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밭이 왜 사라졌을까, Why?

밀밭이 왜 사라졌을까, Why?

나그네 강나루 건너서                    술 익는 마을마다 밀밭길을                             타는 저녁놀.        구름에 달 가듯이               구름에 달 가듯이 가는 나그네.                        가는 나그네. 길은 외줄기 남도 삼백리.                       - 박목월의 [나그네] - [나그네]는 청록파 시인 박목월의 대표작으로, 넓게 펼쳐진 밀밭 길을 유유자적하며 걷고 있는 나그네의 모습을 서정적으로 그려 낸 아름다운 시이다. 그런데 이 시에 나오는 것과 같은 밀밭을 이제는 거의 찾아볼 수 없다. Why? 왜 우리나라에서 밀밭이 사려졌을까? 밀에 대한 수요가 없기 때문일까? 아니다. 우리나라의 밀 수요는 엄청나다. 빵, 라면, 국수, 자장면 등 밀가루를 사용하는 음식의 종류도 한두 가지가 아니며, 소비량 또한 계속 증가하고 있다. 국민 1인당 연간 밀 소비량은 2006년 기준 32.4kg으로, 1970년에 26.1kg이었던 것에 비교하면 6.3kg(24.1%)이나 증가하였다. 하지만 쌀은 같은 기간에 136.4kg에서 78.8kg으로 57.6kg(42.2%)이나 감소하였다.      이처럼 쌀 소비는 감소하고 밀 소비가 증가하고 있으니, 밀농사를 지으면 농가소득을 올릴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재배한 밀을 좋은 가격에 팔 수 없기 때문에 농민들은 밀농사에 전현 관심이 없다.  Why? 그러면 왜 소비자들은 우리 밀을 좋은 가격에 사 주지 않는 것일까? 밀의 가격을 비교해 보면 2007년 11월 기준으로 수입 밀가루 가격이 1kg에 1,190원인 반면, 우리 밀가루는 2,600원으로 2.2배나 된다. 그러니 경제적인 면을 고려하면 우리 밀을 살 수가 없다. Why? 그러면 농민들이 밀가루 값을 내리면 되지 않느냐고 반문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2,600원 이하로 팔 경우, 높은 생산 비용으로 인해 손해를 보기 때문에 농민들은 더 이상 밀농사를 지을 수 없는 것이다.  우리나라에 수입 밀가루가 들어오기 시작한 것은 6·25전쟁 후(1945년)부터였다. 미국의 농산물수출원조법에 의해 대량의 미국 밀이 우리나라에 무상으로 제공되었다. 전쟁 후의 폐허 상태에서 이루어진 미국의 밀 무상 원조는 우리나라 사람에게 무척 고마운 일이었다.        하지만 무상 원조된 밀이 싼값으로 시장에 나오면서 국내 밀 가격도 하락하게 되었다. 무상 원조가 끝난 다음(1960년대)에는 미국 밀 수입이 허용되어 값싼 미국 밀이 국내에 대량으로 들어와서, 우리 밀 가격은 계속 하락했다. 결국 농민들은 밀농사를 그만두기 시작했고, 들판에서 밀밭이 사라지게 된 것이다.  2007년 기준으로는 우리나라 밀 소비량은 99.6%가 수입 밀이며, 우리 밀은 겨우 0.4%에 불과한 상황이 되었다.

게시일 2008-03-20 14:22: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