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은희망이다/교육이야기
[희 망 칼 럼] 점수 없는 학교로 가는 길
보리아빠 이원영
2015. 9. 14. 13:06
[희 망 칼 럼] 점수 없는 학교로 가는 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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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수정(재불 작가 번역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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ㅣ 기사입력 |
2015/09/06 [1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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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교육계에선 수년전부터 학교에서 '점수'를 없애는 개혁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어 왔다. 어떻게 하면
'평가'가 엘리트 학생들을 걸러내고, 나머지는 도태시키는 시스템에 봉사하는 도구가 아니라, 학생들에게 상처주지 않으면서, 동시에 그들이 진보할
수 있게 할까? 숫자로 인간을 적나라하게 서열화 시켜버리는 '점수'에 대한 고민의 출발은 바로 여기에 있다. 정부는 전문가
그룹에 이 문제에 대한 연구보고서 작성을 요구했고, 이미 점수를 없앤 중학교들의 사례를 경청했다. 금년 2월 제출된 보고서에서 연구자들은
만장일치로 점수를 없애는 것이 학생들에게 더 도움이 되며, 중학교 졸업자격시험도 폐지하는 것이 마땅하다는 결론을 냈다. 점수를 없앤 한 중학교의
사례는 점수가 학생들과 교사들을 얼마나 왜곡시켜 왔는지, 그것을 없애는 것만으로 얼마나 달라질 수 있는 지를 확연히 보여준다. 한
교사가 자발적으로 점수를 없앴고, 그 후 점수 때문에 더 이상 실망하고 좌절하는 학생들을 볼 수 없게 되자, 2년 만에 학교 전체가 점수를
없애기로 한다. 대신 빨간 색연필과 초록 색연필이 등장했다. 교사들은 시험을 보고 점수를 매기는 대신, 평소 아이들의 학습능력을 살피면서, 그
아이들이 이해에 도달한 항목과 그렇지 못한 항목을 초록색과 빨간색으로 구분하여 3개월에 한 번씩 아이들과 학부모들에게
전한다. 점수가 사라지자, 모두가 스트레스에서 놓여났다. 아이들은 물론이고, 교사와 학부모들까지. 점수가 없으니 아이들 간에
서열도 사라졌다. 아이들은 자신들을 모욕하려고 존재하는 것 같았던 시험과 점수로부터 해방되었지만, 자신이 모르는 것을 알기 위해 집중하게
되었다. 교사들의 기쁨도 학생들의 그것에 못지않았다. "우린 더 이상 심판관도 아니고 감시자도 아니다. 다만 아이들의 공부를 적극적으로 도와주는
조력자가 된 것이다." 한 교사의 증언이다. 아이들도 교사의 바뀐 역할을 금방 알아차렸다. 점수를 없애면 하향평준화된다는 우려는 완전한
기우였다. 점수를 대신했던 초록색, 빨간색의 표식은 공부를 잘하는 아이들에게는 자신의 취약점을 더 잘 알게, 어려움을 겪던 아이들에게는 용기를
잃지 않고 노력하게 해주었다. 그 결과 중학교 졸업능력평가 시험에서 70%의 합격률을 보이던 이 학교 학생들의 합격률은 93%로 껑충 뛰어
올랐다. 교사들은 더 이상 아이들을 분류하지 않게 되었고, 아이들은 반 아이들과 경쟁하는 대신 자신의 어제와 오늘을 두고 경쟁할 수 있게
되었다. 자율의 키가 쑥 자라게 된 것은 물론이다. 이 중학교에서 이뤄진 실험은, 대부분의 공립 초등학교에서 이미 진행되고 있는
일이다. 지금 초등학교 4학년인 나의 딸도 같은 방식의 평가를 받는다. 나를 포함해서 많은 사람들은 중학교에서도 계속해서 점수 없는 학교를
기대한다. 그러나, 정부는 모든 중학교에서 점수를 폐지하는 정책을 집행하지 못하고 있다. 기업을 위한 엘리트를 키우고 골라내는 기존의 학교의
역할을 감히 배반하지 못하는 것이다. 그러나, 교육부의 결정이 없어도 점수 없는 학교는 만들어질 수 있다. 길이 있어서 사람들이 다니기도
하지만, 때로는 사람들이 걷다 보니 길이 생겨나기도 하는 법이니. *이글은 주간 교육희망에서 퍼왔습니다. 이 글의 필자는 현재 프랑스에 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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