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은희망이다/학교급식

[NGO 칼럼]급식에도 철학이 필요하다(이원영 2009.06.26)

보리아빠 이원영 2009. 6. 29. 10:32

내일신문 [NGO 칼럼]급식에도 철학이 필요하다(이원영 2009.06.26)

 

급식에도 철학이 필요하다

이원영 (안전한학교급식을위한 국민운동본부 집행위원장)

학교급식은 교육이다. 이렇게 당연한 명제에 반대를 하는 사람들이 있을까? 하지만 이 명제를 둘러싼 논쟁은 현재진행형이다. 24일, 학교급식개선을 위해 활동하는 시민단체들은 위탁급식을 허용하는 학교급식법 개정안에 대해 반대하는 의견을 국회의원들에게 전달하는 기자회견을 하였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위탁급식학교에 아이를 보내고 있는 학부모들의 분노에 찬 발언은 지극히 상식적이었다. 영리목적의 위탁급식을 직영으로 전환하는 것은 대부분 학부모들의 바람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일부 학교장들은 수천명의 학생들이 위탁급식 식중독 사고 끝에 2006년 개정된 현행 학교급식법의 이행을 노골적으로 보이콧하고 있다. 서울시 중등교장회는 “학교급식은 교육이기 때문에 직영이 당연하다”는 학부모들의 주장에 “학교급식을 학교장이 신경쓰다보면 교육에 소홀할 수 있다”고 엉뚱한 대답을 한다.

“아이들에게 건강을, 우리 농촌에는 희망을”
학교급식은 교육급식 그 이상의 가치가 있다. 무슨 의미인가 하니 먹을거리에 대한 철학을 강조하고 싶어서이다. 아이들은 보통 성장기인 초중고 12년 동안 매일같이 한끼 이상을 학교에서 먹는다. 학교급식을 하는 인원이 전국적으로 746만명이다. 전체 국민의 15%나 되는 엄청난 수이다.
한 알의 씨앗에 우주가 담겨 있다는 말처럼 학교급식에는 국민건강, 교육, 농업, 환경 등 우리의 삶을 둘러싼 다양한 가치가 녹아 있다. 지난 2002년부터 시작된 학교급식운동의 대표 슬로건은 그래서 “우리 아이들에게 건강을, 우리 농업농촌에는 희망을”이었다.
몇년 사이에 친환경 학교급식이 들불처럼 전국적으로 확대되었는데 그 이유는 누구나 공감하기 쉬운 학교급식운동의 특징 때문이었다. 갈수록 심각해져가는 어린이와 청소년의 건강 문제, 식량주권의 본거지인 농업농촌의 위기, 전 지구적인 환경문제의 해결을 위한 대안이 친환경학교급식에는 종합적으로 녹아 있다. 따라서 이제 친환경학교급식 확대는 거스를 수 없는 대세가 되었다. 하지만 아직도 학교급식에 지방자치단체 예산을 지원하는 것을 반대하는 배짱 두둑한 자치단체장, 지방의원들이 많다. 학교급식과 먹을거리에 대한 이해의 부족, 철학의 부재가 빚어낸 결과라고 본다.
친환경급식의 확대 이면에는 부끄러운 우리의 자화상이 존재한다. 이른바 결식아동문제이다. 중산층이 매년 수십만명씩 빈곤층으로 전락하는 경제침체 상황에서 급식비를 못내서 고통받는 학생들이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어떤 아이들은 급식비 지원을 받는 것이 자존심 상해서 굶는 게 더 낫다고 말하기도 한다.
학교급식은 교육이므로 의무교육인 초등학교, 중학교는 무상급식이어야 한다는 주장은 매우 설득력이 있다. 가난한 아이들이 상처받지 않고 학교급식을 먹고 교육을 받는 최고의 대안은 역시 무상급식이다.
무상급식 실현은 예산의 문제가 아니라 의지와 철학의 문제라는 것을 확실히 보여주고 있는 사례가 있다. 바로 경상남도 교육감과 경기도 교육감이다. 이 두 사람은 민선교육감이다. 무상급식을 공약으로 내걸고 당선되어 실제로 무상급식을 추진하고 있다. 적지 않은 예산이 필요하지만 주민들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무상급식 추진 계획을 발표하였다.

무상급식 추경예산안 반토막낸 경기도교육위원회
그런데 민심을 제대로 읽지도 못하고 교육에 대한 철학도 부족한 사람들이 심하게 반대를 하고 있다. 지난 23일 경기도 교육위원회에서 실제로 교육청의 무상급식 추경예산안을 반토막내버린 사건이 발생했다. 이 사건의 주인공인 교육위원들은 국민들의 빗발치는 항의에 직면하고 있다.
“무상급식은 한끼 밥값을 받지 않는다는 뜻만은 아닙니다.” 권정호 경남교육감의 말을 곱씹어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