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의 자녀이해 참고자료
--애착이론이란 무엇인가?--
Ⅰ. 서론
볼비(John Bowlby)는 그의 첫 논문(The Nature oh the Child's Tie to His Mother,1958)에서 아동의 첫 대상관계가 그의 성격에 기초가 된다고 했다. 아동은 ① 생물학적인 이유뿐 아니라 만족감의 근원이 엄마이기 때문에 관심을 가지며 애착을 갖게 되는 것이다(theory of Secondary Drive). ② 젖가슴에 애착을 갖는 것은 본능이며 그것이 엄마의 것이고 엄마와 관계되어 있기 때문이다(theory of Primary Sucking). ③ 아이들의 본능은 음식과 따뜻함에 대한 욕구처럼 사람을 만지고 매달리는 것이다(Primary Object Cling). ④ 아동은 엄마의 자궁으로부터 추방당한 것에 원망하며 다시 돌아가기를 추구한다(Primary Return-to-Womb Craving)고 했다.
볼비는 사람에게 매달리고 접촉하려고 하는 생득적인 욕구, 다시 말해 음식과 따뜻함에 대한 욕구를 가정한 ‘1차 대상 집착설’을 토대로 본능이론을 발전시켰다. 그는 “젖빨기, 매달리기, 따라다니기, 울기, 미소 짓기”라는 다섯 가지 반응을 ①엄마와 아기를 묶어주고 ②아기에게 엄마를 묶어주어 엄마와 아기의 역동적인 상호작용을 촉진하는 애착반응이라고 했다. 볼비도 아동이 엄마와 연결되어 있고자하는 중요한 이유는 생존을 위한 본능적 반응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생리적 만족 때문에 의존한다는 것과 심리적으로 애착하는 것이 관련되어 있다 할지라도 그것은 근본적으로 다른 현상으로 보았다. 비록 프로이드나 안나 프로이드가 ‘애착’이라는 용어를 사용했다 하더라도 그들은 여전히 2차 욕동에 집착하였다. 불비는 더 이상 젖가슴과 엄마를 동등한 것으로 생각지 않는다. 볼비는 애착관계를 맺고 유지하는 욕구가 1차적이며 이 욕구는 수유, 성욕과 상관이 없다고 가정하였다.
애착도 일종의 본능적 행동이라면, 다음과 같은 조건을 충족시켜야 한다.
1. 애착행동은 모든 인간에게 나타나고 일정한 패턴과 예측 가능한 과정을 따른다.
2. 애착행동은 대체로 특정조건에서 활성과 되고 특정조건에서 종료된다. 예를 들면 낯선 그 무엇을 출현이나, 배고픔, 고통과 같은 내적 조건에 의해서 활성화된다.
3. 애착행동은 생존에 기여한다. 자기보다 강하고 현명한 자의 도움을 받는다면 어려운 조건에서 살아남을 가능성이 높아진다.
4. 애착행동의 적응적 속성 때문에 사회시스템 안에서 사회시스템의 일부가 되었을 때만 효과적으로 기능할 수 있다.
본능적인 패턴의 또 다른 속성은 서로 맞물려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여러 본능이 협력하여 어떤 행동을 만들어낸다. 예를 들면 성(sex)은 애착과 협력하며 함께 작동한다.
또한 심리조직화를 설명하기 위해 현대 생리학에서 통제이론(control theology) 혹은 사이버네틱 모델(cybernetic model)을 도입하였다. 동물행동학과 발달심리학, 체계이론, 그리고 정신분석학 등 여러 학문분야의 영향을 받은 애착이론은 아동의 정서발달에 미치는 기본적인 초기 영향에 초점을 맞추고 전생애 동안 개인들 간에 형성되는 정서적 애착의 발달과 변화를 설명하려고 하였다. 볼비의 개념에 의하면, 영아와 일차적인 애착인물 사이에 형성되는 애착의 질적 특성은 고정된 것이 아니며, 새로운 정서적 경험의 결과로 전생애 동안 극적으로 변화될 수 있다.
1. 애착이론의 정의
동물행동학과 발달 심리학, 체계이론 그리고 정신분석학 등 여러 분야의 영향을 받은 애착이론은 아동의 정서발달에 미치는 기본적인 초기 영향에 초점을 맞추고 전 생애 동안 개인들 간에 형성되는 강한 정서적 애착과 발달과 변화를 통해 일관성있게 관찰된 사실들을 설명하기 위해 등장한 이론이다. 애착이론의 주제는 일상 속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인간의 속성, 즉 특수한 사람과 연결된 정서적 고리(emotional tie)의 형성, 수정, 상실 그리고 이 과정에 수반되는 정서이다.
볼비는 애착이론에 대한 정의를 다음과 같이 말했다.
“내가 편의상 애착이론이라고 이름을 붙인 이 이론은 특정한 어떤 사람에게 강한 애착을 느끼는 인간의 경향성을 개념화하고, 애착대상과의 원치 않는 분리 혹은 애착대상의 상실이 발생했을 때 수반되는 불안, 분노, 우울, 정서적 초연(emotional detachment)과 같은 다양한 정서적 고통과 성격장애를 설명하는 이론 중 하나이다.”
2. 애착체계
애착체계는 생물학적으로 작동되고 아동을 위한 생존기능을 하며 출생 후에는 특정한 애착인물과의 관계에서 활성화되는 매우 기본적이고 유전적인, 부모의 양육체계와 상호작용하는 아동내의 조절체계이다. 볼비는 어머니와 영아를 자기 조절적이고 서로 상호작용하는 체계의 구성원들로 간주하였다. 그래서 영아와 어린 아동은 그들이 불안할 때 가까움을 추구하고 특히 어머니와 가까워짐으로 보호받고 안정감을 얻으려고 한다. 이때 애착체계가 활성화될 것이다.
