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부실한' 서울대…외국 나가는 학생 보험확인도 안해
노컷뉴스 | 기사입력 2008.10.04 06:04
[CBS사회부 조은정 기자]
서울대학교(총장 이장무)는 한 해 수백 명의 학생들을 교환학생 및 연수 프로그램을 통해 해외로 내보내고 있지만, 보험 가입 여부조차 확인하지 않는 것으로 드러났다.
또 현재 총 몇 명의 학생이 해외로 나갔는지도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대가 미국에서 사고로 숨진 학생 측에서 제기한 수백억 원대 소송에 휩싸였다는 CBS의 보도와 관련해 학교에서는 여전히 해외에 나가 있는 학생들에 대한 기초적인 안전 대비도 하지 않아 논란이 예상된다.
지난 2006년 사고가 났을 당시 이상묵 서울대 지구화경공학부 교수와 서울대 석박사과정 학생들은 미국 캘리포니아 공대 측의 초청을 받아 지질조사를 위해 캘리포니아 주를 탐방하던 중 사막 한 가운데에서 갑작스러운 교통사고를 당했다. 이 사고로 당시 학부생이었던 여학생이 숨졌고, 이 교수는 전신마비의 장애를 입었다.
학업 수행 도중에 이렇게 끔찍한 사고가 발생한 지 2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서울대에서는 해외로 학생을 보내는 데 있어 가장 기초단계인 보험가입 여부조차 확인하지 않고 있었다.
서울대 대외협력본부 관계자는 "연수나 교환학생으로 해외로 나가는 학생들이 유학생 보험을 들었는지 여부는 따로 확인하지는 않는다" 면서 "개인적으로 알아서 보험문제를 처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학교에서는 오리엔테이션 때 보험제도에 대해서 소개하는 것이 전부이다.
이 관계자는 또 "교환학생으로 나갈 때 해당 학교에서 강제 규정이 없는 경우, 아예 보험 가입을 안 하고 나가는 학생들도 종종 있다"고 말했다. 보험 없이 해외로 나가는 학생들은 사고를 당했을 때 어떤 보장도 받을 수 없어, 생면부지의 타지에서 아슬아슬하게 지내고 있는 셈이다.
◈ 해외로 나간 학생수 파악도 못해
더구나 학교 측은 해외로 나간 전체 학생 수나 진출 국가 같은 가장 기초적인 통계도 파악하지 않고 있었다.
해외 대학들과의 교류가 해마다 늘고 있는데도 담당부서에서는 "총 몇 명의 학생이 해외로 나갔는지는 모른다"고 밝혔다. 기초통계자료도 마련돼 있지 않다는 것은 해외로 나가는 학생들을 보호하기 위한 대비가 전무하다는 의미이다.
국내 대학 중 카이스트의 경우 학생들을 해외로 보낼 때 안전하게 도착했다는 체류지 도착 증명서와 유학생 보험 증명서를 제출하지 않으면 학교 지원금을 지급하지 않는다.
카이스트 국제 협력팀의 민현숙씨는 "국외 보험과 국내 보험을 이중으로 들도록 의무화하고, 현지 대학의 국제협력팀과 공조하면서 비상사태에 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이 학교에서는 국내 한 보험사와 협정을 체결해 학생들이 여행자 보험을 들 때 할인혜택을 받도록 배려하고 있었다.
연세대학교의 경우에도 해외로 나가는 학생들은 학교차원에서 반드시 유학생 보험을 가입하도록 의무화 하고 있다. 또한 해외로 출국하기 전에 보험 가입 여부를 확인하는 본인 서약서를 작성하고 파견교육을 실시해 안전에 대비하고 있는 상태이다.
유럽 국가 대학들은 전문 코디네이터들을 두어서 안전에 대비해 보험 정책을 철저히 시행하면서 만일의 사태에 대비한다. 호주는 아예 국가에서 보험을 관리한다. 호주에서 학생비자를 받으려면 의료보험(OSHC-Overseas Student Health Cover)을 비자기간만큼 의무적으로 가입해야 한다.
이렇듯 글로벌 대학을 표방해 대학간 국제 교류가 증가하면서 국내외 대학들에서는 학생들의 안전 문제 대비를 강화하고 있는 추세이다.
