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밭갈기

[연말상념] 지나는 세월의 무게만큼 성찰을

보리아빠 이원영 2009. 12. 28. 12:37

지나는 세월의 무게만큼 성찰을


소년 시절, 나는 온 마음을 다해서 하늘을 향해 곧잘 돌을 던지곤 했다. 그러면 돌은 필사적으로 공기를 가르면서 날아가, 이윽고 땅 위로 멋지게 떨어져 내린다.

그런데, 돌멩이와 함께 던져올린 갖가지 나의 상념들은? 무중력의 먼 행성에서처럼, 모두가 둥실둥실 날아가 버려, 그 향방조차 알 길이 없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양 팔에, 어깨에 자꾸만 쌓이는 것이 있다. 납가루 같기도 하고 빛조각 같기도 한, 무언가 으스스한 것이, 제법 다정하게 내 언저리에 끊임없이 내려앉는 것이다. (이우환, <<시간의 여울>> 중에서 <세월> 전문)

 

청파교회 김기석 목사님이 올해의 마지막 주일 설교를 하시면서 세월에 대한 근사한 표현이라고 이우환 선생의 에세이를 인용하였습니다. 너무도 동감하였습니다.

 

2009년도 이제 저물어 갑니다. 세월의 무게는 때로는 가볍고 때로는 무겁습니다. 사람의 어떤 힘으로도 세월은 어쩌지 못합니다. 하고 싶은 일은 많았으나 정작 한 일은 없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그래서 매년 12월 뒤편이 되면  항상 아쉬움이 깊습니다.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내년에는 어떻게 살아야 할까 고민을 하게 됩니다.

특히, 시대의 흐름에 민감하고 사회의 변화를 위해 노심초사하는 입장에서 지난 2년은 길고도 험난했습니다. 어쩔 수 없는 일들이 계속 우리 앞에 놓여있는데 그 어쩔 수 없는 일들을 어떻게 하면 바로 잡을 수 있을지가 어깨를 짓누르는 무거운 화두입니다. 시간이 약이라는 말도 있는데 저절로 되는 것은 하나도 없기 때문입니다.

가는 세월은 어쩌지 못하지만 그 세월을 살아가는 것은 우리의 몫입니다.

 

12월 말에야 서울에 눈이 내려 지붕에 길위에 하얗게 소복하게 쌓였습니다. 이번 겨울에는 처음인 것 같습니다. 쌓인 눈을 보면서 아이들은 신이 났는데 길은 미끄러워 차나 사람이나 움직임이 조마조마 조심스럽습니다. 낭만적인 풍경과 그 풍경속의 현실은 자주 반대의 모습을 드러냅니다.

 

지금 국회는 예산심의로 극단의 대치 상태입니다. 수조원의 대운하 예산을 정부와 여당이 밀어붙이면서 이를 반대하는 정당과 단체들이 국회 안팎에서 적극적으로 공세를 취하고 있습니다.

언론에서는 올해도 예산안을 두고 다투고 있다고 연일 보도하고 있습니다. 수조원의 4대강 삽질 예산을 편성하면서 서민들에게 꼭 필요한 민생복지 예산이 무더기로 삭감했습니다.

 

결식아동 급식지원 예산 541억 삭감, 사회적 일자리 지원 예산 340억 삭감, 노인 일자리 지원 예산 190억 삭감,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지원 예산 1100억 삭감, 기초생활보호대상자 지원 예산 649억 삭감, 실직가정 대부 지원 예산 3000억 삭감, 저소득층 의료비 지원 예산 880억 삭감, 국공립 보육기관 시설비 예산 50억 삭감, 장애인 차량 이동 지원비 116억 삭감 등등(MBC 피디수첩 방송 참조)

 

삭감된 정부의 예산(안)을 보면 떡볶이와 어묵을 먹고 청와대 집무실 온도를 19도로 낮추라는 대통령의 진짜 정치철학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세월은 지나면 역사가 됩니다. 지나온 세월과 역사를 통해 우리는 많은 것을 배웁니다. 그래서 우리에게는 항상 성찰이 필요합니다. 특히 온 나라를 쥐락펴락하는 권력을 가진 사람들이 성찰이라는 단어를 곱씹어보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2009. 12월27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