꺾이지 않을 결심 / 김해자 보름여 영하 10도가 넘어가던 즈음, 털이 젖어 몸에 딱 달라붙은 깡마른 고양이가 빙판길을 올라갔다. 어디를 다쳤는지 걷는 것도 비칠비칠 부자연스러웠다. 눈더미 위에서 저를 보는 시선을 느꼈는지 고양이가 뒤돌아봤다. 눈동자에도 생기가 없었다. 나무와 풀도 눈 뒤집어쓰고 찬바람 맞고 있는 지금은 혹한의 한복판, 러시아의 침공이 우끄라이나를 넘어 이 산골까지 들어와 있다. 나는 안다. 기름이 비싸서 스티로폼 매트를 여기저기 깔아놓고 전기장판으로 겨울을 나는 이웃들을. 혈색 좋다고 하기엔 볼이 터질 것처럼 붉은 얼굴들을. 나는 본다. 식당에서 설거지하고, 쿠키를 포장하고, 박스를 접는 등 알바를 서너개씩 하며 이 겨울을 보내는 사람들을. ‘이대로 살 순 없지 않느냐’며 죽음을 생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