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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들 “퇴직 교육관료 모셔라” 경쟁적 러브콜

보리아빠 이원영 2008. 12. 26. 10:28

대학들 “퇴직 교육관료 모셔라” 경쟁적 러브콜

고위 교육 관료들이 퇴임하자마자 대학 총·학장으로 영입되는 관행이 그치지 않고 있다. 국책사업 예산 배정 특혜 등을 노린 대학들과 노후를 보장받고 싶은 관료들의 이해가 맞아떨어진 데 따른 것이다. 이는 일종의 권학유착(權學癒着)으로 일부에서는 법조계의 전관예우 못지 않은 폐해가 잇따른다고 지적하고 있다.

24일 교육과학기술부 안팎에선 전날 퇴임한 우형식 전 제1차관이 경북 구미의 금오공과대학교 총장으로 간다는 소문이 파다했다. 우 전 차관은 "한 달 전쯤 금오공대 교수님들 몇 분이 찾아와 '우리 학교와 인연을 맺었으면 한다'며 '총장 선거에 도전해 주시면 좋겠다'고 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 같은 제의가 자신의 사표 제출에 영향을 미쳤으며, 다음달 초 금오공대 총장 후보로 등록한 뒤 선거에 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금오공대에는 특별교부금 지원 논란으로 대기발령됐던 박융수 전 장관비서실장이 지난 8월부터 총무처장으로 근무하고 있다.

공교롭게도 우 전 차관은 이임식을 한 23일 오전 순천향대에서 명예 교육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학교 관계자는 "정통 교육 관료 출신인 우 전 차관이 명예박사 수여로 동문이 된다면 대학과 지역 발전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명예박사 학위 수여를 대학총장으로 가기 위한 정지 작업으로 받아들이는 사람도 적지 않았다.

이처럼 대학들은 전임 장·차관을 비롯해 1급 및 국·과장 등 고위 교육 관료 끌어안기에 힘쓰고 있다. 특히 울산대가 지난 9월 취임 4개월여 만에 물러난 김도연 전 교과부 장관을 총장으로 영입했으며, 동아대는 조규향 전 교육부 차관, 동우대는 박경재 전 교육부 정책홍보관리실장을 각각 총장으로 영입했다.

또 교육부 차관보 출신 김정기 청와대 교육비서관은 지난 7월 임명 전까지 선문대 부총장으로 일했으며, 일부 교육부 관료는 비리 등으로 경질된 뒤 대학 교수로 파견되기도 했다.

대학들은 교육 정책에 정통한 인사를 영입해 학교 발전을 도모하려는 취지라는 입장이다. 대교협 관계자는 "교육 관료 출신들이 교과부 내 정책 결정 과정을 잘 알고 있는 점 등은 대학 운영에 유리하게 작용하지만 현직에서 떠난 이상 큰 힘을 쓰기는 어려운 현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대학들이 교육 관료 영입을 통해 교과부의 국책사업 배정 시 유리한 위치를 선점하려는 포석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퇴직 관료라도 친분 등을 이용해 고급 정보를 앞서 확보할 수 있지 않느냐는 것이다.

이 때문에 교과부가 교육 관료를 영입한 대학들에 특정 사업을 배정할 경우 특혜 논란에 휩싸일 가능성이 있다.게다가 고위 교육 관료들이 퇴임 후 대학으로 가는 관행이 유지되는 상황에서 평균 임기가 1년도 채 안 되는 교육부 장·차관들이 소신껏 대학 지도·관리 업무를 수행할 수 있겠느냐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신광영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관리 감독 기관의 관료가 피감 기관의 장으로 가면 행정의 투명성이 저해된다"며 "교과부도 금융감독원 등 일부 행정부처 및 기관들처럼 퇴임 관료가 일정 기간 유관 기관에 임용되지 못하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 국민일보 2008.12.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