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영의 '교육돋보기']
17대 국회 유일한 개혁법, 사학법의 슬픈 운명
2007-07-10 ㅣ이원영 / 최순영의원 정책 보좌관
▲ 7월 3일 6월 임시국회의 마지막 본회의가 열렸다. 사학법 개정에 반대하는 의원들이 연단을 점거하자 열린우리당 이주영 의원은 연단 앞쪽에서 법안을 설명하고 있다. ⓒ 민중의소리
지난 7월 3일 사립학교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의 국회의장 직권상정요청으로 임시국회 마지막 날 자정을 4분 앞두고 사학법이 다시 개정되었다. 지난 2005년 12월, 한나라당을 물리치고 개정된 사립학교법이 시행 1년도 채 되지 않아 쓰레기가 된 것이다.
우리나라의 사립학교는 세계 유례가 없을 정도로 많고, 수십 년간 교직원 인건비와 운영비를 국가로부터 지원받고 있다. 그래서 어느 누구도 공교육 기관임을 부인하지 못한다.
그런데 사립학교는 폐쇄적이고 비민주적인 학교운영으로 각종 비리의 온상이 되어왔고 그로 인해 학부모, 학생, 교사들은 숱한 고통을 받아왔다. 그래서 사학법이 개정된 것이었다. 핵심개정 내용은 족벌 사학 방지와 개방형 이사제였다. 민주적이고 투명한 사립학교운영은 우리나라 공교육 정상화에 너무도 필수적인 조건이기에 많은 국민들이 사학법 개정에 박수를 보냈다.
오랜 기간 사학재단으로부터 물심양면으로 도움을 받아온 한나라당은 사활을 걸고 사학법 재개정을 외쳤다. 그렇지만, 개방형 이사 도입 등 사학의 민주적인 운영은 거스를 수 없는 대세였고 대부분의 사학들이 개방형 이사제를 도입하고 있었다.
이런 와중에 열린우리당은 직권상정하여 통과시킨 법안을 폐기시키는 직권상정을 요구했다. 그래도 일말의 정치적 양심은 있는지 본회의장에서 열린우리당 정세균의장은 표결에 참여하지 않았고 장영달 원내대표는 기권했고 소위 범여권 후보들도 대부분 찬성표를 행사하지 않았다고 한다. 대권주자 가운데 유일하게 유시민의원만 노무현 대통령의 뜻을 받들어선지 찬성표를 던졌다. 재개정을 당론으로 정해놓고 찬성을 안 하다니 웃기는 사람들이다.
슬퍼한 자들과 기뻐한 자들은 누구?
사립학교법이 재개정되는 날, 누구보다도 가슴 아파했을 사람들이 있다. 사립학교 비리에 맞서 싸우다 해직된 교사들, 직원 그리고 재단의 부정부패에 씻지 못할 아픈 경험을 했던 수많은 학부모, 학생들이 있다.
사학비리 사례를 숱하게 접했고, 지금도 바라보고 있는 사람들은 슬펐고 너무나도 화가 났다. 사립학교가 조금이라도 민주적으로 바뀌길 희망하고 있었던 사람들은 아마도 같은 심정이었을 것이다.
사립학교가 공교육 기관이 아니라는 사람들의 부정한 논리가 왜 강한 것일까? 그들의 든든한 언덕인 한나라당의 힘이 왜 더 강할까? 왜 열린우리당은 유일한 개혁법인 개정사학법을 스스로 포기했을까? 안타깝지만 그것이 우리 정치의 현실이다. 아직도 변하지 않고 있는 우리 국회의 모습이다.
▲ 자료 : 교육인적자원부․한국교육개발원, 「교육통계분석자료집」, 2005년
▲ 자료 : 교육인적자원부(2005년)
개방형 이사제 도입을 반대한 한나라당은 부패방지법 개정도 반대했다. 현행 부패방지법에서 사립학교는 공공기관이 아니다. 그래서 현행 법체계에서 사학비리를 제보한 내부고발자를 보호할 수가 없기 때문에 국가의 재정지원으로 운영되는 사립학교를 공공기관에 포함하는 법안이 제출되었고 지난 국회에서 논의되었지만 한나라당의 반대로 통과되지 못했다. 이런 사실을 보면 한나라당은 확실히 부패세력 옹호정당임이 분명하다.
사립학교가 공교육기관이라는 강한 믿음으로
1년 넘게 국회를 멈춰 사학법 재개정 투쟁을 벌였던 한나라당과 강고한 연대로 사학법 이행을 거부해온 사학재단의 투쟁은 결국 승리했다.
사학법이 재개정 되던 날, 한나라당 의원들은 그동안의 고생을 치하하며 승리를 서로 축하했을 것이다. 사학법 개재정 논란에 그동안 숨죽여 있었던 부패한 사학재단도 함께 회심의 미소를 지었을 것이다. 아직도 한국 정치는 자신들의 편이라고 쾌재를 불렀을 것이다.
단언하건대, 이번 사학법 재개정은 우리나라 사학이 공교육 기관임을 포기하고 개인소유 재산임을 인정해 준 것이다. 하지만, 현실이 그러할지라도 그것은 결코 옳지 않다. 그래서 우리는 언젠가 사립학교법이 다시 민주적으로 개정될 것이라고 믿는다.
우리나라의 미래와 우리나라의 교육을 포기하지 않는 한 그 믿음은 계속될 것이고 그 믿음이 사립학교를 공교육기관으로 돌려놓을 것이다. 반드시...
이원영 / 최순영의원 정책 보좌관
교육 전문가는 아니지만 최순영의원 정책 보좌관을 하며 우리나라 교육을 위해 작은 힘이나마 보태고자 노력하고 있다. 앞으로 가난하고 소외된 우리의 아이들이 행복한 미래를 꿈꿀 수 있는 교육현장을 만들고자 한다.
새사연 홈피 http://www.eplatform.or.kr/ 에 쓴 칼럼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