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복지

저소득층 위한 국공립 보육시설,부자 區에 몰려

보리아빠 이원영 2008. 7. 28. 00:11

저소득층 위한 국공립 보육시설,부자 區에 몰려… 강북선 못가고 강남선 안가고

저소득층 가구의 보육을 돕는다는 취지로 운영되는 국공립보육시설이 오히려 부자 동네에 몰려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설립시 대부분 예산을 지방자치단체가 부담해야 하는 구조 탓이다. 전문가들은 "정부 지원금을 늘리고 지자체의 예산 규모에 따라 차등 지원하는 등 예산 집행 방식이 개선돼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본보가 27일 서울시 자치구별 국공립보육시설 보유 현황을 살펴본 결과, 강남구 등 자치구의 재정자립도가 높은 구들은 자립도가 낮은 구들에 비해 2배가 넘는 시설을 보유하고 있다. 이는 "국공립보육시설은 저소득층 밀집지역 등 취약지역과 보육시설이 부족한 지역에 우선적으로 설치한다"는 설립 기준에도 맞지 않는다.

강남구와 은평구의 5세 이하 아동수는 각각 1만9460명과 1만9323명으로 비슷하다. 하지만 국공립 보육시설 수는 강남이 37곳으로 은평(16곳)의 배가 넘었다. 올해 강남구의 재정자립도는 75.5%인 데 반해 은평구는 35.0%에 그쳤다. 금천, 도봉 등 재정자립도가 낮은 다른 구들도 시설 수가 각각 13개, 17개에 불과했다.

정작 부자구의 구민들은 이들 시설을 외면하고 있다. 강남구 논현동의 'ㅇ' 시설에서 일하는 한 교사는 "만 5세반의 경우 20명 정원에 2개 반을 운영하는데 한 반에 6명 정도 인원을 못 채우고 있다"며 "학부모들이 영어 유치원을 선호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은평구에서는 시설에 들어가기 위해 대기자 명단에 이름을 올린 후 1∼2년을 기다려야 하는 경우가 수두룩하다. 은평구 'ㅍ' 시설 관계자는 "정원이 20명이지만 대기자는 1년 내내 10명이 넘는다"며 "특히 만 4∼5세반의 경우는 보통 1∼2년을 기다려야 한다"고 전했다.

문제는 예산 지원방식이다. 국공립보육시설 설립시 예산은 국가 50%, 시 25%, 자치구 25%의 비율로 충당하게 돼 있다. 영유아보육법상 국가는 국공립보육시설 신축시 3.3㎡당 120만원 기준으로 396㎡까지만 지원할 수 있다. 정부 기준으로만 계산해도 시설 한 곳을 설립하는 데 드는 금액은 4억7000만원인데, 정부의 최대 지원금은 2억3500만원 선에 불과하다. 게다가 현실적인 평균 신축 비용은 20억∼30억원 수준이어서 정부 지원은 턱없이 모자라게 된다. 결국 부족한 예산은 자치구에서 조달해야 한다.

금천구 관계자는 "국가와 시에서 지원하는 금액은 실제 건립비의 10% 수준밖에 안된다"며 "지자체의 재정자립도에 따라 보육시설 보유 수가 차이가 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보건복지가족부 관계자도 "지원금을 현실에 맞게 산정하고 지원방식을 세분화하는 등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점을 인정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양지선 전웅빈 기자 dybs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