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료 5%상한 및 6년 재계약 보장으로 전세대란을 막자
김현주(민주노동당 정책위원회)
I. 서론
2010년, 주택가격 상승률이 하락하고 약보합세로 접어들면서 많은 전문가들은 대세상승기 종식을 예고했다. 하지만 대조적으로 전세가는 2009년 이후 지금까지 22개월째 상승하고 있다. 2010년 주택 전세 가격은 전체 물가상승률 2.9%를 훨씬 웃도는 7.1%(아파트 8.8%)나 상승하였다. 특히 서울 용산구 11.89%, 광진구와 마포구도 10%이상 상승, 광명과 의왕시도 각각 15%, 14%나 상승하였다. 서울 강남권 아파트 전세가도 전국평균인상률을 상회하면서 중산층 무주택 세입자들까지 전세대란의 고통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이 때문에 치솟는 전세금을 감당하지 못하고 월세로 전환하는 세대가 늘고 있다. 소득대비 주택 가격이 비싼 우리나라에서 이 같은 현상은 임대료 부담 상승으로 인한 또 다른 문제를 야기할 수도 있다. 또한 전세 가격이 폭등하면서 상대적으로 저소득층에 속하는 월세세입자들의 문제도 심각해지고 있다. 소득 10분위 중 1~4분위 생계불안 저소득층의 27%가 월세거주자이기 때문이다. 서울지역의 경우 2008년에 이미 월 소득 대비 임대료 비율(RIR)이 26.1%였음을 감안하면 전세가격 상승에 이은 월세상승으로 인해 월세세입자는 주거불안을 넘어 생존을 위협받는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더구나 2011년 올해는 신규입주 물량 감소까지 겸치면서 더욱 심각한 전세대란이 올 수 있다는 예측까지 난무하고 있는 실정이다. 여기에 허술한 임차제도, 돈벌이 수단이 된 재개발사업, 정부 임대주택 홀대정책 등 일상적 임대료 상승요인이 개선되지 않은 채 맞이한 2011년이기에 전세난은 또다시 반복될 수밖에 없다.
날이 갈수록 심각해지는 지금의 전⋅월세대란을 해소하기 위해서 임대차 제도 개선과 사회(임대)주택 확대는 미룰 수 없는 시대적 요구이다.
우리 민주노동당이 2000년 창당과 동시에 가장 먼저 했던 일이 상가세입자를 위한 임대차보호법 제정운동이었다. 그때 그 정신으로 돌아가서 주택임대차 제도 개선과 사회주택의 획기적 확대하기 위한 노력을 경주해야 한다.
세입자 주거안정을 위한 정책 대안 첫째는 주택대비 5%이하인 임대주택을 획기적으로 확대하는 것이다. 둘째는 급자중심이 아닌 수요자 중심의 주택공급 체계확립이며 셋째는 저렴주택의 멸실을 야기하고 현지 주민의 재정착을 보장하지 못하는 뉴타운 재개발 사업의 전면 재검토이다. 끝으로 중요한 것이 절대 다수의 세입자가 해당되는 민간주택 임대차제도 개선이다.
이 글에서는 세입자 절대 다수가 처해 있는 민간주택 임대차 계약제도개선을 통한 전⋅월세대란의 해결책을 찾아보고자 한다.
II. 임대차 시장의 일상적 문제와 제도의 허점
1. 세입자 주거비부담 및 전세가격 상승
굳이 2010년 전세가 상승을 예로 하지 않더라도 세입자의 높은 주거비 부담과 전세가격 상승은 임대차 시장에서는 일상적 이슈이다. 즉, 전세가 상승문제는 2010년에 한해 특별히 나타난 현상이 아니라 임대차시장에서 상존하면서 지속적으로 세입자들의 주거비 부담을 가중시키고 주거안정을 해치고 있다.
◦월소득대비 임대료비율(RIR) 전국평균 22.8%, 수도권 26.1%
◦년소득대비 주택가격지수(PIR) 전국평균 6.0배, 수도권 8.5배
◦임금인상률을 웃도는 전세자금 상승분 마련 압박과 가옥주의 주택수익률 제고를 위해 전세의 월세 전환으로 인한 주거비 상승
특히 수도권의 경우 평균 RIR이 26.1%나 되면서 저소득층, 비정규직 노동자 등 저소득층은 수도권에서의 지속적이고 안정적 삶을 영위할 수 있는 여건이 무너지고 있다.
