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 아직 늦지 않았다 - 서울시의회는 학생인권조례 폐지 중단하라! 국회는 학생인권법으로 답하라!
[성명] 아직 늦지 않았다
- 서울시의회는 학생인권조례 폐지 중단하라! 국회는 학생인권법으로 답하라!
지난 4월 26일, 서울시의회는 서울학생인권조례 폐지안을 통과시켰다. 서울시민 9만 7천여 명의 서명을 받은 주민발의로 제정되어 지난 12년 동안 서울 학생의 인권을 법규로 보장하고 권리침해 시 이를 구제할 근거가 되었던 조례가 사라질 위기에 처한 것이다. 4월 24일 충남학생인권조례 폐지안이 충남도의회에서 가결된 데 이어 참담한 소식이었다.
서울시의회 국민의힘 의원들은 혐오세력의 주장에 적극 편승하여 조례 폐지 시도를 이어왔다. 지난해 말 12월 18일 법원으로부터 ‘조례 폐지안’의 수리 및 발의 행위에 관한 집행정지 명령을 받은 상태이기도 했다. 그럼에도 국민의힘 의원들로만 구성된 인권특위에서 조례 폐지안을 긴급 통과시키고, 불과 3시간도 안 돼 역시 국민의힘 의원들만 본회의 표결에 참여한 가운데 조례 폐지안을 통과시켜버렸다. 민주주의 정치가 담보해야 할 절차적 정당성마저 스스로 내팽개친 날치기 폭거나 다름없었다.
서울학생인권조례는 학생도 동등한 시민이자 인간으로서 그 존엄과 가치를 실현하며 학교생활을 할 수 있도록 권리의 내용과 인권 보장 시스템을 명시하고 있다. 상위법인 헌법과 국제인권협약, 초·중등교육법이 보장한 학생인권을 자치법규로서 보완하고 구체화한 것이다. 학생인권조례 이후 서울 학교 현장에는 폭력과 규제, 차별적 생활지도가 줄었고 학생과 교사가 상호 존중하는 학교 문화도 확산되었다. 그러나 여전히 조례의 존재조차 모르는 학생이 많고 조례 내용을 위반하는 생활규칙도 버젓이 존재한다는 보고가 있는 만큼 서울시의회는 학생인권조례가 학교 현장에 안착할 수 있도록 오히려 지원을 강화했어야 한다. 그런데 서울시의회 국민의힘 의원들은 뚜렷한 근거와 명분도 없이 조례를 폐지시켰다.
조례가 폐지되면 기본적 신체의 자유를 포함하여 차별받지 않을 권리, 표현의 자유, 참여권과 같은 인권을 침해당하는 일을 겪는 학생들을 구제할 공적인 근거와 기구가 모두 사라지게 된다. 학생인권이 더욱 폭넓게 보장되도록 하고 이를 통해 학교 구성원 모두가 인권 친화적으로 협력하며 살아갈 수 있도록 만드는 기반 조성과 지원 역시 멈춘다. 지난해부터 교육정책의 실패가 낳은 학교 현장의 어려움이 터져 나오자, 윤석열 정부와 교육당국은 스스로의 무능과 무책임을 반성하기는커녕 문제를 오직 학생인권 탓으로 떠넘겨왔다. 교사 개인에게만 온갖 책임을 짊어지게 한 ‘독박교실’의 문제를 해결할 방안을 찾아야 할 때, 외려 교사와 학생·양육자 간의 전쟁만 부추기는 데 앞장섰다. 서울시의회 국민의힘 역시 교육 주체 간 갈등을 부추기면서 인권을 폐지할 수 있다는 참담한 전례를 만든 일을 정당화하고 있다.
서울학생인권조례는 아직 사라지지 않았다. 교육감의 재의 요구와 재표결 등의 절차가 남아 있다. 서울시의회와 조희연 교육감은 인권이 폐지될 수 있다는 역사가 남겨지지 않도록 마지막 최선을 다하길 바란다.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인권이 폐지되거나 후퇴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할 책임이 국회에도 있다. 22대 총선에서 다수 의석을 점유한 민주당의 총선 공약에는 학생인권법 제정이 포함돼 있다. 우리는 학생인권조례의 존치를 바라는 시민들과 함께, 모두의 존엄이 보장되는 교육과 사회를 위해 서울시의회와 22대 국회의 선택을 지켜볼 것이다.
2024년 4월 29일
학생인권법과 청소년인권을 위한 청소년-시민 전국행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