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영의마지막승부2022

[이원영의 사람산책 4] 동자동쪽방공동체 대표에서 새로운 출발을 준비하는 김창현 형, 슬픈 인생을 희망으로.​

보리아빠 이원영 2022. 5. 4. 15:18

[이원영의 사람산책 4] 동자동쪽방공동체 대표에서 새로운 출발을 준비하는 김창현 형, 슬픈 인생을 희망으로.

사라졌다, 나타나기를 반복했다.

어떨 때는 감옥으로, 어떨 때는 병원으로.

지금은 동자동쪽방촌을 떠나 고척동 공공주택에 입주했다.

김창현 형을 만난지는 벌써 꽤 오래되었다. 퀵서비스노동조합 활동을 할 때는 제법 멋진 활동가였다. 어느날 알게되었다. 형한테는 말못할 아픔과 병이 있다는 것을.

정신병이 있고 알콜의존증이 심해지면서 동자동사랑방 대표일도 어느 날 그만두었다.

안타까운 소식만 듣고 못만난지 오래되었는데 작년 겨울쯤에 연락이 왔다.

군고구마 장사를 하려고 하는데 돈이 필요하니 보내달라는 것이었다. 얼마가 필요하냐고 하니 30만원이 필요하다고 했다.

여기 저기에서 노점 단속을 당해 결국 용산 남영역에서 군고구마를 팔았다. 통장이 없는 형에게 내통장 번호를 알려줬다. 매일 5000원 군고구마 값이 속속 입금되었고 그 돈은 어떨때는 고구마구입비, 가스비로, 나머지는 돈의동공제조합으로 차곡차곡 입금시켰다.

겨울이 지나자 군고구마를 찾는 손님이 없어서 형은 장사를 그만두고 새로 할 일을 알아보고 있다.

엊그제 선거사무실 개소식에 참석해서는 장문의 응원글을 남겼다.

“이원영은 정말 좋은 사람입니다. 나에게는 하늘과 같은 존재이기도 합니다. 저한테 잘해줘서가 아니라 그간 살아오면서 어려운 약자들을 위해서 엄청난 일들을 해왔기 때문입니다.

<중간생략>

특히, 저와같이 대한민국의 최저빈곤생활을 하는 동자동쪽방촌의 운영체 동자동사랑방의 운영위원을 근 10년동안 활동해왔습니다.

인간 이원영은 반드시 해낼겁니다. 당선이 되더라도 기존 정치인처럼 초심을 잃지 않고 가장 약자들을 위해 끝까지 함께 할 것입니다. 믿어주십시오.

전 동자동사랑방 대표 김창현”

내게 극찬을 한 형에게 나는 과연 어떤 존재였을까? 사실은 잔소리도 꽤 했다. 왜냐하면 형을 보면 작년에 갑자기 세상을 떠난 동생이 더 생각나기 때문이었다.

형이 갑자기 선거운동을 도와주겠다고 하는데 사실은 부담이 되었다. 형의 앞뒤 안가리는 무모한 행동이 걱정되었다.

그래도 지난 겨울 군고구마 장사할 때부터 거의 술을 입에 대지 않았단다. 그리고 살고 있는 공공주택 옥상에 텃밭농사를 짓고 있단다.

어제 오늘 함께 다녀보면 형의 건강이 많이 좋아진 게 느껴진다. 살살 걷는 것도 힘들어했었는데 지금은 한두시간 이상을 걸어도 전혀 지치지 않을 정도이다.

무슨 일거리를 줄 수 있을까? 걱정반 기대반.

형의 삶을 보면 인생의 굴곡이 대관령 고개보다 더 심하다는 생각이 든다.

제발 제발 건강하게 많이 웃으면서 아프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