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밭갈기
#청소
보리아빠 이원영
2022. 8. 29. 18:44
청소
어릴 때 성자가 된 청소부라는 책을 읽었다.
나도 지구를 청소하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청소는 얼마나 성스럽고 멋진 일인가
지저분한 것들을 빗자루로 쓸고 걸레로 닦아내면
마음도 함께 깨끗해지는 감동이 있을거라 생각했다
어찌어찌하다 어른이 된 이후에
동네 곳곳을 다니며 청소하는 일을 하게 되었다
주말 아침에 청소할 집에 도착하면
오늘 할 일은 고되겠구나,
오늘은 좀 쉽겠구나 가늠이 되었다
묵은 때를 뻑뻑 지우며
내 안에 있는 것들도 하나 둘
씻겨나가는 것 같았다
밝게 변한 공간을 바라보는 일은 행복했다
청소라는 노동은 참 신성한 일이다
누군가의 아픔이 새겨진 공간에
소중한 손길이 닿으면
그곳에 사는 이의 마음도 밝아질까
청소하고 돌아와서는
걱정이 내 옷에 덕지덕지 묻어 있었다
삶의 조건이 변하지 않으면
그 사람의 공간은 다시 더러워져 있을까봐
아픔이 치유되지 않으면
그 사람의 공간은 다시 청소가 필요할까봐
짙은 그림자를 가져온 날들이 더 많았다
그 공간에 사람이 남아있었기에 더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