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복지

계속되는 죽음, 쌍용차 해고자와 가족들

보리아빠 이원영 2012. 2. 1. 10:15

"복지의 핵심은 노동입니다. 양질의 일자리가 없으면 아무리 다른 복지가 좋은들 무슨 소용입니까?

노동없는 복지가 공허한 이유입니다. 쌍용자동차 정리해고 2년만에 노동자와 가족이 무려 20명이 사망했습니다.

해고가 살인인 이유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들이 겪는 고통을 어찌 알겠습니까?

정혜신의사가 치유프로그램을 하지만 그 프로그램에 참여하지 않는 사람이 더 많지요.

쌍용차 해고자들이 다시 직장으로 복귀하고 상처가 치유되려면 모두의 노력이 필요합니다."

 

쌍용자동차 정리해고 2년 만에 노동자·가족 20명 사망

 

“3000여명 해고·휴직… 희생자 더 많을 수도”

 

강모씨(53)는 쌍용자동차 평택공장 프레스생산팀의 조장이었다. 프레스생산팀은 감아놓은 철판을 펴서 규정된 치수만큼 정확하게 잘라 기계에 넣어주는 작업을 한다. 이 팀의 직원 가운데 일본에서 갓 들여온 기계를 다룰 줄 아는 사람은 강씨를 포함해 두 명이었다. 동료들은 그를 “일 하나는 정말 잘하는 사람”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2009년 강씨는 25년간 몸담아왔던 직장을 떠나야 했다. 회사가 밝힌 2646명의 구조조정 대상자 중 976명 해고자 명단에 포함됐기 때문이다. 희망퇴직을 선택한 그는 회사를 떠났다.

프레스생산팀에서 해고되지 않고 살아남은 사람은 두 명에 불과했다. 그러나 기계를 다룰 줄 아는 강씨가 떠나자 생산라인은 제대로 돌아가지 않았다. 쌍용자동차는 강씨에게 연락했다. 기계를 다루는 법을 잘 모르니 나와서 다른 직원들에게 가르쳐달라는 것이었다. 강씨의 가슴에는 희망이 부풀었다. 하지만 회사는 강씨에게 기계 사용법을 후임자에게 가르치도록 하고는 며칠 뒤 그를 다시 내몰았다. 두 번 해고를 당한 것이다.

그 후 강씨는 날품팔이 일용직으로 생계를 이어갔다. 술도 늘었고 주변 사람들과의 싸움도 잦아졌다. 여기에 심한 우울증까지 찾아왔다. 그리고 설 연휴가 시작되기 전인 지난달 20일 그는 집에서 잠을 자던 중 심장마비로 숨졌다. 강씨는 쌍용차 퇴직자와 가족 중 20번째 사망자다. 또 한 명의 쌍용자동차 퇴직 노동자가 소중한 목숨을 잃은 것이다.

금속노조 조합원들과 쌍용차 희생자 가족들이 지난해 12월 7일 서울역광장에서 합동위령제를 열고 있다. 금속노조 쌍용차지부 조합원들은 이날 위령제가 끝난 뒤 평택으로 이동해 쌍용차 평택공장 앞에 ‘희망텐트’를 설치하고 농성을 벌이고 있다. | 김영민 기자 viola@kyunghyang.com
새해에도 쌍용차 노동자의 ‘죽음의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2009년 대량해고 이후 전국금속노조 쌍용자동차지부에서 공식적으로 밝힌 사망자만 20명이다.

강씨의 경우는 사측이 공장 운영에 필수적인 인력조차 무분별하게 정리해고한 사례다.

쌍용차지부 관계자는 “2646명의 정리해고 명단을 맞추기 위해 무리하게 해고를 단행하다보니 생산을 위해 최소로 필요한 인원마저 내쫓았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파업 후 장비 가동을 위해 고인에게 일용직으로 출근시켰고 가동이 원활해지자 그를 다시 해고했다. 그를 두 번 죽인 것”이라고 했다.

지난해 10~11월 두 달 사이 4명의 노동자와 가족이 목숨을 잃었다. 10월4일 공장에서 근무하던 노동자 고모씨는 차 안에서 번개탄을 피워놓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10일에는 옥쇄파업 중 사측의 회유로 희망퇴직했던 김모씨가 집에서 목을 매 자살했다. 36세 노총각이던 그에게 가족이라고는 홀어머니 한 분만 계셨다. 11월8일 쌍용차 공장 노동자가 인근 야산에서 나무에 목을 맸다. 이틀 뒤에는 희망퇴직자 차모씨의 아내가 집에서 숨진 채 아이에 의해 발견됐다. 남편은 희망퇴직 후 천안에서 일용직을 전전하며 생활비를 댔고, 원주로 이사간 아내는 우울증에 걸렸다.

그러나 쌍용차지부 측은 “알려진 죽음은 일부일 뿐”이라고 말했다.

지부 관계자는 “희망퇴직자나 해고자 상당수는 주변과 연락을 끊어 소식을 알기 어렵다”며 “그 때문에 뒤늦게 사망 소식을 접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최근에도 한 해고자의 아버지가 자살했다는 소식이 지부로 날아들었다. 지부 관계자는 “이 아버지는 선처해주겠다는 회사의 회유에 넘어가 옥쇄파업에 참가했던 아들을 설득해 파업을 그만두게 했다”며 “그러나 나중에 희망퇴직을 한 아들을 보고 괴로워하다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고 말했다.

그는 “유족이 원치 않아 이 아버지의 죽음은 알려지지 않았다”고 했다.

파업 투쟁에 참여하지 않거나 도중에 이탈한 희망퇴직자의 경우 동료들에 대한 죄책감과 고립감 때문에 자살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사망자 가운데 희망퇴직자는 7명에 달한다. 쌍용자동차 노동자와 가족들을 위한 심리치유센터 ‘와락’을 운영하고 있는 정혜신 정신과전문의는 “여러 형태의 해고자들 가운데에서도 희망퇴직자는 해고된 동료들에 대한 죄책감 때문에 세상과 담을 쌓은 사람들이 많다”며 그러나 이 중 심리치유 프로그램 진행에 참여한 희망퇴직자는 1명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그는 “해고 노동자가 2500명 이상이지만 와락에 나오는 사람은 100명도 안된다. 죽음은 계속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창근 쌍용자동차 해고자는 “희망퇴직자가 2405명, 정리해고자가 159명, 무급휴직자가 462명, 정직 후 복직이 안된 유급휴직자가 72명 등 3000명이 넘는 사람들이 있다”며 “20명도 우리가 알게 된 희생자의 숫자일 뿐 더 많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영경 기자 samemind@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