3. 표상모델 (내부작동모델)
애착이론의 핵심인 표상모델은 볼비(1969)가 개발하고 피터프로인드(Perterfruend, 1983)가 임상장면에 적용한 작동모델(혹은 ‘내부 작동모델: internal working models’)이다. 작동모델(working models)은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자기에 대한 또는 환경에 대한 인지적 지도, 표상, 도식 또는 각본이다. '내부작동모델'이라는 개념은 자기(self)와 대상이 담고 있는 표상과 거의 같은 말이다. 세상과 세상 속에 있는 우리 자신에 대한 모든 것을 가리킨다. 작동모델에는 정서도 저장된다. 애착관련사건에는 항상 정서가 동반되기 때문에 애착표상도 반드시 정서와 연결되어 있다. 더욱이 무의식적 표상은 직접 관찰할 수 없기 때문에 추론할 수밖에 없다. ‘낯선 상황 절차(The Strange Situation)’는 영아의 애착표상을 추론하는 도구이다. 우리가 보통 ‘자기 존중감’이라고 하는 것, 즉 자신은 사랑의 대상이며 사랑받을 가치가 있다는 생각은 자기에 관한 작동모델에 들어 있다. 또한 자신이 환경과 구분되어 있다는 느낌인 분리감, 언제든지 같은 사람이라는 자기동일성(self-sameness)과 자기 연속성, 그리고 자기 지식(self-knowledge)도 자기에 관한 작동모델에 들어있다.
내부 작동모델은 생후 몇 개월이면 만들어지기 시작한다. 그러나 작동모델은 그 후에도 계속 만들어지고 수정된다, 최초의 모델들은 이 후 아동이 세상을 경험하는 방식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무엇보다도 중요하며 나중에 만들어지는 모델에 영향을 준다. 이렇게 형성된 내부 작동모델은 매우 안정적이고 보수적인 성향이 있으나 고정된 틀은 아니다. 역동적인 구조물로써의 작동모델이다. (예를 들면 7세 아동이 어떤 집에 살고 있다고 가정해 보자. 이 아동의 내면에 이 집에 대한 작동모델이 형성될 것이다. 그 후 20년 동안 이 집을 떠났다가 돌아와 보면 생각했던 것보다 그 집이 작게 여겨 질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이 사람은 이 집에 대한 작동모델을 새로운 것으로 수정해야 한다.)
4. 민감성과 애착의 질
애착인물에게 필수적인 민감한 행동(sensitive behavior)은 ①아동의 신호(예; 울음 등)와 조화를 이루고, ②신호의 의미를 정확히 이해하며, ③영아의 신호에 적절하게 반응하며 ④ 좌절을 견뎌 낼 수 있는 시간 내에 신속하게 충족시켜 줄 수 있는 능력을 요구한다. 이런 민감한 행동은 매일의 상호작용에서 수없이 일어나며 애착인물의 민감한 양육행동에 의해 영아의 욕구가 충족될 때 안정된 애착을 발달시킬 수 있다.
5. 애착인물의 위계
생후 첫 1년 동안, 영아는 필요할 때 애착인물과 접촉할 수 있는 정도에 따라 그리고 분리 시 경험하는 분리불안의 수준에 따라 애착인물들의 위계를 형성한다. 엄마와 양육자 누구던지를 말했으나, 볼비는 처음에는 한 사람과 생긴다고 했다. (예를 들면 가장 많이 예뻐하고 필요할 때 도와 준 사람 등... )
6. 탐색체계
애착체계와 탐색체계는 반대의 동기에서 시작하지만 상호의존적인 관계에 있다. 애착이라는 것은 상호양방통행이다. 영아만 중요한 게 아니라 엄마도 중요하다. 애착이 생기면 아동은 편안한 애가 된다. 엄마와 영아가 초기에 잘 맞으면 안정성이 생기고 안정성이 있어야 세상을 탐색(explore)하게 된다. 탐색을 통한 자극을 받아들여야 인지학습, 언어학습이 된다. 애착과 탐색은 전생애 동안의 과정이며, 양극 사이의 긴장은 끊임없이 서로 균형을 이루어야만 한다. 영아는 정서적으로 어머니가 자신을 수용하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어야 한다. 말러는 이러한 행동을 은유적으로 “정서적 연료공급하기”라고 표현하였다.
7. 행동시스템
애착이론은 유기체에게 조직화된 행동시스템 혹은 반응장치(effector equipments)가 발달한다고 가정한다. 행동 시스템에는 애착시스템, 무리짓기 시스템(affiliation to group), 수유, 성 탐색시스템도 포함된다. 각 시스템은 생물학적 기증을 갖고 있다. 애착시스템은 생존을 보장해 주기 때문에 기본적인 시스템이다. 애착시스템은 최소한 두 개의 소 시스템으로 통합되어 있다. 하나는 장기적인 관계를 담당하는 시스템이고 다른 하나는 일시적 상황에서 즉각적인 접근 행동을 담장하는 시스템이다. 첫 번째 소 시스템은 연인들이 정기적으로 만나고 전화하는 등의 애착 인물과 접촉을 유지하는 행동을 만들어 낼 것이다. 두 번째 소 시스템은 힘든 일이 생겼을 때 갑자기 상대방을 찾아가 도움을 청하는 행동을 만들어 낼 것이다.