◈ 서울대, 말뿐인 '글로벌 대학' 모토
서울대도 '글로벌 대학'이라는 모토를 내세우며 해외 교류를 해마다 늘리고 있다.
올 한해만 200여명의 서울대 학생들이 본부에서 주관하는 교환학생 프로그램을 통해 외국으로 나갔다. 또한 해외 장단기 연수를 떠나는 학생이 해마다 170여명이다. 여기에 각 단과대학별로 따로 나가는 학생 수백명까지 합친다면 순수 학업을 목적으로 해외를 오가는 학생들이 한 해에 많게는 천 여명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정작 국제 교류에 대한 서울대의 준비나 투자는 열악하다.
현재 대외협력본부에서는 나가는 교환학생(outgoing)을 담당하는 직원 1명과, 해외 연수를 맡은 직원 1명이 해외를 오가는 학생들 수백 명을 관리하고 있다. 해당 업무에 대한 인력이나 투자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태여서 학생 관리가 소홀할 수밖에 없는 구조적인 문제가 있는 것이다.
황인규 서울대 농업생명공학부 교수는 인터뷰에서 "교수인 나도 개인 보험을 들어 해외를 오가고 있다"면서 "학교가 겉으로는 글로벌을 표방하고 있지만 학생들의 안전대비나 보험 같은 인프라는 전혀 구축돼 있지 않다" 고 지적했다.
황 교수는 또 "국제 캠퍼스 같은 거창한 프로젝트만 세워 떠들썩하게 홍보할 것이 아니라, 이번과 같은 비극적 사고가 발생하기 이전에 미리 보험 등에서 신뢰할 만한 제도를 갖춰 내실을 기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준현 한국 국제 교육자 협회 회장은 "국내 대학들이 해외에 학생들을 내보낼 때 위기관리시스템에는 소홀한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김 회장은 "지금까지는 국제 교육에서 양적으로 수를 늘리는 데 신경을 많이 썼는데, 이제는 교육 내용이나 위기 대비같은 질적인 부분에 더 신경써야 할 때"라고 의견을 제시했다.
이렇듯 서울대를 비롯한 많은 국내 대학들이 글로벌 대학으로의 도약을 꿈꾸고 있지만 보험 처리 등 가장 기초적인 학생보호나 안전대비에는 미흡한 것으로 밝혀지면서 대책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aori@cbs.co.kr
서울대학교(총장 이장무)는 한 해 수백 명의 학생들을 교환학생 및 연수 프로그램을 통해 해외로 내보내고 있지만, 보험 가입 여부조차 확인하지 않는 것으로 드러났다.
또 현재 총 몇 명의 학생이 해외로 나갔는지도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대가 미국에서 사고로 숨진 학생 측에서 제기한 수백억 원대 소송에 휩싸였다는 CBS의 보도와 관련해 학교에서는 여전히 해외에 나가 있는 학생들에 대한 기초적인 안전 대비도 하지 않아 논란이 예상된다.
학업 수행 도중에 이렇게 끔찍한 사고가 발생한 지 2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서울대에서는 해외로 학생을 보내는 데 있어 가장 기초단계인 보험가입 여부조차 확인하지 않고 있었다.
서울대 대외협력본부 관계자는 "연수나 교환학생으로 해외로 나가는 학생들이 유학생 보험을 들었는지 여부는 따로 확인하지는 않는다" 면서 "개인적으로 알아서 보험문제를 처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학교에서는 오리엔테이션 때 보험제도에 대해서 소개하는 것이 전부이다.
이 관계자는 또 "교환학생으로 나갈 때 해당 학교에서 강제 규정이 없는 경우, 아예 보험 가입을 안 하고 나가는 학생들도 종종 있다"고 말했다. 보험 없이 해외로 나가는 학생들은 사고를 당했을 때 어떤 보장도 받을 수 없어, 생면부지의 타지에서 아슬아슬하게 지내고 있는 셈이다.
◈ 해외로 나간 학생수 파악도 못해
더구나 학교 측은 해외로 나간 전체 학생 수나 진출 국가 같은 가장 기초적인 통계도 파악하지 않고 있었다.
