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고 싶다” 484일간의 절규…KTX 여승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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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전인 26일 정부가 공공부문 비정규직 종합대책을 발표했지만 직접고용을 요구하며 1년 넘게 힘겨운 싸움을 벌여온 KTX 여승무원들에 대한 대책은 들어있지 않았다.
“애초에 기대를 하지 않았어요. 4월에 만들어진 실무추진단 보고서에도 빠져 있었거든요. 혹시나 하는 기대는 다들 가지고 있었지만….”
대답은 차분했지만 민씨의 목소리에서는 아쉬움이 묻어났다.
농성 484일차. 지난해 봄 ‘불법파견 취소와 직접고용’을 요구하다 해고된 뒤 KTX 여승무원들은 지금까지 이곳에서 합숙생활을 계속하고 있다. 1년을 훌쩍 넘긴 길고 고통스러운 싸움을 거치면서 처음 380명에 이르렀던 동료들은 이제 72명밖에 남지 않았다.
지난 1년여간 천막농성에서부터 마라톤 회의, 집회와 기자회견, 1인시위와 인권위 진정 등 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동원했다. 하지만 철도공사 측은 꿈쩍하지 않았다. 비정규직이라도 좋으니 열차에 타게만 해달라던 이들의 요청도 끝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농성이 길어지면서 경제생활은 말 그대로 ‘파산’ 지경이 됐다. 지난해 5월 용역업체로부터 일괄 해고통보를 받은 뒤 이들이 손에 쥐었던 돈은 석달치의 실업급여뿐. 양말을 팔았고 나물도 팔았다. 북한산 술이 잘 팔린다고 해서 그것도 가져와 팔았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뿐이었다. 투쟁기금은커녕 생활비도 부족했던 이들은 얼마전부터 철도노조 정규직 사원들의 후원금을 70만원씩 받으며 그나마 안정을 찾아가고 있다.
민씨는 “모두 너무 오랫동안 고통을 받아서 상처밖에 남지 않았다”며 “이제는 현장으로 돌아가 일할 수 있기만을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이호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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