프로이드 |
볼비 |
구강욕구와 리비도적 충족이 1차적이고, 애착은 2차적이다. |
애착은 1차적이며 고유한 장치를 가지고 있다. |
아동은 주로 ‘알 속의 새처럼 외부세계의 자극과 차단된’ 나르시즘의 상태에 있다. |
개체는 처음부터 상호반응을 요구하는 간주관적(intersubjective)맥락에 능동적으로 참여한다. |
본능적 어느 수준까지 축적되면 방출이 요구되는 에너지의 과부하에 의해 활동화 된다. |
본능적 행동은 특정한 내적, 외적조건에 의해 이 행동이 필요할 때 활성화된다. |
8. 동물행동학
볼비는 본능적 행동을 이해하는데 중요한 토대가 된 동물행동학(ethology)에 많은 관심을 기울였다. 로렌츠의 각인 연구1)(1935년에 처음으로 발표하였고, 1950년대에 널리 알려졌음)는 볼비에게 좋은 모델이었다. 이런 결과는 모조 어미와 함께 키운 붉은 원숭이 새끼에 관한 헤리 할로우(Harry Harlow, 1958)의 첫 번째 연구2)에서도 재현되었다. 할도우의 동물행동학적 연구는 엄마박탈(maternal deprivation)조건에서 자란 영아가 불안한 성격이 되고 발달병리의 위험 요소를 안고 있음을 발견한 정신분석가인 르네 스피츠(R둗 Spitz, 1950)의 선구적인 연구를 참조한 것이다. 이 실험으로 인해 어린 것의 구순욕구(orality)와 수유가 애착행동의 원천이라는 가설은 기각되었다. 적어도 붉은 털 원숭이에게 더 중요한 것은 따뜻한 접촉이었다. 이 실험으로 어미의 기능은 첫째, 어린 것들에게 영양분을 공급하고 따뜻하게 해주고 욕구를 해소시켜주는 것이며 둘째, 신체적 접촉과 신체적 지지를 제공하고(이것이 안전감(sense of security)의 발달에 중요하다) 셋째, 외부의 위협이나 위험으로부터 어린 것들을 보호하는 것이라고 하였다. 이 연구는 영장류의 경우 새끼-어미의 관계가 영속적이며, 이 관계의 단절은 새끼에게 심리적 고통을 안겨주고, 단절이 영속적이라면 새끼에게 심각한 손상이 유발된다는 사실을 입증하였다. 그러나 볼비는 인간만이 갖게 된 특수한 장치 덕분에 인간은 다양한 방식으로 동일한 목적지에 도달 할 수 있다고 했다.
아동의 애착행동은 눈으로 혹은 행동으로 엄마를 따라다니고, 젖을 빨고, 매달리고, 모방하는 등의 근접추구(proximity-seeking)행동으로 표현된다. 엄마가 충분히 반응해주면 어린 자녀에게 강력한 안전감(sense of security)이 발달한다.
9. 통제이론
볼비가 동물행동학을 채택한 것은 컴퓨터와 생물학적 유기체인 두뇌의 조직화를 설명할 때 이용되는 ‘통제이론’ 즉 사이버네틱모델을 토대로 정신과정을 개념화하기 시작했음을 의미한다.
이 외에 애착이론은 발달이론 (정상, 비정상 둘 다에 관한) 민감한 반응성(sensitive responsiveness)의 심리적 발달의 지휘자라는 이론, 내면화와 표상화 이론, 불안이론과 다양한 이론을 포함하고 있다.
Ⅱ. 애착이론의 발전
전쟁 이후 1946~56년까지 타비스톡 클리닉의 아동부 책임자로 있으면서 상담과 연구 등 여러 경험을 통해 어린 아동의 정신 건강에 엄마의 지속적인 보살핌이 필수적이라고 확신하게 되었다. 전쟁 후 하그리브스는 볼비에게 전후고아들에 관한 WHO의 프로젝트를 맡겼고 그 결과물로 1953년 “엄마의 보살핌과 정신건강” 이라는 보고서로 나왔다. 이 연구에서 아동이 출생 직후 부모로부터 받은 보살핌의 질이 차후 정신건강의 토대이며 부모로부터 따뜻하고 친밀하고 지속적인 보살핌을 받은 영아 혹은 유아만이 적절한 방향으로 건강하게 자랄 수 있다는 결과가 나왔다. 또한 부모역할을 하는 사람은 기본적으로 어머니이지만 아버지, 다른 식구들 혹은 대리 부모도 부모역할을 할 수 있음이 밝혀졌다.
1. 볼비와 로버츤 부부
볼비는 타비스톡클리닉에서 활동하던 1948년에 제임스 로버츤을 채용하여 병원에 입원한 아동을 관찰하는 임무를 맡겼다. 그 당시의 병원에 입원한 아동들은 엄마와 분리되어야 하며 엄마들은 아동을 만나러 병실에 들어갈 수 없었고 간호사들은 수시에 바뀌었다. 그는 소아 병동에 입원한 아동들이 심각한 고통을 겪고 있음을 목격하였다.
그 이후 로버츤 부부는 “부모와 잠시 떨어져 있는 어린아이들(the young children in brief separation series)” 이라는 5개의 영상 시리즈물을 만들었다. 이 영상물에 의하면 분리기나, 분리시의 발달단계, 대리부모가 제공하는 보살핌의 질이 엄마 부재에 대응하는 아동의 능력에 영향을 준다. 아동은 분리불안에 방어기제를 사용하였다. 종종 아동은 부모를 찾다가 어느 단계가 이르면 완전히 체념했다. 이때부터 아동은 부모를 찾는 어떤 노력도 포기하고 조용히 웅크리고 앉아 있었다. 이 분리기간 동안에 아동이 보여준 저항, 절망, 초연이라는 분리반응의 순서가 나타났다. 로보츤 부부는 대리부모가 잘 돌보아주어도 분리는 항상 치명적인 문제가 수반되지만 분리가 불가피할 때 분리된 아동을 돌보아 주는 양육의 질이 좋다면 분리 결과가 개선될 수 있다고 결론을 내렸다.
