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이야기

용산주민들의 힘으로 화상 경마장 막아낼 수 있을까?/이원영 칼럼

보리아빠 이원영 2013. 5. 23. 01:13

용산주민들의 힘으로 화상 경마장 막아낼 수 있을까?

주민들의 반대 목소리를 그냥 당연하다고 보지 마라




용산구 원효로 성심여중, 성심여고 부근에 화상경마장이 9월에 입점한다고 한다. 어느 건물인가 직접 찾아가 보았다. 용산 전자랜드 부근에 커다란 18층짜리 신축건물이 우뚝 서 있다. 건물외벽에 구멍이 뽕뽕 뚤린 디자인. 카지노 같은 도박장에는 창문, 거울, 시계가 없다고 하는데 이 건물도 도박장용으로 설계된 것인지 아래층만 빼고 창문이 안보인다.

마사회에서는 왜 학교부근 주민 거주 밀집 지역에 이런 화상경마장을 설치하려고 하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마사회는 수익을 많이 내서 뭐하려고 하는가?

경마장 매출 7조9천억원은 서민들 쌈짓돈?

화상경마장은 마권장외발매소라고도 부른다. 마사회에서 운영하는 경기도 과천시에 있는 경마장이 말이 경주하는 것을 직접 볼 수 있는 곳이라면 화상경마장은 화면으로 경주하는 것을 보면서 일종의 돈을 걸고 내기를 하는 곳이다. 그래서 합법적인 도박 경마장이라고 할 수 있다. 마사회 1년 매출이 과연 얼마일까 궁금하다. 언론보도를 검색해보니 금방 알 수 있다. 2012년 매출이 무려 7조9천억원이란다. 가히 천문학적인 규모이다. 요즘에 인기리에 팔리고 있는 연금복권 판매액이 3천200여억(2011년 기준)원이라고 한다. 경마장을 이용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수입이 일정치 않고 살기 어려운 서민들이다. 왜 가난한 사람들이 투기를 선호할까? 조영관은 책 ‘생존을 위한 금융경제의 비밀 26’에서 그 이유를 설명하고 있다.

 

“스스로 경제적인 여유가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일확천금과 요행을 바라며 위험한 투기를 하는 공격형이 많다. 어차피 현재가 불리한 상황이고 자신이 손해를 보더라도 더 불리해질 게 없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한 번 홈런을 치면 대박을 얻을 수 있다고 나름대로 판단하는 것이다. 그래서 수익이 높다는 말에 유혹되어 주식에 투자했다가 하루아침에 패가망신하는 사람이 많다. 반면에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는 사람들은 위험이 있는 투기 대신 금리가 낮은 은행이나 안정형 펀드를 더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경마장 매출이 돈없는 서민들 주머니를 털어서 생긴 것이라는 사실에 이의를 달 사람은 없을 것 같다.


불법 도박을 부추기는 공공기관 사행산업

 

도박은 중독성이 강하다. 도박에 빠지면 패가망신할 뿐 아니라 수억대의 도박 빚은 각종 흉악범죄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도박해서 돈 버는 사람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대부분 잃게 마련인데 그 규모가 단순한 오락 수준을 넘어서면 빠져나 올수 없는 늪이 된다. 우리나라에서 허가 받지 않은 도박은 불법이다. 공공기관에서 운영하는 복권, 경마, 경륜, 경정 등이 일반 국민들이 쉽게 접할 수 있는 도박산업이다. 이런 공공기관 사행산업의 1년 수입은 조세수입, 기금수입 합쳐 4조4천억원 정도라고 한다. 그러면 불법 도박산업은 얼마나 될까? 불법 도박산업 규모가 무려 75조원이라고 한다. 그렇지만 이런 불법도박으로부터 국민들을 보호하기 위한 사법기관의 감시는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

정부의 도박 중독예방 치유 노력은 어느 정도일까? 정부의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와 사행산업사업자가 각각 중독예방·치유센터를 운영하지만 그 효과가 가시적으로 나타나지 않고 있다고 비판을 받고 있다. 국회 예산정책처가 최근 발표한 '공공부문 사행산업 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2011년 사행산업 중독예방·치유 관련 총 예산규모는 고작 145억원으로 공공부문 사행산업 순매출액 6조4754억원 대비 0.22% 수준이다. 미국과 캐나다, 호주 등 주요 선진국의 경우 1.5%대인 점을 감안하면 매우 낮은 수준이다. 예산정책처 보고서는 정부차원의 공공부문 도박산업에 대한 관리감독도 부실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실로 국민들의 도박을 부추기며 예방과 치유는 매우 소홀히 하는 사회라고 할 수 있다.

