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은희망이다/교육이야기

중학생도 ‘0교시·야자’…보충수업 내몰린다

보리아빠 이원영 2008. 3. 23. 10:12
중학생도 ‘0교시·야자’…보충수업 내몰린다
[한겨레 2008-03-22 10:05]

[한겨레] 수도권은 사교육에 매달려

새 학기 들어 전국 단위의 중학교 일제고사가 부활하면서, 10년여 전 사라졌던 학교의 ‘보충수업’이 시·도 교육감과 교장들의 주도로 되살아나고 있다. 학교 현장도 급속히 성적순 중심의 줄 세우기 교육 체제로 돌아가고 있다.

경북 경산의 한 중학교에서는 3학년 학생들은 정규수업 전에 보충수업을 하고, 오후에는 모든 학년이 한두 시간씩 보충수업을 받도록 할 계획이다. 충북의 ㅎ중학교도 모든 학생들이 정규수업 전에 보충수업을 하도록 했다. 강원 삼척과 충북 일부 지역 중학교는 보충수업뿐 아니라 밤 9시까지 자율학습을 할 예정이다.

방과후 학교도 사실상 획일적인 보충수업으로 변질하고 있다. 전북 군산의 한 중학교는 다음달 초 시작하는 방과후 학교 프로그램에 교과목 학습 시간을 두기로 했다. 그동안은 특기·적성 교육만 했으나, 새 학기부터는 1시간 보충수업을 받도록 시간표를 짜고 있다. 이 학교 교장은 “성적을 공개한다니까 학력을 보강해야 한다는 생각에 대부분 학교에서 올해는 교과 보충수업을 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특히, 사교육 의존이 심한 서울이나 수도권 새 도시 지역보다는 비수도권 소도시나 농어촌 지역의 학교들부터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교육 당국은 2006년부터 중학교도 고등학교와 마찬가지로 방과후 학습 프로그램에 교과수업을 편성할 수 있도록 했으나, 그동안 교과수업 위주로 방과후 학교를 운영하는 데는 많지 않았다.

올해 들어 전국 중학교들이 이처럼 보충수업에 열을 올리는 것은, 시·도 교육감들이 전국 단위 평가를 의식해 이를 독려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조병인 경북도교육감은 최근 지역 교육장들이 참가한 회의에서 방과후 학교 프로그램에 교과목 수업을 개설할 것을 공개적으로 권유했다. 이에 따라 이 지역 중학교 대부분이 교과 보충수업을 준비하고 있다. 입시학원이 드문 농어촌 지역에서는 학교 보충수업을 반기는 학부모와 학생들도 있지만, 일부 중학교는 전교생에게 보충수업 참가를 강요해 도교육청에 학부모 민원도 잇따르고 있다. 중2 아들을 둔 김아무개(46·경북 포항시)씨는 “방과후 보충수업에 반대했는데도, 모든 학생이 하는 거라고 해서 어쩔 수 없이 다음주부터 아이가 보충수업에 참여한다”며 “얼마나 도움이 될지 모르겠고 아이 건강도 걱정된다”고 말했다. 충북 청주의 이아무개(중3)군은 “보충수업 하기 싫은 애들은 놔두고 정말 희망자만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울산에서는 시교육청 장학사가 중학교 방과후 학교 담당자 연석회의 때 “전교생을 대상으로 방과후 학교를 시행하라”고 독려해 교원단체의 반발을 샀다. 경기도교육청도 올해 방과후 학교 운영계획에 ‘영어·수학·과학 등 교과 관련 프로그램 확대’를 공식적으로 밝혔다.

교육과학기술부 학력증진지원과의 방과후 학교 담당 사무관은 “중학교는 2006년부터 수준별 보충수업 형태로 교과 수업을 할 수 있게 됐지만, 획일적으로 전체 학생이 참여하게 되는 방식의 보충수업은 지침에 어긋난다”고 말했다.

대구/박주희 기자, 전국종합 hop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