2. 볼비와 메리 애인스워스(Mary Ainsworth)
존 볼비와 메리 애인스워스의 협력은 매우 중요한 결실을 거두었다. 오늘 날 애착이론의 중요한 부분 중 어떤 측변은 볼비보다 애인스워스의 업적이다. 애인스워스가 남편과 함께 런던에 왔을 때는 이미 조교수 신분이었다. 볼비 보다 7세 아래인 메리 애인스워즈는 1929년 16세의 나이에 토론토 대학에 입학했다. 여기서 첫 번째 지도 교수인 윌리엄 블래츠(William Blatz)를 만났다. 그는 주로 인간의안전감에 관심을 기울인 심리학자였다. 블래츠는 아동이 밖으로 나가 세상을 탐색하고, 배우고, 이 과정에 만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극복감이 발달하는 것은 안전감 때문이라고 했다. 걸음마기 영아가 자율적으로 이동하는 능력과 상징적 표상을 사용하는 능력은 거의 동시에 출현한다. 이 두 가지가 발달해야 탐색활동이 가능해진다. 이 무렵 애착과 탐색이라는 두 가지 동기 시스템의 관계가 재조직화되며 이 두 시스템의 상호작용은 일생동안 계속된다.
부모는 상보적인 두 양육행동, 즉 보호행동(지지와 안전을 제공하는 행동) 과 놓아주는 행동(두려움없이 세상을 배우고 탐색하도록 격려하는 행동)사이에서 조화를 추구해야 한다. 이 아이디아는 블래츠가 맨 처음 제안하고 볼비가 발전시키고 애인스워즈가 체계적으로 연구한 것이다. 애인스워스는 엄마와 아동의 관계를 안전애착과 불안전 애착이라는 포괄적인 두 개의 범주로 분류하였다. 이 분류는 오늘날 애착이론의 핵심이기도 하다. 안전애착과 불안전애착의 개념은 아동이 실제로 경험한 엄마와의 관계뿐만 아니라 아동의 마음 속에 들어있는 엄마와의 관계, 즉 엄마와의 관계에 대한 내부작동모델, 혹은 표상과도 관련이 있다. 이 분류는 아버지와 아동의 관계에도 적용된다.
3. 낯선 상황(Strange Situation)
낯선 상황은 애인스워스를 중심으로 한 볼티모어팀이 1964년에 처음으로 고안해 낸 표준화된 실험절차이다(도표참조). 애인스워스가 사용한 관찰기법은 동물행동학과도 조화가 이루기는 하지만, 실제로 로버츤으로부터 배운 것이고 건접적으로는 안나 프로이드에게서 유해한 것이었다. 1963년부터 진행되어 1969년에 발표된 볼티모어 프로젝트는 당시 냉정하고 엄격하게 아이를 양육해야 자율성과 자신감이 발달한다는 것이 육아상식이었던 것을 정반대로 바꾸게 하였다.
※ 연구를 위한 상황: 아동이 엄마와 함께 방에 들어온다. 방에는 탐색활동을 자극할 만한 많은 장난감이 있다. => 그 다음에 다정할 것 같지만 낯선 어른이 들어온다 => 엄마만 나간다 => 엄마가 약 3분 후에 들어와 엄마와 아동이 재회한다. => 다시 엄마가 나가고 => 곧 낯선 사람도 나간다 => 아동이 혼자 있을 때 낯선 사람이 먼저 그 방으로 돌아온다 => 엄마가 들어와 두 번째 재회를 하며 이 절차가 종료된다.
유형 |
반응 |
특징 |
‣ 학령기 특징(또래관계) |
A범주: 회피애착형 (insecure- avoidant) |
1/4아동: 엄마와의 친밀한 접촉을 회피하고 엄마가 방을 떠났을 때 놀라거나 울지 않고 돌아왔을 때도 적극적으로 접촉을 회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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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대신에 사물에 의지하고 분리의 고통을 숨기며, 엄마를 필요로 하지만 엄마가 이를 충족시켜주지 못할 것으로 기대하고 엄마에 대한 욕구를 조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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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령기에 다른 아이들을 괴롭히는 경향이 있다. 책임을 떠 넘기고 거짓말 하고 남을 괴롭히거나, 혹은 감정이 밋밋하고 수줍어하는 외톨이, 혹은 주변 환경에 관심을 보이지 않고 혼자 딴 생각하거나 틱 증상을 보인 명백한 문제 아동이 된다. |
B범주: 안전애착형 (secure) |
절반정도의 아동: 놀라는 반응으로 놀이나 탐색이 중단되고 엄마를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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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움, 자신감, 호기심을 갖고 환경을 탐색을 놀이를 할 수 있고, 분리에 대해 적절한 반응으로 고통을 표현할 수 있고, 쉽게 진정되는 것이다. 심리적 자원이 풍부하고 융통성있으며 좌절에 대한 인내력도 강하다. 지나치게 의존하지 않으며 엄마의 도움을 이용할 줄 안다. |
지나치게 동화되지 않으면서 다른 사람에게 관심을 보이고 고통스러워하는 다른 아이들을 공감해줄 수 있고 다른 친구들로부터 존경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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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범주: 양가애착형 (inscure- ambivalent or ambivalent- preoccupied) |
10% 아동: 엄마가 돌아왔을 때 엄마가 달려갔고 엄마에게 위안을 얻는 것 같지만, 엄마에게 화를 내기도 하고 마지못해 안겨 있는 듯한 수동적인 자세를 취하기도 한다. |
분리에 대해 강력한 반응을 보인다. 쉽게 진정되지 않고 서럽게 우는 경향이 있으며 놀이로 돌아가지 못한다. (안 놀고 안 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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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생양이 될 가능성이 높다. 정서적으로 불안정하고 쉽게 당황하고 쉽게 좌절하는 경향을 심리적 혈우병에 걸린 것처럼 심리적 상처는 아물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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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범주: 와해혼돈형1) (disorganized-disoriented) |
엄마와의 재회 시 달려가다 도중에 잠시 멈춘 다음, 한바퀴를 회전하고 어머니로부터 멀리 도망쳐 버리는 것 같은 혼란된 행동을 잠시 보인다. 혹은 어쩔 줄 몰라 당황하는 반응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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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측 불가능한 엄마의 위협에 노출되어 있어 애착체계가 활성화되어 있기는 하지만 분명한 행동전략으로 표현할 수 없기 때문에 나타나는 행동특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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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를 받거나 좌절한 상황에서 고통을 표현하지 않고 남에게 의존하지도 않는다. 이런 모습은 위니컷이 말하는 거짓 자기와 유사하다. 이런 아동은 종종 오만하고 적대적이고 복원력이 강한 것처럼 보이기도 하고 (엄격하고 안정된 방어기제 때문에) 정서적으로 성숙하고 안정된 듯한 인상을 풍기기도 하나 이것은 거짓된 모습이다. 다른 사람들과 가까이 지내거나 친해지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
4. 미네소타 연구
메리 애인스워스의 제자(Mary Main, Solomon 등) 들의 미네소타 연구팀이 영아기부터 취학 전 아동 피험자들을 수년간 추적 관찰한 결과 (D 범주, 학령기 특징, 또래관계: ‣로 표시)를 위의 도표에 함께 포함시킨다. 낯선 상황이 개발되고 그 타당성이 입증된 후에 성인의 아동기 애착경험을 확인하기 위하여 “성인애착면접(Adult Attachment Interview: AAI)”이라고 부르는 반구조화된 면접을 개발하였다. 이 면접을 목적은 애착에 대한 부모의 아동기 경험들이 그들의 자녀가 갖는 애착의 질적 특성에 영향을 주는가 탐색하는 것이었다.