마사회 건물이라 한번 들어서면 안 옮긴다고

 

성심여중고 부근으로 경마장이 이전한다는 소식을 접하고 동네 사람들의 경마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경마장이전 반대 주민대책위를 꾸렸고 서명을 받아보니 반응이 뜨겁다. 일주일도 안되어 5천명 가까운 주민들이 서명에 참여를 했다. 경마장 이전 예정지 부근의 아파트 단지, 초중고 학부모회에서 서명운동을 진행하고 있다.

 

 

 

 

“제가 경마장 부근에 살아봐서 아는데요. 절대로 안됩니다. 돈 잃고 나오는 사람들 마음이 어떨지 안봐도 뻔하지요”

“경마장에서 몇 년간 경비일을 해봤어요. 경마장 주변이 쓰레기도 많아지고 엉망이 되요.”

“아이를 키우는 부모입장에서 무조건 반대 할 수 밖에 없어요. 학교 주변에 경마장이 들어서는 것은 말도 안됩니다.”

 

용산지역 교육단체인 용산교육희망네트워크의 경마장 반대 현수막이 걸린 것을 보고 주민들은 한 목소리로 반대의견을 표시하고 있다. 용산지역 주민들과 학부모들이 더욱 우려하는 것은 올해 9월에 이전하는 화상경마장 건물이 마사회 소유 건물이기 때문이다. 한번 들어서면 100년, 200년 옮길 일이 없다는 것이다.

 

“우리 아이들에게 당장 안 좋은 영향을 미칠 것은 뻔하고 그 건물이 마사회 소유니까, 자녀들이 성인이 되어서도 화상 경마장을 쉽게 이용할 수 있는 게 더욱 문제이죠”


박근혜 대통령은 이 사실을 알까?

분명히 공무원들이나 마사회 측에서는 화상경마장 이전이 법적으로 문제없다는 이야기를 할 것이다. 건축허가, 준공허가 다 받았으니 말이다. 그리고 화상경마장이 용산구에만 있는 것도 아니니까. 어쩌면 경마장 이전 철회를 위해서는 결국 정치적인 판단이 필요할 수도 있다.

그런데 주민들 반대로 경마장이 못 들어선 사례가 있다고 한다. 순천, 원주, 부천 등에서 마사회는 주민들에게 승복하고 입점을 철회했다. 지역 주민들이 10년 가까이 싸워서 어렵게 막아내기도 했으니 마사회가 쉽게 물러설 것 같지는 않지만 그래도 성심여중고 학부모들은 막아낸 사례가 있다고 하니 희망을 가져볼 만하다고 이야기 하고 있다.

아무리 법적으로 문제가 없어도 우리나라는 민주주의 국가이다. 국민들이 주인인 나라인 만큼 주민들이 반대하면 당연히 재고해야 한다.

경마장 반대 주민대책위 회의를 하다가 청와대에 민원을 넣은 성심여중 학생 이야기도 나왔다. 참으로 대견한 학생이라는 말이 나오자 한 학부모가 마사회 관할 부처인 농림축산식품부 뿐 만 아니라 청와대에도 주민들의 민원을 넣자는 제안을 했다.

성심여중고는 박근혜 대통령의 모교이다. 과연 박근혜 대통령이 자신의 모교 200여미터 인근에 도박경마장이 들어선다는 사실을 접한다면, 학부모, 학생들이 대통령에게 경마장 입점을 막아달라고 부탁한다면 어떻게 반응할지 자못 궁금해진다.

용산구 경마장 반대 주민대책위에서는 우선 1차로 1만명 주민서명을 추진할 계획이다. 청와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대통령 면담요청을 할 지도 모른다. 그만큼 학부모들과 주민들은 경마장 입점 철회 마음이 간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