그런데 임대차 제도는 임대료 상승 통제 장치가 없다. 임대료 인상률에 대한 법 규정이 있으나 2년의 임대기간이 끝나면 무용지물이다. 임대인이 임차보증금을 올려 받을 목적으로 임대차계약의 갱신을 거부하거나 높은 임대료를 요구하지지만 이를 제어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는 전무하다.
2. 지나치게 짧은 임대기간
현행의 임대차 제도는 2년의 기본 계약기간을 보장하고 있으나 2년 후 임대인의 일방적 갱신거절 통지만으로도 쫓겨나야 한다. 대부분의 OECD국가가 세입자에게 계약갱신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한 것과 비교하면 허술하기 대조적인 것이다.
이 때문에 취약아동의 학제나 기타주거 패턴으로 볼 때 2년의 임차기간은 지나치게 짧고 주거불안을 가중시키는 요소가 되고 있다.
3) 저렴주택 및 임대주택 물량 감소
공급자 중심의 주택시장이 형성되어 있는 우리 현실에서는 공실률이나 입주량과 무관하게 세입자의 임대료 부담은 줄어들지 않는다. 실제 서울과 수도권의 입주예정물량은 2009년 이래 예년에 비해 풍부하였으며, 2010년에는 특히 입주물량이 풍부하여 주택가격 하락의 원인으로 지목될 정도였다. 하지만 수도권과 서울의 신규 입주물량 중 상당부분은 재건축, 재개발로 인한 물량으로 중대형 평형 중심의 아파트로 저렴주택 입주자의 수요와 무관한 것이다.
여기에 동시다발적으로 추진되고 있는 재개발사업이 더해지면서 서울과 수도권의 저렴주택은 급격하게 사라지고 있다. 이명박 정부 이후 감소하는 임대주택공급축소도 저렴주택의 감소로 인한 임대차시장의 문제를 악화시키는 요인이 될 것이다.
이명박 정부는 이전 정부의 임대주택공급 계획을 수정하여 공공분양아파트를 포함한 보금자리 주택공급정책으로 전환하였으며 2010년에는 줄어든 임대주택공급마저 목표량에 도달하지 못했다. 그리고 2011년 예산에서는 임대주택 예산 축소 및 공공분양아파트 예산의 증액을 단행하여 서민 주거안정 전망을 어둡게 하고 있다.
4) 전세보증금 반환의 어려움
임대인이 파산 등으로 인해 지급불능상태에 빠지게 되면 현행 법률에 따라서는 임차인이 보증금 전액을 회수하기 어렵다. 이는 지나치게 낮은 최우선 변제금 때문이며, 임차보증금의 대항력이 다른 채권과 마찬가지로 날짜순서로 정해지기 때문이다.
전세권의 안정화와 전세보증금 반환을 위한 제도적 장치마련이 절실한 상황이다.
5) 하자보수 등 임대서비스 분쟁
임대차 서비스와 관련한 분쟁은 분쟁조정기관이나 임대인과 임차인이 인지가능한 규정이 없어 대부분 관행이나 개인의 선택에 맡겨져 있다.
3. 정부대책의 문제점
전세대란에 대처하는 정부의 대책은 없다고 하는 것이 맞다. 최근 당정협의에서 논의한 내용은 도시형생활주택 확대, 신혼부부 주택자금 지원 확대, 재개발 분산, 전월세 가격모니터링 사업이 고작이다.
한결같이 전세가를 잡기보다는 재탕 삼탕해도 효과가 없었던 대출정책, 공급규제완화 정책들뿐이다.
우선 도시형 생활 주택만 해도 그렇다. 2009년부터 용적률, 주차장 등 부대시설 규제완화를 거듭해온 도시형생활주택규제를 다시 완화하는 것이다. 도시형 생활주택은 1~2인 가구 중심의 초소형 주택이라서 자녀가 있는 부부세대에게는 부적합하다. 더구나 지금의 전세대란은 아파트를 포함한 일반 소형주택의 수급불균형에서 나오고 있는데 주차장 시설도 없는 초소형 원룸을 많이 짓는 것이 전세난 해소에 어떤 도움이 되겠는가? 그런 도시형 생활주택 규모를 150세대에서 300세대까지 확대 완화하는 것이 정부의 전세대책이다. 더구나 민간에 의해 도심에 공급되는 도시형 생활주택은 저소득층 1~2인 가구는 임대료가 비싸서 입주할 수도 없다.