5. 아버지의 역할
초창기에 볼비와 애인스워스는 어머니의 역할을 강조하였다. 그러나 1970년대 중반부에 애착연구자들은 아동과 아버지의 관계에도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했다. 애인스워스의 초기 제자인 마이클 램(Michael Lamb)은 아버지와 아동의 관계를 연구한 선구자 중 한 사람이다. 램은 가정에서 아동을 관찰한 결과, 아동이 어머니에게 그랬듯이 같은 방식으로 아버지에게도 신호를 보낸다는 사실을 발견했다(Karen, 1994). 이것은 어린아이가 있는 가정을 연구하거나 어린아이를 키우고 있는 모든 사람들이 인정하고 있는 너무나도 명백한 사실이아. 이 연구는 메리 메인과 도어웨스턴의 연구에서도 나왔다. 이들은 어머니에 대한 애착과 아버지에 대한 애착의 다양한 질적 차이를 발견했다. (자녀는 두 부모 모두와 안전애착 관계 혹은 어느 한쪽과 안전애착이거나 혹은 둘 다 불안전애착일 수 있다. )
6. 안전기지로써의 가족
영아, 아동, 청소년은 가족, 집단 혹은 대인관계 시스템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이 시스템 내에서 발생하는 일은 시스템내의 구성원 중 어느 누군가에게 반드시 영향을 준다. 특정상황에서 진행되는 가족 간의 상호작용패턴을 들여다보면 분명히 가족 각본이 있다. 그래서 가족과 같은 집단은 그 집단에 독특한 애착패턴의 정신적 표상 혹은 작동모델을 공유하고 있다. 폭력이 없는 가정, 부부가 서로를 지지해주고 갈등이 적은 가정은 자녀의 안전애착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그렇다고 해서 홀어머니 밑에서 자란 아동에게 불안전애착의가능성이 반드시 높은 것은 아니다.
7. 또래관계와 형제관계
아동기 때 형제 혹은 또래로부터 거절이나 갈등이 발달에 나쁜 영향을 주며 간혹 장기적으로 나쁜 영향을 준다는 사실은 이제 기정사실이 되었다. 한 연구에서 아동기 때 또래에게 거절당한 경험은 청소년기의 공격성을 예측해 주며, 성인이 되어서도 낮은 자기 존중감을 갖게 된다. ‘루시아 부르노리’는 새로 태어나는 아이로 인해 손위 아이는 밀려나는 기분이 들고 이로 인하여 애착행동이 활성화 된다고 하였다.
8. 획득된 안전감
애착연구는 안전과 불안전에도 관심을 기울인다. 아동기의 불안한 혹은 불안전한 애착은 정신병리를 일으키는 위험요소가 될 수 있지만 그 자체가 반드시 병리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아동이 도움을 요청하는 신호를 보냈을 때 양육자가 일관성 있게 반응해주면 아동에게는 도움, 지지, 보호가 필요할 때 언제든지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기본적인 신뢰감이 발달한다. 기본적인 신뢰감은 ‘안정애착’과 같은 것을 의미한다. 안전애착에는 일반적으로 자기 가치감과 자기 통합감이 수반된다. 이와 반대로 부모가 아동에게 일상적으로 일관성 없이 반응하거나 반응해 주지 않는다면 안전감이 손상된다. 애착이론가들은 어린 시절에 부모와 힘든 관계였음에도 불구하고 성인기에 안전애착군으로 분류되는 사람들을 발견하였다. 이들은 살아오는 과정에서 제 2의 애착인물(다른 친척, 교사, 또래)에게서 안전한 자원을 획득한 것 같다. 리사 크렌덜은 이런 엄마들의 경우 성인기에 적극적으로 개인상담에 참여하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9. 사별과 위기에 대한 연구
애착고리의 단절은 극심한 슬픔의 원인이 된다. 아동기때 겪은 부모의 사망이나 이혼과 같은 상실은 성인기 정신장애의 중요한 원인이 된다는 사실은 이제 상식이며 그 후 아동이 겪는 부적절한 대우는 아동에게 더 큰 충격을 준다. 또한 애착이론은 실패한 결혼, 가족해체에 대한 정서적 반응, 부모와의 이별이 자녀에게 영향을 연구할 때에도 유용한 이론이다.
