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 여동생의 식당
제게는 동생이 넷이 있습니다. 아빠 엄마가 같은 동생들이죠? 여동생 둘, 남동생둘. 모두가 두 살터울인데 다들 너무나 착합니다. 정말 우애도 좋지요. 남매지간에 서로 욕심을 안내고 잘 챙기기 때문입니다.
어릴 때는 정말 많이 다투기도 하고 밉기도 했지요. 아이들은 싸우면서 큰다는 말이 맞는 것 같지요. 지금은 다들 함께 중년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그 중에 제 바로 밑 여동생, 두 살 밑에 여동생이 제 양평 고향마을에서 10분 거리인 경기도 퇴촌에서 식당을 하고 있습니다. 벌써 부부가 함께 식당을 한지 20년이 넘었네요. 저보다 먼저 결혼해서 아이 셋을 낳아 키우면서 시부모님도 모시고 삽니다.
올해 초부터 몸이 안 좋아 식당을 잠시 쉬었습니다. 나이가 들면 몸이 상하기 마련이거니와 식당을 하면서 많이 힘들었기에 병을 얻었다고 생각합니다.
몇 달을 쉬고 나서 식당을 다시 준비하고 있습니다. 삼겹살 훈제구이집에서 오리구이로 메뉴를 변경을 한답니다. 모든 자영업 식당들이 어렵지만 그래도 배운 것이, 경험한 것이 식당일이라 오래 쉬지도 못하고 부부가 새로운 도전을 시작하는 셈입니다.
오늘 전화해서 이것 저것 물어보았습니다. 메뉴는 뭘로 할 것인지부터, 가게 공사는 잘 했는지, 언제 다시 여는지 등등.
저는 잘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아는 사람들부터 홍보를 하라고 조언을 하기도 했습니다. 시골마을에서 이것저것 동네일도 많이 보고 해서 광주군 퇴촌면과 원래 고향인 양평군 강하면 등에도 아는 사람들이 적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힘들겠지만 일을 즐겁게 하라고 했습니다.
아이들을 대충 다 키워놓아 아이들 손은 덜 가지만 큰애는 군대에 둘째는 대학생에 막내는 고등학생이라 돈은 솔찮히 들어가겠지요.
삼겹살을 할 때도 매제가 직접 솔잎훈제구이를 초벌로 해서 제공해 정말 맛이 좋았는데 오리구이는 맛이 어떨지 궁금합니다. 워낙 부부가 모두 솜씨가 좋으니 맛은 있을 것 같습니다. 매제는 원래 뷔페 요리사 출신입니다.
얼마나 음식에 자신이 있으면 음식점 이름이 ‘천하제일’입니다. 이른바 가오를 중시하는 매제의 스타일 때문이기도 하지만요.
오리를 오븐에 구워 먹기 좋게 썰어 쌈밥으로 먹는 것을 주메뉴로 한다니 기대가 됩니다.
밭에서 직접 키운 감자와 고구마를 함께 구워서 손님들에게 제공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오늘도 아침 일찍 고구마 밭에 가서 풀을 뽑고 왔다네요.
사실 이렇게 글을 쓰는 한편에는 여동생에 대한 안쓰러움이 있습니다. 편한 삶, 여유로운 삶이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오죽하면 어머니께서 딸이 고생하는 것을 보고선 절대로 식당하는 사람에게는 시집을 보내지 않겠다는 말씀도 하셨을까요?
그런데 사는 게 다 그런 것 같습니다. 어려움이 있기도 하고 그 안에 쏠쏠한 재미와 행복도 있는 것이지요. 뻔하고 하나마나한 이야기 같지만 저도 이제 오십 줄에 들어서니 그 말이 정답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마음한 구석에는 이 여동생에 대한 고마움도 큽니다. 어머니, 아버지가 사시는 시골 고향마을에서 가까운데 살다보니 어느 형제자매보다도 늙으신 부모님께 잘했기 때문입니다. 어찌보면 부모님께 자식들이 사랑은 모두 비슷하게 받았는데 더 많이 보답하고 있는 것이지요. 특히, 큰 아들인 제가 못하는 부분을 잘 채워줘서 여동생한테 항상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이상한 말 같지만 새로 시작하는 식당이 너무 잘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너무 잘되면 돈이야 벌겠지만 힘들까봐 걱정이 됩니다. 그저 적당히 손님들이 좋아하고 자주 즐겨 찾는, 단골 많은 식당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바글바글하지는 않고 손님과 이야기를 나누는 여유는 있는 그런 정겨운 식당만 되면 더할 나위가 없겠지요. 하여튼 식당 주인이 아닌 오빠로서 제 생각입니다.
“도와주지도 못하면서 이런 말해서 미안하다 동생아”
*일부러 찾아가실 일은 없을 수도 있겠지만 저를 아시는 분이라면 강원도 가는 길에, 양평 가는 길에, 광주 퇴촌 들른 김에 여동생이 하는 식당에서 맛있게 오리구이 쌈밥 맛있게 드시길 바랍니다. 그래주시면 참 고맙겠습니다. 그리고 저를 아시는 분은 여동생 식당에 가시걸랑 제게 꼭 전화주시구요.
-식당 찾아가는 길은
천하제일 / 경기도 광주시 퇴촌면 영동리 31/ 031-768-9230
https://maps.app.goo.gl/PdL7fc2BM8Hx1Dtu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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