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은희망이다/교육이야기

교육정책도 불도저식인 이명박정부

보리아빠 이원영 2008. 4. 23. 17:03

[이원영의 '교육돋보기']


교육정책도 불도저식으로 밀어붙이는 이명박 정부


2008-04-21 ㅣ이원영/최순영의원 교육정책보좌관

4월 15일 교육과학기술부(이하, 교과부)가 발표한 0교시, 우열반 등 학교자율화 추진계획으로 교육계는 호떡집에 불난 모양으로 시끄럽다.


전교조, 참교육학부모회 등 교육단체들이 반대를 하고 나섰다. 가장 큰 피해 당사자인 학생들도 대다수가 반대 한다. 그 이유는 대운하 반대 논리처럼 단순하면서도 명쾌하다.


“차라리 학교를 입시학원에 팔아버려라.”

“경제학 원론만 알아도 학교학원화는 못하지.”

“사교육시장 살찌는 소리가 들린다.”

“당신들도 학생들처럼 잠 못 자 보시오.” 등등


역시나 불도저인 이명박 대통령의 교과부답다. 교과부는 ‘교육관련 규제를 철폐해 교육의 자율과 자치의 밑바탕을 마련하고 학교교육의 다양화를 유도하려는 이명박 정부의 국정방향에 따라 시도교육청 담당자, 현장교원들의 의견수렴을 거쳐 마련하였다’고 밝혔다.


그런데 4월 ‘즉시 폐지’ 지침에 대하여 시도교육청측은 한편으로는 권한 이양에 환영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당혹스러워하고 있다. 현장교사들의 대표조직인 교원단체 등과 한 차례의 협의도 없었다고 한다.


물론 교과부 발표에 찬성하는 쪽도 없지 않다. 대표적인 보수성향 교원단체인 교총은 학교자율화의 본질을 왜곡하지 말라면서 당연한 조치라고 논평하고 있다. 그러면서 학교자율화 여건을 조성하기 위한 대책을 강구할 것을 교과부에 요구하고 있다.


모든 일엔 순서가 있는 법인데....


교과부는 무엇이 그리 급했을까? 왜 한 달 만에 학교를 향해 엄청난 폭탄을 던졌을까?

게다가 문제가 되든 말든 교육청이 알아서 하라는 교육부의 이번 발표는 얼마 전에 영어교육 재원마련을 위해 교육청의 예산 절감 방안을 마련하라고 강제적으로 재촉했던 것과 분명하게 대비된다.


모든 일에는 순서가 있다고 치면 교과부가 먼저 할 것은 황폐해진 공교육을 어떻게 정상화시킬 것인지, 국민들을 고통스럽게 하는 사교육을 어떻게 잡을 것인지 그 방안을 제시하는 일이다.


요즘 시대에 정부가 정책을 내놓을 때 민주적인 절차를 통한 여론수렴, 전문가 자문, 연구조사 등은 기본 중에 기본이다. 그런데 교과부는 이런 중요한 정책을 내놓으면서 앞뒤 사정을 재어보고 효과가 어떻고, 문제가 무엇인지, 부작용은 없는지 알아봐야 하는데 ‘사고’부터 치고 말았다.


왜 정부 정책을 비판하며 필자는 무작정 사고라고 단정 지을까? 혹시 교총의 표현대로 예상 부작용만을 과대 선전하여 여론을 호도하려는 것은 아닐까?


삼척동자도 예견할 부작용들


교육부가 지금까지 각급 학교에 내려보냈던 각종 지침들은 예상 부작용이 아닌, 이미 우리 눈앞에 드러났던 부작용 때문에 마련했던 규제들이다. 무슨 근거로?


이미 학생들은 살인적인 학습부담으로 힘겨워하고 있다. 강제로 실시되는 0교시, 야간 보충학습을 규제하는 이유는 잠이 부족한 아이들 건강이 걱정돼서다. 사설모의고사를 규제하는 이유는 이로 인해 전국의 수많은 고등학교 정규수업이 파행을 겪고 있고 뒷돈까지 오가고 있기 때문이다. 어린이신문을 규제하는 이유는 신문 한 부당 700원씩 받고 있는 것이 확인되었기 때문이다. 중고등학생 교복의 공동구매를 권장하는 이유는 거품이 심하기 때문이고 학습 부교재 선정과 관련한 지침을 내리는 이유는 리베이트를 챙기는 것이 문제가 되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더 큰 문제는 교육부 지침이 있어도 정작 학교에서는 잘 지켜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상황이 이러한 데도 교육부의 규제를 문제 삼는 것은 마치 교통사고가 자주 발생해서 안전장치로 신호등을 세웠는데 왜 교통사고가 날 것을 예상해 규제를 하느냐고 억지를 부리는 것과 같다.


정부의 이번 조치에 대해 대다수의 학생들이 반대한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전교조 참교육연구소가 학생들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이번 교과부 정책이 학교교육 정상화에 도움을 줄 것이라고 판단하는 학생은 26.3%에 불과했고, 대부분 입시 경쟁교육이 강화돼(84.9%) 사교육비가 증가하고(74.8), 학생들의 학업스트레스가 증가하여(89.5%) 학교생활의 즐거움이 없어질 것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우리나라에 태어난 학생들은 무슨 죄가 있어서 이렇게 고생을 해야 하나, 참으로 안타깝다.


“반드시 정상으로 돌아오겠지만 희생이 너무 크다”


이명박 정부는 영어몰입교육 파동 등으로 역대 대통령 임기 초 최저 지지율을 경험했다.

교육정책은 잘 해봐야 본전일 가능성이 크지만 잘못하면 그 반발이 만만치 않고 역풍이 대단하다. 왜냐하면 초중고 학생이 800만 명, 대학생이 300만 명이 넘고 국민들이 우리나라 교육정책에 대한 불만이 무척 높기 때문이다.


일제고사, 자사고 등을 반대했던 유인종 전 서울시교육감(건국대 석좌교수)은 “2~3년 내로 사교육비 규모가 두 배로 증가할 것”이라며 ‘아이들 소싸움을 즐기는 학대교육’을 비판하면서 “반드시 정상으로 돌아오겠지만 희생이 너무 크다”고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이명박 정부는 대운하 밀어 붙이듯 교육시장화 역주행을 시작했다. 실패할 것이 뻔한데 브레이크가 고장 났다.


교육시민단체들이 목 놓아 교육부의 발표를 학교 학원화정책이라고 비판하는 것은 억지나 엄살이 아니라 경험에서 비롯된 아주 당연한 호소다.

 

<새로운사회를 여는 연구원 이스트플랫폼에 기고한 칼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