위기의 상황에서 애착인물이 제공하는 도움이나 ‘매우 가까운 타인’으로 정의되는 누군가가 제공하는 지속적으로 접촉하고 공감해주는 ‘중핵 접촉’이 가장 효율적이다.
10. 사회적 지원
애착연구자들은 행동의 사회적 측면과 심리적 측면이 연결되어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사회정책과 정치에도 관심을 기울인다. 애착이론이 정치에 관심을 기울이는 것은 기본적으로 사회적 정의을 고취하고 상호지원을 늘이기 위해서 이다.
11. 손상된 애착패턴의 대물림
볼비의 애착이론은 대물림 현상을 연구할 수 있는 이론적, 방법적 틀을 제공해주었다. 관련연구들은 부모의 내부작동모델과 아동의 안전애착 사이에서 밀접한 상관관계를 발견하였다. 이 연구는 버클리 팀의 구조화된 평가도구인 성인애착면접법(Adult Attachment Interview)3)이 개발되면서 가속화되었다.
1. 아동기와 청소년기 때 부모가 겪었던 애착에 대한 경험은 ‘내부작동모델’의 형태로 부모의 머리 속에 저장된다.
2. 부모의 이런 작동모델은 자녀의 표상구조에 영향을 준다.
3. 부모의 머리 속에 들어있는 아동에 대한 표상은 부모가 자녀를 대하는 방식과 도움을 요 청하는 자녀의 신호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능력에 영향을 준다.
4. 부모 쪽에서 보여주는 민감한 반응성(sensitive responsiveness)의 정도과 질은 부 또는 모와 자녀 사이에 형성된 애착의 질을 결정하는 1차적 요인이다.
연구와 임상에서 종합해보면 자녀의 안전감에 가장 중요한 부모요인은;
공감해주거나 민감하게 반응해주는 능력, 자녀와 유의미한 대화를 나눌 수 있는 능력이다. 양육자의 민감성을 저해 하는 결정적인 요인은 양육자가 자신의 정서적 고통과 약점에 방어기제를 사용하는 것이다. 성찰능력이 뛰어난 부모는 자신이 어려운 환경에서 자랐을 지라도 자녀에게 안전애착을 심어줄 수 있다. 또한 아동의 성찰능력은 부모와의 사려깊은 상호작용을 통하여 발달한다. 어려운 상황을 잘 극복하는 복원력은 심리적 면역체계라고 할 수 있는 성찰 능력과 관련이 있다.
Ⅲ. 애착이론과 정신분석학의 비교
정신분석학자 |
볼비 |
멜라니 클라인은 생의 본능과 죽음의 본능 간의 갈등에서 타협점을 찾지 못하면 정신병리가 발생한다고 주장했다. 충동 간 갈등의 정신적 표상이 환상(phantasies)를 만들어 낸다는 관점에서 보면 타인과의 관계는 사람과 사람의 상호작용을 통해 발달하는 것이 아니라 순수한 내부세계의 산물이다. |
여기에 대해 볼비는 발달맥락과 사회적 맥락을 언급하지 않고 정신기능을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인간은 처음부터 1차적 애착인물과 우대관계를 추구한다고 제안하였다. ‘1차적 나르시즘(primary narcissism)’이라는 정신분석적 개념을 거부하였다. |
위니컷의 곁에는 늘 엄마와 아기가 있었고 그의 주제는 엄마와 아기의 관계였다. 엄마와 아기의 관계는 아동의 성격이 만들어 지는 고유한 맥락이다. 그는“아기와 같은 것은 없다. 양육자와 아기의 관계만이 있을 뿐이다.”고 말한다. 혼자 있을 수도 있고 관계를 맺을 수도 있는 능력의 토대가 되는 접촉과 분리의 변증법적 관계를 강조하였다. |
이것은 분명히 볼비의 관점과 상당히 유사하다
|
코헛은 애착인물이나 부모라는 말 대신에 아동의 자기 대상이라는 명칭을 사용하였다. 그 이유는 공감해 주는 부모의 역할 때문이다. 아동이 완벽함을 원한다는 코헛의 관점은 볼비와 상당히 차이가 있다. (코헛은 성인의 자료를 토대로 영아의 발달을 추론하였다.) |
이 관점은 애착이론의 개념인‘민감한 반응성(sensitive responsiveness)’과 관련이 있다. 볼비는 아동이 아동보다 현명하고 강하고 세상에 잘 대처하는 부모를 경험해야 한다고 제안하였다. (다양한 영아집단을 직접 관찰) |
말러는 일반적으로 정상적 자폐단계, 정상적 공생단계, 분리-개별화단계, 리비도 대상의 정착단계라는 4단계를 걸쳐 발달이 진행된다고 설명하였다. 이것은 타인과 접촉을 통한 분리감의 발달과정을 설명한 것이다. 자기와 타인에 대한 표상의 설명이 상당부분이다. 내면화된 자기와 중요한 타인의 표상 정서와 행동의 발달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를 설명한다.
|
공통점: 분리감의 발달 타인을 고유한 마음을 갖고 있는 독립된 개체로 보는 능력의 발달, 타인과 관계를 맺는 능력의 발달을 설명한 부분이다. (현대적인 애착이론의 핵심쟁점을 잘 설명하였다) 비판점: ①초기단계는 애착연구의 지지를 받지 못하는 가설이다. ②탐색과 안전과 애착에 대한 욕구는 일생을 지속되지만 말러는 특수한 단계(분리-개별화)로만 국한시켰다. ③프로이드의 메타심리학적 공식을 답습함으로 말러 자신이 관찰한 것을 적절한 용어로 설명하지 못했다. |
안나 프로이드는 아동의 양육방식에 깊은 관심을 기울였으며 가족의중요성을 널리 알려야 한다고 생각하였다. 볼비와 마찬가지로 초기 아동기의 특수한 애착 욕구를 본능적 욕구라 했다. 좀 더 성장한 이후에 출현하는 강력한 분리불안의 기원을 볼비처럼 설명하였다. |
볼비는 자신의 몇 가지 연구가 안나 프로이드로부터 영향을 받았다고 밝혔다. 안나로 부터 따온 아이디어는 “아동이 다양한 사람에게 애착관계를 형성하지만 애착정도에 따라 위계적 순서가 정해져 있다”는 것이다. |
애착이론은 정신분석적 심리치료의 부작용(잘못된 기법과 치료의 역효과)을 예방하는데 큰 기여를 하였다.