그리고 정부대책은 이번에도 전세대출 확대다. 이 역시 2009년 이후 계속해온 것이다. 전세금 대출 규모를 늘려주고 전세대출 절차를 간소화하는 것인데 이는 일부 전세자금 대출자의 편익을 증진시키겠지만 전세자금 상승을 유발할 뿐 전세대란을 막을 대책은 아니다.
정부가 부동산 일방적 공급확대와 투기적 수요창출을 통한 부동산 가격 유지정책을 철회하지 않는 이상, 정부의 전세대책은 제대로 나올 수 없다. 날이 갈수록 심각해지는 지금의 전⋅월세대란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임대차 제도 개선과 사회(임대)주택의 획기적인 확대방안이 미룰 수 없는 시대적 요구이다. 서민 주거안정과 전세시장 안정화를 위한 정부의 적극적 대책이 요구되는 것이다.
4. 해외임대차제도
우리나라의 임대차 제도와 달리 대부분의 OECD국가들의 임대차제도는 임대료와 임대기간 규제라는 두 가지 측면에서 상대적 약자인 세입자를 중심으로 편제되어 있다. 공공의 지원을 받은 주택은 별도의 조건에 따라 임대차 규제를 받으며, 일반민간주택도 기존세입자 또는 신규세입자까지 보호하는지와 규제방법에 따라 크게 5가지 유형으로 시행되고 있다.
◦기존 세입자에게 주변 임대료보다 높게 받을 경우 반환하도록 규제
(기존 세입자를 시장임대료보다 높지 않도록 보호)
◦전반적인 임대료가 오르더라도 기존 세입자는 보호
◦신규 세입자의 경우에도 인근 주택의 시장임대료보다 더 받는 것을 금지
◦일시적으로 급격한 임대료 상승을 규제(임대료 인상 상한선 제한)
◦기존 및 신규 세입자들을 일정한 임대료 수준 이하로 유지. 단 비용자체가
올랐을 때는 인상 허용
1) 오스트리아
사실상 모든 주택에 대해 임대차계약을 규제하고 있다. 국가보조를 받는 임대주택에 대해서만 적용했으나, 거의 대부분 임대주택이 국가의 보조를 받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모든 주택이 임대료 규제 대상이라 할 수 있다.
2) 독일
임대료규제주택과 일반임대주택으로 구분하여 임대료를 규제하고 있다. 전자의 주택에 대해서는 최초의 임대료 및 임대료 인상폭을 철저히 규제하고 있다. 일반 민간 임대주택은 당사 간에 계단식 임대료인상 또는 지수식 임대료인상 등 자율로 정하도록 하고 있다. 이 경우에도 기존 세입자에게는 주변지역과 비교해서 과도한 인상은 규제하고, 신규 세입자에게도 기존보다 20% 이상 더 높게 받을 수 없다. 역기에 세입자가 원하면 임대계약 갱신이 가능하여 세입자를 안전하게 보호하고 있다.
3) 영국
임대인이 해지 통지하더라도 세입자가 계속 거주하는 한 법정세입자로 보호받을 수 있다. 그리고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법원의 주택인도명령, 판결을 금지하여 임차인의 거주를 보호하고 있다.
임대료 규제 역시도 임대인이 직접 거주하지 않은 대부분의 임대용 주택은 등록임대로 신고하도록 한다. 그리고 임대료 사정관 혹은 임대료 사정위원회에 의해 공정임대료가 설정되면 임대인은 등록된 임대료를 초과하는 임대료를 요구할 수 없다.
또한 세입자가 자신의 임대료가 비싸다가 생각할 경우 계약일로부터 6개월 이내에 임대료 사정위원회에 객관적으로 임대료를 평가해 줄 것을 요구할 수 있다.
4) 이탈리아
이탈리아 역시도 세입자의 임대계약 갱신권을 인정하고 있다. 임대료는 임대인과 세입자 단체 간의 협정을 통해 사회적 합의를 거친다.
이탈리아의 주거용 건물의 임대차 계약은 4년 이상의 기간을 기본단위로 기타의 조건을 자율에 맡기는 자유계약과 다른 하나는 정형계약(contrati tipo)으로 나뉜다.
