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시작하는 희망먹거리 시민운동
학교급식전국네트워크라는 단체가 있었다.
2000년대 초부터 친환경무상급식운동을 했다. 학교급식지원조례 제정운동이 펼쳐지고 전국적으로 여성, 농민, 교육 단체와 진보정당이 참여해서 거의 모든 자치단체에 급식지원조례가 만들어졌다.
아이들에게 건강을, 농민에게 희망을 이라는 캐치프레이즈로 학교급식에 안전한 우리 농산물을 사용하자는 시민운동이었다. 이 아래로부터의 풀뿌리 운동은 대규모 식중독 사고로 학교급식법 개정이 이뤄지기도 했고 지금은 친환경무상급식이 전국적으로 안착화되는 놀라운 결과(성과)를 만들었다.
학교급식을 넘어 공공급식으로, 나아가 식량주권과 국민의 먹거리 기본권을 지키자는 거창한 포부로 학교급식전국네트워크가 희망먹거리네트워크라는 이름으로 새롭게 출발했다. 벌써 여러해 전 이야기이다. 새로운 운동을 위한 새로운 단체의 출발은 당연했지만 초기의 포부처럼 단체가 힘 있게 운영되지를 못했다.
연대운동은 이목이 집중되는 이슈가 있을 때는 폭발력이 크지만 법이 만들어지고 제도가 시행되면 각자 단체의 일상 사업으로 돌아가 연대의 힘이 수그러들 수 밖에 없다.
촛불 혁명 이후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 대통령이 공약한 농업, 먹거리 개혁에 대한 기대를 많이 했으나 임기 절반이 지나고 있는 지금 실망이 큰 것이 현실이다.
농민단체와 먹거리 운동단체들은 허탈해하면서도 새로운 모색을 도모하고 있다.
내 시민운동의 역사에는 학교급식운동에 긴 시간 몸 담았던 과거가 있었다. 친환경무상급식이 확산되는데 작지만 알찬 기여를 했다는 자부심을 간직하고 살았다.
지금은 몇 년째 용산지역에서 풀뿌리 시민단체와 진보정당(주로 선거 때) 운동을 하고 있다. 일을 벌이자면 해야 할 일들이 참 많은 것이 지역운동이다. 실제로 정말 바쁘게 살고 있다.
지역운동단체 상근자로 열악한 지역운동을 온몸으로 체감하며 생계를 위해 지난 2월부터는 두부가게에서 아침 일을 했다. 그 가게가 장사가 잘되는 곳이라 잠시의 휴식도 어려운 다섯시간 노동을 했다.
그러던 중 과거에 활동했던 급식운동을 다시 해보자는 요청이 왔다. 지금 상황 상 어렵다고 답했으나 지역 활동을 하면서 같이 하면 어떠냐고 거듭 요구했다.
그래서 9월부터 희망먹거리네트워크에서 반상근을 하기로 했다. 두부가게에서 받던 100만원의 활동비를 받기로 하고 일을 시작했다. 지난 주에 업무인수인계를 대충 받고 나니 어깨가 무거워진다.
할 일이 태산같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일을 하다보면 내 능력의 한계를 절감할 것이라고 생각하니 괜한 선택을 한 것이 아닌가 그런 생각도 들었다.
GMO 완전표시제, 푸드플랜 활성화, 일본 유기농관련자 학교급식 탐방 등 몇 개의 회의와 행사를 참석하면서 흐름을 파악하고 감을 조금씩 익히고 있다.
수년 동안 먹거리 운동의 공간에서 벗어나 있었기에 모든 것이 생소하게 느껴진다. 그런데 능력이나 조건은 부족해도 잘하고 싶은 마음은 있다.
희망먹거리네트워크는 상근자가 없는 단체에서 반상근이라도 일할 수 있는 사람이 생겼으니 점점 더 활력을 되찾아야 한다. 두려움과 설레임의 감정이 교차하는 2019년 가을, 9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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