해외 대학들과의 교류가 해마다 늘고 있는데도 담당부서에서는 "총 몇 명의 학생이 해외로 나갔는지는 모른다"고 밝혔다. 기초통계자료도 마련돼 있지 않다는 것은 해외로 나가는 학생들을 보호하기 위한 대비가 전무하다는 의미이다.
국내 대학 중 카이스트의 경우 학생들을 해외로 보낼 때 안전하게 도착했다는 체류지 도착 증명서와 유학생 보험 증명서를 제출하지 않으면 학교 지원금을 지급하지 않는다.
카이스트 국제 협력팀의 민현숙씨는 "국외 보험과 국내 보험을 이중으로 들도록 의무화하고, 현지 대학의 국제협력팀과 공조하면서 비상사태에 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이 학교에서는 국내 한 보험사와 협정을 체결해 학생들이 여행자 보험을 들 때 할인혜택을 받도록 배려하고 있었다.
연세대학교의 경우에도 해외로 나가는 학생들은 학교차원에서 반드시 유학생 보험을 가입하도록 의무화 하고 있다. 또한 해외로 출국하기 전에 보험 가입 여부를 확인하는 본인 서약서를 작성하고 파견교육을 실시해 안전에 대비하고 있는 상태이다.
유럽 국가 대학들은 전문 코디네이터들을 두어서 안전에 대비해 보험 정책을 철저히 시행하면서 만일의 사태에 대비한다. 호주는 아예 국가에서 보험을 관리한다. 호주에서 학생비자를 받으려면 의료보험(OSHC-Overseas Student Health Cover)을 비자기간만큼 의무적으로 가입해야 한다.
이렇듯 글로벌 대학을 표방해 대학간 국제 교류가 증가하면서 국내외 대학들에서는 학생들의 안전 문제 대비를 강화하고 있는 추세이다.
◈ 서울대, 말뿐인 '글로벌 대학' 모토
서울대도 '글로벌 대학'이라는 모토를 내세우며 해외 교류를 해마다 늘리고 있다.
올 한해만 200여명의 서울대 학생들이 본부에서 주관하는 교환학생 프로그램을 통해 외국으로 나갔다. 또한 해외 장단기 연수를 떠나는 학생이 해마다 170여명이다. 여기에 각 단과대학별로 따로 나가는 학생 수백명까지 합친다면 순수 학업을 목적으로 해외를 오가는 학생들이 한 해에 많게는 천 여명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정작 국제 교류에 대한 서울대의 준비나 투자는 열악하다.
현재 대외협력본부에서는 나가는 교환학생(outgoing)을 담당하는 직원 1명과, 해외 연수를 맡은 직원 1명이 해외를 오가는 학생들 수백 명을 관리하고 있다. 해당 업무에 대한 인력이나 투자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태여서 학생 관리가 소홀할 수밖에 없는 구조적인 문제가 있는 것이다.
황인규 서울대 농업생명공학부 교수는 인터뷰에서 "교수인 나도 개인 보험을 들어 해외를 오가고 있다"면서 "학교가 겉으로는 글로벌을 표방하고 있지만 학생들의 안전대비나 보험 같은 인프라는 전혀 구축돼 있지 않다" 고 지적했다.
황 교수는 또 "국제 캠퍼스 같은 거창한 프로젝트만 세워 떠들썩하게 홍보할 것이 아니라, 이번과 같은 비극적 사고가 발생하기 이전에 미리 보험 등에서 신뢰할 만한 제도를 갖춰 내실을 기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준현 한국 국제 교육자 협회 회장은 "국내 대학들이 해외에 학생들을 내보낼 때 위기관리시스템에는 소홀한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김 회장은 "지금까지는 국제 교육에서 양적으로 수를 늘리는 데 신경을 많이 썼는데, 이제는 교육 내용이나 위기 대비같은 질적인 부분에 더 신경써야 할 때"라고 의견을 제시했다.
이렇듯 서울대를 비롯한 많은 국내 대학들이 글로벌 대학으로의 도약을 꿈꾸고 있지만 보험 처리 등 가장 기초적인 학생보호나 안전대비에는 미흡한 것으로 밝혀지면서 대책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aori@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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