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밭갈기

폐휴지 전쟁을 접한 이후

보리아빠 이원영 2009. 4. 15. 17:24

몇달전 늦은 밤이었다.

11시가 넘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전철역에서 내려 집으로 들어가고 있는데

내가 사는 빌라의 옆의 빌라 쪽에서 어두운 그림자가 어슬렁거렸다.

그런데 고함소리 들렸다. 나이가 들어보이는 남자였다.

간헐적으로 욕설을 퍼붙고 있었다.

"부부간의 싸움이 났나? 아저씨가 심통이 보통이 아니네..."

현관문을 열고 계단을 올라 집에 들어갔다.

 

아내가 집에 생수가 떨어졌다고 옷 갈아입지 말고

가까운 슈퍼에가서 물 좀 사오라고 하여 다시

문밖으로 나섰다.

 

슈퍼를 다녀오는데 체구가 작은 할머니가 우리집 앞에서 폐휴지를 손수레에 싣고 계셨다.

이런 모습은 우리 주위에서 자주 볼 수 있다.

다시 현관문을 열고 집으로 올라가는데 아까 그 남성의 고함소리가 들렸다.

"몇 번을 이야기 한거야 XX야, 이쪽으론 오지말라고 했잖아....."

막말은 길게 이어지지 않고 끊겼다.

 

추측컨데 이쪽 동네는 그 아저씨 구역인데, 할머니가 가끔씩 폐휴지를 가져가는 모양이었다.

"아저씨 정말, 아무리 그래도 너무 하는군. 같은 처지에 있는 사람들이 왜 그러나.."

 

폐휴지를 하루종일 모아도 몇천원 벌기도 힘들다는데..

이런 류의 구역 싸움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어보긴 했었다.

생존을 위해 많은 노인분들이 어렵사리 폐휴지를 주우러 다니신다.

그러다보니 어처구니 없는 갈등도 생기는 모양이다.

요즘에는 폐휴지값이 많이 떨어졌다는데...마음이 매우 무거웠다.

 

우리나라는 전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초고령화사회로 가고 있다.

우리사회가 감당해야 할 복지의 사각지대는 점점 확대되고 있음에도

이런 문제는 해결되지 않고 더 심각해져 간다.

경제가 어려울 수록 더욱 힘든 사람들을 보살피는 사회가 되어야 하는데

요즘에는 희망을 발견하기가 왜 이렇게 더 힘들어지는 것일까?

 

몇 달이 넘은 일이지만 폐휴지를 줍는 할머니들을 볼 때면

그때 그 어둠속 고함소리가 다시 들리곤 한다.

 

 

황혼자살 '남의 일 아니다'
충북 증가율 전국평균 크게 웃돌아

 

중부매일 09.04.14 엄기찬 기자 dotor0110@jbnews.com

 

고령화 사회를 반영하듯 '황혼자살'이 급증하고 있는 가운데 충북도내 '황혼자살'도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어 이에 대한 사회적 안전망 구축 등 정책적 관심과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충청지방통계청에 따르면 2000년 이후 충북도내 60세 이상 노인의 자살은 2000년 인구 10만 명당 251명이던 것이 2007년 647명으로 158%(2.5배)나 증가하는 등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전국 평균 증가율 132%(2.3배)와 비교해도 충북 도내 노인자살 증가율은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또한 60세 이상 남성 인구 자살은 2000년 인구 10만 명당 64.4명에 불과하던 것이 2007년에는 164.5명으로 크게 증가했으며, 60세 이상 여성 인구 자살(2000년 26.7명, 2007년 57.9명)과 비교해 자살율과 증가율 면에서 높게 나타났다.

연령대별로는 90세 이상이 인구 10만 명당 142명으로 가장 높게 나타났으며, 다음이 85~89세(126.7명), 80~84세(108.8명), 75~79세(90.9명), 70~74세(70.9명), 65~69세(54.5명), 60~64세(41.4명) 순으로 연령이 높을 수록 그 비율이 높게 나타났다. / 엄기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