Ⅳ. 볼비의 유산에 대한 논의
1. 애착과 성욕
볼비는 애착을 우선시하고 성욕을 두 번째 자리에 놓았다. 이것은 애착을 1차적 동기 시스템으로 격상시키는 자신의 목적은 달성하였으나 그의 의도와는 달리 성욕과 애착이 별개의 것으로 구분되는 결과가 발생했다. 애착과 성욕은 인간의 발달 차원에서 별개의 현상이 아니다. 분명한 것은 애착의 맥락 속에서 발달 중인 영아에게 성욕이 출현한다는 점이다. 기본적으로 애착과 성욕은 맞물려있고 중첩된다. 사실상 발달은 시간 상 일직선으로 진행되지 않고 발달의 내용물도 단 하나가 아니라 다양한 측면이 복잡하게 맞물려 진행된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초기 애착장애는 성인기에 성적 파트너와 관계를 형성하지 못하는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2. 환상
볼비가 환상의 개념을 거부한 것은 또 다른 논란거리였다. 어떤 사람들은 그가 정신분석학의 기본원칙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볼비가 거부한 것은 환상에 대한 클라인의 개념과 환상이 무에서 출발하여 개인의 내부에서 자생적으로 출현한다고 하는 개념이다. 생득적인 경향성이 환상을 만들어 낸다는 것을 근거없는 주장이라고 했다. 볼비는 환상에 대한 클라인의 개념을 거부하면서 환상은 경험을 이해하는 하나의 길일뿐이라고 주장했다.
3. 과거탐색
볼비는 과거탐색을 매우 중요시 했다. 프로이드는 일생동안 여러 시점에서 과거 탐색의 가치와 중요성을 수정하였고 후기 논문에서는 회상에 대한 토대가 볼비가 말한 것과 유사한 관점으로 되돌아갔다. 중요한 것은 시간에 대한 이해이다. 시간은 시계가 알려주는 시간이나 정지된 점의 행렬이 아니라 흐르고 있는 순간적인 과정의 연속이다. 따라서 과거는 정지된 것이 아니라 움직이고 있으며 미래의가능성이 내포된 현재의 경험 속에서 다시 만들어 진다. 볼비의 저작물을 살며보면 그는 분석상황에서 기억이나 회상이 재구성되는 복잡한 현상을 고려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는 분석상황에서 환자가 말한 과거의 중요한 경험들을 분석가가 부정하면 안된다고 말했다.
4. 애착이론의 철학
애착이론의 독특한 철학은 개인을 분석의1차적 단위로 삼았던 일인심리학(one-person psychology)에서 벗어났다. 이렇게 그는 데카르트모델을 버렸다. 볼비는 ‘간주관(intersubjectivity)’라는 용어를 사용한 적은 없지만 그가 말한 것은 바로 ‘간주관’이었다. 이 개념은 현상학적 철학에서 나왔고 철학에서 간주관은 ‘실존’의 기본조건이다. 간주관은 세상 속에서 존재하는 고유한 상태이다. 간주관은 함께 거주하고 서로 서로에게 마음을 열어 상호작용하는 공간을 모사한 것이다. 간주관의 개념이 없다면 분석자와 피분석자 사이에 감정이 전달되어야 하는 정신분석은 어려워진다.
5. 패미니스트들의 비판
과거에 패미니스트들이 볼비의 애착이론을 비판했다면 주로 여성에게 부여한 엄마의 역할 때문이다. 그러나 나중에 나온 불비의 저작물은 강조점이 변화했다. 엄마와 아빠를 포함한 부모역할을 다루는 것으로 부모 중 어느 누가 애착인물의 역할을 수행해도 상관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종종 ‘엄마’대신에 ‘양육자’라는 용어를 사용했다. 그는 관점을 확장하여 다양한 애착인물의 역할과 가족관계를 조명했다. 또한 부모역할이 진공 속에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 영향을 받는다고 말했다. 우리 사회에서 여전히 엄마는 주 양육자이다. 중요한 것은 아동보호차원에서 엄마에게 부과된 책임을 나누고 엄마를 지원하는 것이다. 볼비는 인생의 가장 중요한 시기를 전체 미성숙기(영아기부터 청소년기까지)로 보았다. 이동이 자라는 동안 타인의 영향을 받는 것은 불가피하다. 이러한 사회적 네트워크에서 문화적인 요인을 소홀히 하면 안된다.
6. 애착이론의 발전을 위해
비판적인 시각에서 보면 모든 것을 편안하고 확신하는 안전애착이 정신건강의 이상향인 것 같다. 그러나 애착의 관점에서 보아도 부모는 불안전할 수밖에 없고 부모자식간의 상호작용에서 불협화음이 발생하는 것은 불가피하다. 위니컷의 유명한 말을 인용해보면 우리가기대하는 최선의 환경은 “충분히 좋은(good enough)”환경이다. 상대적으로 안전감이 잘 형성된 사람일 지라도 이 사람의 주관적 상태에는 항상 안정과 불안정이 교차할 것이다. 풍부한 심리적 자원을 갖고 있는 사람은 불편한 상태를 인정하고 무엇이 문제인지 곰곰이 생각해 볼 것이다.
