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복지

[기고] 노인 자살 하루 12명꼴… 사회안전망 시급

보리아빠 이원영 2008. 9. 26. 02:05
[기고] 노인 자살 하루 12명꼴… 사회안전망 시급
  • 김경우
    을지대 중독재활복지학과 교수
    인생의 황혼에 스스로 삶을 버리는 노인들이 크게 늘고 있다. 외로움과 생활고, 신병 비관, 자식들의 학대 등 이유는 제각각이다. 부모를 모시지 않으려는 자식들의 세태 속에서 노인들을 위로하고 돌볼 사회안전망이 매우 허술한 것도 노인을 자살로 내모는 요인이다.

    60세 이상 전체 자살자 수는 보건복지가족부 최근 통계인 2006년에는 4644명에 달했다. 하루 12.7명꼴로 세상을 등진 것이다. 이는 5년 전인 2001년(1890명)에 비해 크게 늘어난 수치다. 질병관리본부가 2006년 8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 서울대병원 등 서울·경기·강원지역 6개 병원 응급실을 찾은 손상환자를 대상으로 노인의 자살 동기를 분석한 결과, 지병을 앓다가 자신의 처지를 비관해 스스로 목숨을 끊는 경우가 35%에 이르며, 우울증과 자녀와의 갈등으로 자살을 시도한 사례가 각각 19%, 10%에 달했다. 자녀가 부모를 모시려 하지 않고, 부모 또한 자녀에게 기대지 않으려는 경향이 높아지면서 과거에 비해 가족 간의 유대가 약해져 어르신들의 외로움과 소외감이 커진 때문으로 보인다.

    노인들은 대부분 가족, 친구, 복지관 등 사회적 지지체계가 부족해 자살을 시도한다. 사회 풍토가 부모의 자녀 부양에서 국가 부양으로 옮겨가는 전환기에 노인들이 무방비 상태에 놓인 점이 자살률을 높이고 있다. 실제로 노인 자살 예방 시설이나 기관이 전무한 우리나라와는 달리 선진국들은 정부와 지역사회의 유기적 협력체계를 바탕으로 다양한 예방책을 마련해 노인 자살을 줄이고 있다. 이웃 일본과 비교하면 전체 자살 사망률에선 큰 차이가 없으나 노인 자살률은 한국이 월등히 높다. 75세 이상 고령자는 일본(인구 10만명당 32명)보다 2.6배(83명)나 많았다. 일본이 우리보다 노인 자살률이 낮은 것은 잘 갖춰진 사회복지 기반, 그리고 다양한 사회적 관심과 참여 때문으로 보인다.

    요즘 우리 사회에서 노인이란 존재는 애정 어린 보호와 존경보다는 지루함과 무관심, 소외의 대상으로 비춰지고 있다. 특히 급격한 고령화와 핵가족화로 가족의 정서적 유대감이 약화되고 사회적 관심이 낮아지면서 노인 자살이 늘고 있는 것이다. 노인들은 수명이 늘면 늘수록 상대적으로 고혈압, 치매, 관절염 등의 노인병에 시달리고 있는 일이 많다. 이러한 노인병은 종종 노인들의 자살로 이어진다. 또 노인 실업과 노인 프로그램의 부재도 자살 요인으로 작용한다.

    따라서 재고용제도나 근무연장제도와 같은 고용형태의 다양화와 더불어 고령자 고용촉진금을 인상한다든지 하는 제도 보완이 뒤따라야 한다. 그리고 노인들의 여가욕구에 맞춰 다양한 프로그램 개발이 필요하며 노인 자원봉사 프로그램 전담기구의 설치가 요구된다. 외국에서 이미 실시하는 노인전용전화상담서비스, 노인자살 예방 전용센터 운영, 모니터링프로그램 등의 도입을 적극 검토해야 할 것이다.

    다행히 지난해부터 준비하는 자살예방 종합대책의 효과적인 시행을 위해 총리실이 관련 부처의 정책을 조율하고 있다고 한다. 이제 정부는 자살통계만 발표하는 것으로 끝내지 말고 자살의 원인을 면밀히 분석해 사회안전망 차원에서 자살을 줄이는 대책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 보건복지가족부의 대대적인 생명존중 범시민운동의 전개와 함께 사회적인 네트워크의 구축도 절실하다. 우리를 보살폈던 그 손을 이제라도 우리가 잡아 드려야 하지 않겠는가.

    김경우 을지대 중독재활복지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