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에 학교 떠나는 아이들
[서울신문] 새벽 5시. 지하철 첫차를 기다리는 동안 몹시 추웠다.동대문 시장에서 일을 마친 민정(가명)이는 계단에 쪼그리고 앉아 시간을 죽였다. 5호선 첫차는 5시40분 도착한다. 아직 40분을 기다려야 한다. 밤새 나른 옷가지의 무게로 어깨가 후들거렸다.
9시간을 일해 번 돈은 3만 39 30원.시간당 최저임금 3770원에 9를 곱한 값이다.야근 수당도 차비도 따로 없다.17세 고교 중퇴자에겐 이 정도도 감지덕지였다.
● 수업료 150만원 감당못해
6일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가정형편 때문에 학교를 떠나는 고등학생들이 서울에서만 매년 600~1000명가량 된다. 2005년 993명이었고 지난해엔 906명이었다. 문제는 이 가운데 가정빈곤으로 학교를 떠나는 아이들이 매년 늘고 있다는 점이다. 2005년 학비가 없어 학교를 그만둔 아이는 571명이었다. 2006년에는 590명, 2007년에는 663명을 기록했다. 서울시내 고등학교 등록금을 1분기 이상 미납한 학생 수도 꾸준히 늘고 있다. 2005년 850명, 2006년 973명, 2007년에 1107명이 등록금을 연체했다.
●지원 법규 없어 방치
그러나 대책이 없다. 생활보호 대상자·차상위계층까지는 수업료를 면제받지만 그 이상 계층은 법적으로 지원 방법이 없다. B고등학교 3학년 주임 김모 교사는 "우리 학교도 수업료를 못 낸 3학년 학생이 5명이지만 틈새 계층 학생들이라 도와줄 근거가 없다."고 했다. 수업료만 낸다고 모든 게 해결되는 것도 아니다. S고등학교 홍모 교사는 "급식비·보충수업비 등 기본적으로 학교에 내야 할 돈도 만만찮다."고 했다. 사교육비, 교통비 등 다른 비용까지 더하면 고등학교 다니는 일도 쉬운 일이 아니다. 제도권은 학교를 떠난 아이들을 보호하지 않는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학교를 떠나지 않게 하려는 예방책은 세워도 떠난 아이들까지 챙기기에는 여력이 없다."고 했다. 대안학교 등도 역부족이다. 한 대안학교 관계자는 "각 교육청 사업에서 대안학교는 항상 후순위로 밀리고 있다."고 말했다.'함께하는 교육 시민모임' 김정명신 대표는 "빈곤으로 학업을 못 하는 아이들 소식은 들려오는데 단위 학교나 교육청에서는 그런 사실을 잘 모르고 있다."고 지적했다.
●유흥업소·노동현장 내몰려
갈 곳 없는 아이들은 유흥업소에 취업하기도 했다. D고를 중퇴한 박모(17·여)양은 "받아주는 곳이 없어 힘들었는데 결국 유흥주점 도우미로 일하게 됐다."고 말했다. 지난해 여름 자퇴한 권모(17)양은 희망이 없다고 했다. "해보려 안간힘 써도 안 되는 일이 있더라고요. 이제 교복 입은 아이들 봐도 부럽지도 않고…." 권양 손에는 펜 대신 담배가 들려 있었다.
박창규기자 nada@seoul.co.kr 서울신문 2009.1.7
9시간을 일해 번 돈은 3만 39 30원.시간당 최저임금 3770원에 9를 곱한 값이다.야근 수당도 차비도 따로 없다.17세 고교 중퇴자에겐 이 정도도 감지덕지였다.
● 수업료 150만원 감당못해
한창 학교 다닐 나이지만 노동 현장으로 내몰렸다. 지난해 6월 고등학교 1학년에 다니던 민정이는 학교를 그만뒀다. 연 150만원 수업료를 제때 낼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몇년 전 사업에 실패한 아버지는 빚을 진 채 도망쳤다. 혼자 남은 어머니가 두 아이를 먹여살리는 것도 쉽지 않았다.민정이가 자퇴를 얘기했을 때 어머니는 울었다. "평생 한이 될까 걱정스럽다."고 했다. 그래도 대안이 없었다. 학교는 민정이의 자퇴서를 무심히 받아들였다."밀린 수업료와 급식비는 정산하고 가라."고도 했다.
6일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가정형편 때문에 학교를 떠나는 고등학생들이 서울에서만 매년 600~1000명가량 된다. 2005년 993명이었고 지난해엔 906명이었다. 문제는 이 가운데 가정빈곤으로 학교를 떠나는 아이들이 매년 늘고 있다는 점이다. 2005년 학비가 없어 학교를 그만둔 아이는 571명이었다. 2006년에는 590명, 2007년에는 663명을 기록했다. 서울시내 고등학교 등록금을 1분기 이상 미납한 학생 수도 꾸준히 늘고 있다. 2005년 850명, 2006년 973명, 2007년에 1107명이 등록금을 연체했다.
●지원 법규 없어 방치
그러나 대책이 없다. 생활보호 대상자·차상위계층까지는 수업료를 면제받지만 그 이상 계층은 법적으로 지원 방법이 없다. B고등학교 3학년 주임 김모 교사는 "우리 학교도 수업료를 못 낸 3학년 학생이 5명이지만 틈새 계층 학생들이라 도와줄 근거가 없다."고 했다. 수업료만 낸다고 모든 게 해결되는 것도 아니다. S고등학교 홍모 교사는 "급식비·보충수업비 등 기본적으로 학교에 내야 할 돈도 만만찮다."고 했다. 사교육비, 교통비 등 다른 비용까지 더하면 고등학교 다니는 일도 쉬운 일이 아니다. 제도권은 학교를 떠난 아이들을 보호하지 않는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학교를 떠나지 않게 하려는 예방책은 세워도 떠난 아이들까지 챙기기에는 여력이 없다."고 했다. 대안학교 등도 역부족이다. 한 대안학교 관계자는 "각 교육청 사업에서 대안학교는 항상 후순위로 밀리고 있다."고 말했다.'함께하는 교육 시민모임' 김정명신 대표는 "빈곤으로 학업을 못 하는 아이들 소식은 들려오는데 단위 학교나 교육청에서는 그런 사실을 잘 모르고 있다."고 지적했다.
●유흥업소·노동현장 내몰려
갈 곳 없는 아이들은 유흥업소에 취업하기도 했다. D고를 중퇴한 박모(17·여)양은 "받아주는 곳이 없어 힘들었는데 결국 유흥주점 도우미로 일하게 됐다."고 말했다. 지난해 여름 자퇴한 권모(17)양은 희망이 없다고 했다. "해보려 안간힘 써도 안 되는 일이 있더라고요. 이제 교복 입은 아이들 봐도 부럽지도 않고…." 권양 손에는 펜 대신 담배가 들려 있었다.
박창규기자 nada@seoul.co.kr 서울신문 20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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