경험적 연구가 뒷받침되면서 애착분야는 확고한 학문이 될 수 있었다. 그러나 어느 분야든 간에 경험적 연구는 한계점을 안고 있다. 경험적 애착연구는 정신분석적 연구가 없었다면 중요한 맥락이 제거된 객관적 측정법에 머물렀을 것이다. 볼비는 자신의 연구에 해석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놓치지 않았다. 볼비의 마지막 저서인 다윈의자서전에서도 해석적 관점이 발견된다(Bowlby, 1991).
볼비는 자신의 패러다임에 기여한 인문학과 사회과학의 공로를 알고 있다. 그는 과학에 대한 열정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볼비가 신봉한 과학적 방법은 정확히 말하자면 그가 이해한 인간의 경험과 관계는 현상학과 발달을 접목 시킨 사실주의였다.
애착분야 역시 그 뿌리는 정신분석학이란 점에서 정신의학과 공통점이 된다. 정신의학은 정치적 문제와 얽혀 있다. 정치적인 사회문화적인 맥락과 정신의학의 관계를 면밀히 검토해 보면 정치와 정치 의학을 따로 떼어 논의 할 수 없는 상황에서 애착이론은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 사회적 지원의 네트위크가 확고하게 구축되면, 개인의 심리적. 신체적 건강이 증진되고 진실로 타인에게 관심을 기울이는 사회가 될 것이다. 민감한 반응성(sensitive responsiveness), 성찰적 사고(reflective thinking), 상호지지, 깊은 신뢰감, 안정된 유대관계가 발달하면 개인과 사회의 기능도 잘 발달할 것이다. 볼비는 “나의 희망은 장기적인 차원에서 내가 제안하는 이 이론을 토대로 건강한 성격발달을 촉진하는 조건을 규명할 것이다. 이런 조건이 확실하게 규명되었을 때 부모가 자녀에게 해야 할 최선의 행동이 무엇이고 사회가 부모에게 어떤 도움을 주어야 하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고 말하였다. 이런 측면에서 애착이론은 정치학에도 많은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Roberts & Kraemer, 1996).
Ⅴ. 애착이론과 심리치료
1. 민감한 반응과 안전기지
볼비는 분석적 치료란 환자가 마음놓고 자기세계를 탐색할 수 있도록 안전기지(secure base)를 제공하는 것이라고 했다. 치료자가 한결같은 마음으로 환자에게 민감하게 반응해 줄 때 분석상황은 환자가 마음놓고 이용할 수 있는 안전기지가 된다.
애착이론에서 중시하는 치료자의 민감한 반응(sensitive responsiveness)는 치료가 효력을발휘하기 위한 핵심조건이다. 치료자는 환자의 상황을 이해하기 위해 환자의 경험에 대한 환자의 입장과 관찰자의 입장 사이를 왔다 갔다 할 수 있어야 한다는 말을 자주 하곤 했다.
그러나 분석가는 환자의 관점에서 환자를 공감하고 이해하려는 노력을 하는 동안에도 독립적인 관찰자의 입장을 계속 유지하고 있어야 한다.
2. 일반적 원리
애착지향 치료는 역사적, 발달적, 사회적 차원에서 현재와 과거를 연결하는 작업이다. 치료자는 의미기억과 일화기억의 회상과 통합을 돕는다. 대물림되는 가족의 비극, 그리고 환자와 환자 가족의 고통을 인식할 수 있어야 한다. 가설을 생각하고 이 가설이 맞는지 환자에게 확인하며 진행할 것이다. 환자의 성격구조를 들여다보고 자신의 병리적 측면을 직면할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이런 맥락에서 치료자가 할 일은 직면과 공감 사이에서 조화를 이루는 것이다.
3. 과거에 대한 탐색
볼비는 저항과 방어를 분석할 때 환자의 사고, 감정, 행동을 지배하고 있는 생각나지 않는 과거 장면들을 탐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개 사라진 장면은 부모가 자녀에게 숨기고 싶어 한 일이나 고통을 준 일, 강한 수치심이나 죄책감을 느끼게 하는 행동이나 생각과 관련된 기억들이다.
4. 자유연상
자유연상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물론 환자만 자유연상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분석가도초점을 이쪽저쪽으로 이동하면서 자유연상을 하고 이 두 사람의 자유연상 사이에서 분석적 만남이 이루어진다. 분석적 만남에는 줄거리가 있고 일관성이 있고 목적지가 있다.
5.참 자기와 거짓 자기
볼비는 위니컷의 참 자기와 거짓 자기라는 개념을 받아들였다. 가정에서 관계와 위안에 대한 아동의 자연스런 욕구를 가족들이 무시했을 때 아동에게 거짓 자기가 발달한다고 생각했다. 이런 가정에서 자란 아동은 부모가 기대하는 대로 자기 이미지를 만들어 간다. 거짓으로 무장된 사람은 유능하고 침착하고 자립심이 강하고 좌절에 굴하지 않고 역경을 잘 헤쳐 나가는 사람처럼 보인다. 그러나 다른 사람들과 어울리지 못하고 자기 혹은 타인을 잘 이해하지 못한다. 치료의 주된 목표 중 하나는 방어의 장벽을 깨는 것이다.
6. 방어에 대한 해석
애착이론의 차원에서 불안은 주로 불안전한 애착과 관련이 있다. 대인관계 맥락에서도 불안을 유발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 불안은 견디기 어렵기 때문에 방어를 필요로 한다. 따라서 방어의 출발점은 불안일 것이다. 환자를 공감해주면서 불안과 방어기제를 해석하고 그 다음에 초기 양육환경이 불안감에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 탐색할 수 있도록 도와주면 환자 자신의 심리상태에 대해 더 많은 것을 통찰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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