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수위 이른 고교별 학력격차
[매일경제 2007-05-20 20:38]
한국교육개발원이 내놓은 '학교 교육 수준 및 실태 분석' 보고서에서 밝혀진 고등학교 학력 격차는 1974년 고교 평준화 이래 30여 년간 누적돼온 적폐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읽기ㆍ수학ㆍ과학 3개 과목 시험에서 평균 점수가 80점대인 학교가 있는가 하면 20점대에 불과한 학교도 나왔다.
정부가 '고교 서열화 염려'를 이유로 수능 점수마저 감추기 급급하고 여전히 3불 정책 홍보에만 열을 올리고 있지만 학교 간 학력 격차는 이미 위험수위에 도달했음이 입증된 것이다.
대학입시에서 서울 강남지역 학생들이 우대를 받고 있다는 의혹이 끊임없이 제기되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에서다. 주요 대학들이 입시 전형에서 본고사 부활을 요구해 온 이면에는 학교 간 격차를 무시한 등급별 내신에 대한 불신이 깔려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정부는 이러한 현실을 도외시한 채 대학입시에서 '공교육 활성화'를 이유로 내신 반영 비율을 높이는 데만 급급하고 있다.
결국 수험생들은 불평등한 점수 계산법으로 인해 대입에서 공정한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 부모 경제적 배경 따라 차이
= 한국교육개발원 분석에 따르면 학교 간 학력 격차를 의미하는 과목별 편차(분산)는 △읽기 능력 31.7% △수학 능력 19.4% △과학 능력 23.9%였다.
분산이 클수록 학력 차이가 큰 것을 의미한다. 초ㆍ중학교는 학교 간 학력차가 10% 내외로 나온 점과 비교하면 상당히 큰 차이다.
지역 간 학력차도 컸다.
읽기능력에서 가장 높은 평균 점수를 기록한 광역시 고교에 비해 읍ㆍ면 지역 고교 평균 점수는 무려 19점 가까이 떨어졌다.
같은 지역 간 고교 학력 차이를 의미하는 표준편차도 마찬가지였다. 수학 평가에서 중소도시 평균 점수는 50.3점이었는데 표준편차가 무려 12.52점이나 됐다.
연구진은 이에 대해 "서울 강남과 강북 지역, 도시 지역과 읍ㆍ면 지역 학교 간 격차가 크다"며 "상급학교로 올라갈수록 학교 간 격차가 심화되는 현상도 뚜렷하다"고 분석했다.
보고서는 이 같은 학력 격차를 초래하는 주요 원인 중 하나로 학부모와 학교가 속한 사회ㆍ경제적 배경을 꼽았다.
결국 지역에 따른 사교육비 격차와 거주 지역별 공교육 또는 학부모의 자녀 지원 정도에 따라 교육 격차가 고착된다는 염려가 사실로 확인된 것이다.
실제로 서울시에서는 학교가 받은 교육 보조금이 자치구에 따라 한 해 평균 최대 12배 이상 차이나기도 했으며, 최근 수년간 경력이 부족한 신임 교사가 교육 환경이 낙후한 일부 지역에만 집중되기도 했다.
◆ 학업성취도 학교평가에 포함을
= 학교 간 학력 격차가 심각한 상황이라는 것이 밝혀진 만큼 본고사와 고교등급제를 금지한 3불 정책 폐지 논란은 가열될 전망이다.
대학 관계자들은 아예 본고사를 부활하면 고교등급제는 사실상 무의미해지기 때문에 대학에 학생 선발 자율권을 달라는 요구가 많다.
교육여건과 가정환경 차이 등으로 어쩔 수 없이 교육 불이익을 받고 있는 농어촌지역 등 학생을 위한 지역균형선발 등 다양한 보완장치와 전형제도를 도입하면 본고사로 인한 부작용이 그리 크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강태중 중앙대 교육학과 교수는 "고교 간 학력 차이는 엄연한 사실"이라며 "대학 전형에서 고교 간 학력차를 고려할 수 있도록 제도가 마련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박도순 고려대 교육학과 교수는 "학교 간 학력 차이는 이미 다 아는 사실"이라면서도 "고교등급제를 학교 평균만을 가지고 하면 개인 간 차이를 도외시하는 결과를 낳고, 졸업생 성적을 기준으로 하면 또 다른 '연좌제'기 때문에 그 또한 불합리하다"며 고교등급제 도입에 신중론을 폈다.
이와 함께 읍ㆍ면 지역 등 상대적으로 학력이 열세인 고교를 위한 대책 마련도 시급한 과제로 확인됐다. 윤종건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장은 "학력은 그 지역 사회ㆍ경제적 지위에 따라 좌우된다"며 "결국 교육 재정 격차를 줄이는 데 정책적인 배려가 우선적으로 이뤄져야한다"고 주문했다.
연구진이 학교 평가에 학업성취도를 포함시킬 것을 조언한 대목도 주목된다.
보고서는 "현재 학교 평가는 사회적인 파장을 두려워해 학업 교육 성과 중 학업성취도를 포함하지 않고 있다"며 "학교 교육에서 가장 중요한 성과인 학업성취도를 학교 평가에서 고려해야 한다"고 제언하고 있다.
[김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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