정형계약은 전국협정과 각 지방 수준에서 임대인단체와 임차인단체의 협의로 책정한 전형적인 협정계약의 범위 내에서 구체적인 임대료, 존속기간 및 기타의 제 조건을 정한다. 정형계약을 이용할 경우에 임대소득공제혜택을 부여하여 정형계약을 유도하고 있다.
이때 임대인단체와 임차인 단체의 협정체결은 3년 단위로 이루어지며, 합의 결렬되는 경우 2년을 연장한다.
5. 임대차제도개선 방향
주택임대차보호제도는 앞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대부분의 선진국들에서는 임대료 규제에 이르기까지 이미 시행되고 있는 제도이다. 공공임대물량이 적은 우리나라 조건에서는 세입자 보호를 위한 민간주택임대차제도 보완이 필요하다.
1) 5% 인상률 상한 및 세입자 계약 갱신권 부여
세입자에게 임대차계약 갱신을 요구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하되, 임대인이 갱신을 거절할 수 있는 일정한 사유를 함께 규정하여 당사자 간의 이해관계를 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계약 갱신 시에는 보증금 및 차임 인상률을 5% 범위 내에서 정하도록 함으로써 임차인의 주거안정을 도모해야 한다.
2)임대료 등록제 실시
현행의 확정일자는 임대차계약내용이 등록되지 않고 임대인이 불합리한 가격을 요구해도 임차인이 대응할 근거자료가 없다. 임대인에 의해 일방적으로 책정되는 임대료가 임대료 상승의 원인이 되는 만큼 임대차 등록제를 통해서 정보의 비대칭성을 해소할 수 있어야 한다. 또한 임대료 및 임대계약에 관한 정보를 축적하여 장래에는 임대료 공시제도 및 공정임대료제도의 기반을 마련하여야 한다.
3) 임차인의 대항력
현행법은 임차인이 주택을 인도받고 주민등록을 마친 다음날 대항력이 발생하도록 규정되어 있는데, 임차인이 주민등록을 마치기 전에 임대인이 건물에 저당권을 설정하는 등 이 규정을 악용한 사례가 있었다. 임차인이 주택 인도 및 주민등록을 마친 그 즉시 대항력이 발생하도록 해야 한다.
4) 임대차분쟁조정위원회 설치
임대차 분쟁을 둘러싼 분쟁을 신속히 해결하기 위하여 분쟁조정제도의 도입이 필요하다. 지방자치단체에 임대차분쟁조정위원회를 설치하여 임대차 분쟁이 원활히 해결되도록 하여야 한다.
6. 결론
전세대란을 해소하고 소득대비 과도한 월세세입자의 주거비 부담을 경감하는 주거안정 방안이 필요하다. 임대주택의 획기적 확대 및 수요에 입각한 주택공급계획 수립 등 중장기 대책의 수립이 절실하다. 아울러 임대시장에서 빈번히 발생하고 있는 불합리한 임대차제도를 개선해야 한다. 더 이상 전세대출을 확대하는 방식으로는 서민의 빚만 늘일 뿐이다. 이에 우리 민주노동당은 민간 주택 임대차 시장에서 상대적 약자인 세입자의 권리를 확대하고 주거안정을 꾀하기 위해 임대차제도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2010년 국회 국토해양위원회 강기갑 의원이 발의한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이 가장 최우선적으로 개선해야할 것이다. 핵심내용은 임대료인상률 5% 상한제, 세입자에게 최고 6년 동안 임대계약 갱신 청구권 부여하는 것이다. 이 제도는 다른 자본주의 체제 국가들에서 이미 시행되고 있으므로 우리나라에서만 안 된다는 주장은 타당하지 않다.
정부와 정치권은 임대료 상승, 전세가 폭등으로 인한 서민들의 고통을 더 이상 좌시하지 않아야 한다. 정부도 부동산 가격유지 정책을 철회하고 서민 주거안정을 중심에 둔 정책 전환을 모색해야 한다.
우리는 그 출발이 주택임대차보호법이 되기를 바란다. 2년째 계속되고 있는 전세대란으로 서민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는 지금, 더 이상 임대차제도 개선을 미뤄서는 안 된다.
우리 민주노동당은 세입자가 최고 6년까지 계약 갱신을 요구할 수 있도록 “임대료5% 상한제 실현과 최고 6년간의 재계약 청구권”을 법제화하기 위한 노력을 경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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