶은 무슨 의미가 있으랴?

 

누구는 목표는 구체적으로 세우라고 한다. 맞는 말이다. 그런데 그게 어디 쉬운가? 수많은 자기계발서, 성공지침서를 읽어보라. 수백만 독자들이 그책을 읽고 자신을 변화시키고 있지는 못하다. 그래서 최진기 유명강사는 그런 책은 절대로 읽지 말라고도 한다.

삶을 즐기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이런 당위에 도전해보고자 한다.

이제 마흔 중반인데, 그동안 쉼없이 나름 열심히 살았는데 새로운 전환이 필요하다. 누가 뭐래도 이 다짐을 변치말자.

 

책읽는 즐거움, 그 다음으로 내가 즐기고 싶은 것은 글 쓰는 즐거움이다.

그래서 이렇게 컴퓨터 앞에 앉아서 이렇게 글을 쓰고 있다. 되지도 않는 말들을 쏟아내고 있다. 누가 뭐라면 어떠랴? 그런데 나는 재미있는 글을 쓰고 싶다. 이 또한 마음처럼 쉽지 않다. 책을 읽다 보며 참 맛깔라게, 구성지게 글을 잘 쓴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참으로 부럽고 한편으로는 고맙다. 마음이 흔들리고 기분이 시나브로 좋아지게 만드는 글을 쓰는 능력은 타고난 것일까? 시골의사 박경철의 아름다운 동행을 읽으면서 나도 이런 글을 한번 써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엊그제 용산지역에서 마을신문 용산이라는 풀뿌리 언론이 발간되었다. 겨우 겨우 신문을 발행했는데 어떤 분이 너무 잘 만들었다면서 신문에 실린 기사를 모두 읽었다고 이야기를 전했다. 내용 모두가 너무 좋다는 이야기를 듣고 공연한 용기가 났다. 글은 못써도 노력하면 나아질 수 있겠다 싶었다.

그냥 거창한 이야기 말고 나의 생각, 내가 아는 사람들 이야기, 내가 사는 동네 이야기를 써보고 싶다. 구질구질하지만 그렇다고 내 삶이 그리 평범하지는 않다.

세상을 아름답게 만들어보겠다고 없는 능력에 고군분투하고 있다고 자부하고 있지 않은가, 이정도 수준에서 한번 글을 써보고 싶다.

글은 표현이다. 글은 기록이다. 말은 허공에 사라져도 글은 이렇게 남는다. 표현을 자주 하다보면 같은 사람, 같은 물건, 같은 상황, 같은 생각이라도 좋은 방향으로 변화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도 든다.

 

요즘에는 일기를 거의 못 썼지만 가끔 예전에 쓴 일기장을 들여다 볼 때가 있다. 당시에 내가 이런 생각을 했었구나, 기억이 안 나도 당시 내가 쓴 글로 당시 생각을 새삼 느낄 수 있어서 좋았다. 아마 이 글도 미래의 어느날, 언젠가 읽으면 좋은 쪽이든 나쁜 쪽이든 지금의 내 생각을 확인할 수 있을 수 있을 것이다.

 

하여튼 자전거를 배우려면 자전거 안장에 우선 앉아야 한다. 그렇듯 좋은 글을 쓰려면 글쓰는 것을 즐겨야 하지 않을까? 지금은 일거수일투족이 언론과 국민의 관심대상인 안철수 의원은 몇권의 책을 내면서 글을 쓸 때는 고통스럽지만 책을 발간하고 나서는 더 말할 수 없는 카타르시스, 쉬운 말로 성취감, 쾌감을 느꼈다고 했는데 나는 고통스럽게 글을 쓰고 싶지는 않다.

목적의식은 있으되 술 먹고 친구와 대화하듯이 술술 편하게 글을 쓰고 싶다. 물론 나는 쥐뿔 능력도 없지만 먹물 좀 먹은 사람인지라 책을 내고 나서 느끼는 쾌감을 맛보고 싶은 욕심은 있다.

박경철, 유시민, 안철수, 공지영, 선대인 등 출판사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는 유명한 분들처럼 책을 내면 베스트셀러가 될 리가 전혀 없지만 300권정도 책을 자비로 출판해서 가족부터 시작해 친구들, 선후배들, 동네 이웃들 등 아는 지인들에게 나눠주고 싶은 생각은 있다.

그냥 제가 쓴 글입니다. 나름 열심히 썼으니까 재미있게 읽어봐 주세요. 책값은 재밌으시면 1만원만 주세요. 아니면 책값으로 밥을 한 끼 사주세요이 정도여도 좋겠다.

 

소박한 바람이지만 언제 그럴 날이 올지는 모른다. 글 쓰는 것을 제법 즐겨서 내년 봄에 그럴 수도 있겠지만 작심삼일이어서 10년 후에도 못할 수도 있다.

그래도 어쩔 수 없다. 그냥 빈둥빈둥 놀고 먹지는 않았을 테니까, 열심히 사느라 그런거야, 충분한 핑계를 스스로 댈 정도는 살았을 테니까. 마흔 다섯이 코앞에 다가오니까, 앞으로의 삶이 크게 기대되지 않기도 한다. 돈벌이는 시원치 않지만 '주중에는 보람차게 헐레벌떡 열심히 일하고 주말에는 아이들과 신나게 놀면서 사는 것'도 만만치 않은 일이라는 깨달음을 얻었다. 남 탓하지 말고 착하게 살아야 저승에 가서도 복 받을 수 있다는 확신이 생겼다. 그래도 30대에는 꿈이 컸었다. 이제는 꿈은 작게 그러나 작은 것도 소중하게생각하고 사는 게 더 값지다는 걸 알았다. 재미있는 글 쓴다면서 또 뻔한 글을 쓰고 있다. 개 버릇 남주지 못하는 게다.(보리아빠, 1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