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칼럼]‘고엽제 매몰’ SOFA 개정하라
고엽제 공포가 시민들을 긴장시키고 있다. 1978년 미군에 의해 최소 50t에 이르는 엄청난 양의 고엽제가 경북 칠곡의 미군부대에 불법으로 매몰된 것이다. 30여년이란 긴 세월이 흐르는 동안 우리 정부를 비롯해 아무도 그 사실을 알지 못한 가운데 많은 지역주민들이 암으로 세상을 떠나거나 고통을 받아왔다. 주권국가인 대한민국에서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었는지에 대한 의문과 함께 분통 터질 일이 아닐 수 없다.
사실이 드러난 것은 불법 매몰의 당사자인 미군 당국이나 국민들의 생명과 건강을 책임져야 할 한국 정부에 의해서가 아니라 당시 매몰에 참여한 한 퇴역 미군병사의 증언에 의해서다. 만약 그의 증언이 없었다면 이 사건은 영원히 묻혀버렸을 것이고, 더 많은 시민들이 원인 모를 병에 시달려야 했을 것이다.
뒤늦게 한국 정부와 미군, 지역주민이 함께하는 공동조사가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조사에 참여한 시민단체 관계자의 말을 빌리면 이것은 공동조사라기보다 현장공개 수준에 불과하다. 30여년간 감추어진 비밀이 과연 이번 공동조사에서 백일하에 드러날 것인지 귀추가 주목된다. 그리고 고엽제에 의한 토양과 지하수 오염 등에 대한 정화의 책임을 누가 질지도 불확실하다.
상식으로 이해한다면 환경문제 해결의 가장 기본이 되는 ‘오염자 부담 원칙’에 따라 미군 당국이 모든 책임을 지는 것이 당연하다. 그러나 그 당연한 것이 현실화될지에 대해서는 아무도 장담을 할 수 없다. 그간 미군기지 유류오염 문제를 비롯해 미군기지 이전에 따른 기지 내의 각종 오염물질 정화 문제로 한국과 미국, 정확히 말한다면 녹색연합을 비롯한 한국의 시민단체와 미군 당국 간에 심각한 갈등이 있어 왔다. 그러나 거의 대부분의 경우 오염 정화 비용은 한국 정부가 부담하고 말았다. 왜일까?
그것은 바로 한·미 간에 맺어진 불평등한 한·미 주둔군지위협정(SOFA) 때문이다. SOFA에는 오염자 부담 원칙이 분명 있지만, 주한미군은 협정에 규정된 ‘인간 건강에 급박하고 실질적인 위협을 초래하는 오염의 치유를 신속하게 수행한다’는 조항을 들어 대부분 환경 문제가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책임을 회피해 왔고, 정화 비용과 배상을 비롯한 모든 책임을 한국 정부가 떠안고 말았던 것이다. 결국 한국 정부가 미국과의 불평등한 협정을 용인함으로써 미군에 의한 심각한 환경오염과 피해에 대해서도 책임을 물릴 수 없게 된 것이다.
이 때문에 이번 고엽제 불법 매몰에 대한 책임과 피해보상을 두고 한국과 미군 사이에 첨예한 갈등이 빚어질 것이라 예상된다. 미군 당국은 그간의 전례를 들며 이번에도 책임을 회피하려 들 가능성이 크다. 한국 정부도 미국의 눈치를 보며 형식적인 조사에는 참여하되 미군에 책임을 강하게 추궁하지 못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그렇게 되면 이번에도 우리 국민이 낸 세금으로 오염물질을 정화하고, 주민피해에 대해 보상을 하는 안타까운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하지만 나는 이번 사건에 대한 책임, 다시 말해 고엽제 불법 매몰로 인한 오염과 피해에 대한 철저한 조사와 더불어 오염물질의 정화와 주민피해에 대한 배상 책임은 전적으로 미군 당국에 있음을 분명하게 강조한다. 이 사건은 일상적인 SOFA 규정의 범위를 벗어나는 범죄행위에 의한 것이며, 피해 내용도 인간 건강에 급박하고 실질적인 위험을 초래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정부는 이러한 사실을 명확히 해야 하며, 나아가 이 사건을 불평등한 SOFA를 개정하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최승국 | 시민운동가>
사실이 드러난 것은 불법 매몰의 당사자인 미군 당국이나 국민들의 생명과 건강을 책임져야 할 한국 정부에 의해서가 아니라 당시 매몰에 참여한 한 퇴역 미군병사의 증언에 의해서다. 만약 그의 증언이 없었다면 이 사건은 영원히 묻혀버렸을 것이고, 더 많은 시민들이 원인 모를 병에 시달려야 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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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식으로 이해한다면 환경문제 해결의 가장 기본이 되는 ‘오염자 부담 원칙’에 따라 미군 당국이 모든 책임을 지는 것이 당연하다. 그러나 그 당연한 것이 현실화될지에 대해서는 아무도 장담을 할 수 없다. 그간 미군기지 유류오염 문제를 비롯해 미군기지 이전에 따른 기지 내의 각종 오염물질 정화 문제로 한국과 미국, 정확히 말한다면 녹색연합을 비롯한 한국의 시민단체와 미군 당국 간에 심각한 갈등이 있어 왔다. 그러나 거의 대부분의 경우 오염 정화 비용은 한국 정부가 부담하고 말았다. 왜일까?
그것은 바로 한·미 간에 맺어진 불평등한 한·미 주둔군지위협정(SOFA) 때문이다. SOFA에는 오염자 부담 원칙이 분명 있지만, 주한미군은 협정에 규정된 ‘인간 건강에 급박하고 실질적인 위협을 초래하는 오염의 치유를 신속하게 수행한다’는 조항을 들어 대부분 환경 문제가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책임을 회피해 왔고, 정화 비용과 배상을 비롯한 모든 책임을 한국 정부가 떠안고 말았던 것이다. 결국 한국 정부가 미국과의 불평등한 협정을 용인함으로써 미군에 의한 심각한 환경오염과 피해에 대해서도 책임을 물릴 수 없게 된 것이다.
이 때문에 이번 고엽제 불법 매몰에 대한 책임과 피해보상을 두고 한국과 미군 사이에 첨예한 갈등이 빚어질 것이라 예상된다. 미군 당국은 그간의 전례를 들며 이번에도 책임을 회피하려 들 가능성이 크다. 한국 정부도 미국의 눈치를 보며 형식적인 조사에는 참여하되 미군에 책임을 강하게 추궁하지 못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그렇게 되면 이번에도 우리 국민이 낸 세금으로 오염물질을 정화하고, 주민피해에 대해 보상을 하는 안타까운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하지만 나는 이번 사건에 대한 책임, 다시 말해 고엽제 불법 매몰로 인한 오염과 피해에 대한 철저한 조사와 더불어 오염물질의 정화와 주민피해에 대한 배상 책임은 전적으로 미군 당국에 있음을 분명하게 강조한다. 이 사건은 일상적인 SOFA 규정의 범위를 벗어나는 범죄행위에 의한 것이며, 피해 내용도 인간 건강에 급박하고 실질적인 위험을 초래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정부는 이러한 사실을 명확히 해야 하며, 나아가 이 사건을 불평등한 SOFA를 개정하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최승국 | 시민운동가>
경향신문 입력 : 2011-05-26 19:49:19ㅣ수정 : 2011-05-26 19:4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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