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밭갈기

<8>올바른 먹거리보다 중요한 일이 있을까?

보리아빠 이원영 2014. 1. 13. 13:05

올바른 먹거리보다 중요한 일이 있을까?

 

초등학교 2학년, 3학년을 키우고 있는 학부모로 하루하루 아이들이 성장하는 모습을 보는 일은 감동의 연속이다. 어제와 오늘이 다르게 아이들은 마음과 몸이 쑥쑥 변화하고 있다. 제법 의젓한 이야기를 하거나 나도 모르는 지식을 자랑할 때는 이제는 다 컸구나싶기도 하고 작은 일에도 다투면서 눈물을 흘리고 고집을 부리는 것을 보면 언제 커서 철이 드나걱정이 되기도 한다. 모든 학부모들이 그렇겠지만 아이를 키우는 일은 세상에서 가장 힘든 일이다.

 

11년 전 학교급식운동을 시작했을 때는 우리 아이들이 태어나기 전이었다. 전교조 서울지부에서 상근자로 일하면서 학교급식지원조례 주민발의 운동을 시작했다. 그 당시 학교급식 식중독사고와 급식비리 문제는 수시로 보도되는 언론의 단골메뉴였다. 그래서 서울시민들을 상대로 학교급식지원 조례 제정 서명을 받는 것은 공감을 얻기가 매우 수월하였다. 전국 곳곳에서 동시다발적으로 급식개선 운동이 들불처럼 시작되었고 농민단체, 교육단체, 풀뿌리 단체가 연대하여 한 뜻으로 조례제정의 성과를 만들어냈다. 지금 돌아보면 그 일은 무모한 도전이었지만 그 때는 반드시 해야 할 일이었다.

 

전국의 대부분 지방자치단체에서 학교급식지원조례가 제정되고 2006년 학교급식법이 전면적으로 개정되면서 학교급식은 아래로부터의 민주주의의의 가능성을 확인시켜주었다. 정치인이나 자치단체장이 아니라 주민들이 법을 만드는 것은 거의 혁명수준이라고 볼 수 있다.

건강한 먹거리를 학교밥상에 제공하는 것이 그 출발이었다면 2010년은 무상급식이 전국적으로 확대된 해였다. 그해 전국 지방선거의 중심의제는 무상급식이었다. 첫째 아이가 초등학교를 입학하던 해에 서울 뿐 아니라 전국 곳곳에서 무상급식이 전면적으로 시작되었다. 짧은 기간에 엄청난 성과를 만들어낸 학교급식운동은 우리사회의 복지논쟁을 촉발시켰고 무상보육 실시 등 보편적 복지 확대의 디딤돌이 되었다.

 

아이가 다니는 초등학교에 들뜬 마음으로 급식모니터링을 가서 어떤 농산물이 학교급식에 사용되는 지를 눈으로 확인하였다. 직접 눈으로 들여다보지 않은 사람들 가운데 친환경 농산물이 학교급식에 사용되는 것을 믿지 않는 경우도 있다. 매우 안타까운 일이다. 물론, 아직도 가공식품은 문제가 적지 않기에 앞으로도 개선할 부분은 산적해 있다.

내가 살고 있는 서울 용산구에서 2012년부터 생협을 만들어 이사로도 활동하고 있데 최근에 부쩍 생협에 가입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방사능 오염 수산물 문제가 방송에 집중 보도되면서 먹거리 불안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913일에는 서울시 학교급식 방사능 안전 조례가 시의회를 통과하였다. 선언적인 조례 성격이 강하기는 하지만 이런 흐름은 전국으로 확대되고 있는 상황이다. 급식운동 단체들은 정부와 지방자치 차원에서 방사능, GMO, 화학식품 첨가물 문제 등 먹거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종합대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그래서 전국적으로 서명 캠페인을 시작하였다. 무상급식 정부 책임과 병행하여 먹거리 불안 해소를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은 당연한 일일 것이다.

 

먹거리 문제는 사람들이 가장 보편적으로 가깝게 위험을 느끼는 주제이다. 학교급식의 변화는 공공적인 측면에서 농업과 연계하여 먹거리 문제를 어떻게 풀어가야 하는지에 대한 해결의 실마리를 제공하였다. 그래서 이제는 먹거리 복지, 식량주권 등 먹거리 기본권으로 실천 의제가 확장되고 있다. 먹는 문제는 음식을 넘어선 소중한 철학과 가치가 포함되어 있다.

 

일부 정치인들과 보수적인 시민단체들이 친환경무상급식을 흠집내기 위해 잔꾀를 부리는 것을 보면서 순리를 거스르는 짓거리를 이제는 그만했으면 하는 생각이 든다.

최근에는 서울시교육청에서 친환경급식 식재료 사용비율을 낮추고 서울시친환경유통센터를 통한 식재료 공급을 경쟁입찰로 바꾸려는 지침을 발표하면서 이에 대한 대응을 하고 있다. 문용린 교육감이 어떤 생각으로 거꾸로 가는 친환경급식을 하려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급식업자들과 일부 보수단체의 입김에 휘둘리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연초에 서울시 광역친환경급식통합지원센터의 운영위원으로 참석하면서 2014년에는 학교급식에 공급되는 가공식품을 개선할 것이라는 계획을 확인했다. 쉽지 않은 일이지만 불가능한 일도 아니다. 영양교사와 학부모들의 노력으로 가공식품까지 친환경으로 사용하고 있는 학교 사례가 있기 때문이다.

 

좋은 먹거리를 우리아이들에게 먹이는 것보다 중요한 일이 무어란 말인가? 바쁜 일상 가운데도 내가 먹거리 운동에 적극 참여하고 있는 이유가 분명하다.

 

 <이 글은 학부모신문에 실은 글을 일부 수정한 것임- 2014년 1월13일, 보리아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