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이야기

용산구청장 참사직후 철거민 비하 파문…“돈 내놓으라는 떼잡이들” 발언

보리아빠 이원영 2009. 1. 28. 00:13

용산구청장 참사직후 철거민 비하 파문…“돈 내놓으라는 떼잡이들” 발언 확인

 심혜리기자 grac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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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시민단체·정치권 사퇴촉구

박장규 용산구청장(사진)이 용산참사로 희생된 철거민에 대해 ‘돈을 요구하는 떼잡이들’이라고 비하한 발언이 확인돼 파문이 커지고 있다. 시민단체와 정치권 등은 박 구청장의 사퇴를 촉구했다.

박 구청장은 지난 20일 용산 철거민 화재참사가 일어난 지 몇시간 후에 용산구 보광동 주민센터에서 열린 ‘2009 신년인사회 및 동정보고회’ 자리에서 철거민들을 가리켜 “그들은 세입자가 아니다. 전국을 쫓아다니면서 개발하는 데마다 돈 내놓으라는…떼잡이들이다”라고 발언했다. 그는 또 “이 사람들이 거기서 데모를 해가지고 오늘 무슨 사고가 났다고 한다”며 참사를 애써 무시하는 듯한 말도 했다.

민주당은 지난 24일 논평을 내고 “세입자들의 권리를 적극적으로 보장하지 않아 용산참사의 불씨를 만들어 놓고도 생계보장을 요구하는 시민들을 ‘떼잡이들’이라고 비하한 것은 시민 생존권을 파리 목숨 취급하고 개발업자의 이익 옹호에만 눈이 먼 것”이라며 박 구청장의 즉각 사퇴를 요구했다.

경실련·민주노동당도 용산재개발사업 관리감독 부실에 대한 책임으로 용산구청장 사퇴 촉구 논평을 냈다.

박 구청장은 30여년 동안 건설업체 임원 등을 지냈으며 2000년 6월부터 용산구청장(3선)으로 일하고 있다.

이재근 참여연대 행정감시팀장은 “건설업계 출신인 박 구청장은 똑같은 주민인 철거민들을 개발 방해세력으로만 간주하는 것 같다”면서 “철거민들을 협상 대상이 아니라고 생각하며 이렇게 무시해 온 게 용산 참사의 원인이 됐다”고 지적했다.

그가 구청장으로 있는 용산구는 2007년 9월부터 구청 담장에 “구청에 와서 생떼거리를 쓰는 사람은 민주시민 대우를 받지 못하오니 제발 자제하여 주시기 바랍니다”라고 적힌 대형 간판을 내걸었다가 용산 참사로 논란이 되자 지난 21일 용산 국제업무단지 조감도로 간판을 덮어 비난을 사기도 했다.

<심혜리기자 grace@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