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한나라는 분명 아니다…박원순과 연대 곧 결정"

"훌륭한 기업가이자 국민들의 존경과 사랑을 한몸에 받고 있는 안철수 교수가 한나라당에 대해 비판적인 발언을 했네요.

첫 정치적인 발언입니다. 한나라당에서는 당혹스럽겠지요. 상식을 가지고 판단하면 현재 한나라당에 대해 그렇게 생각할 수 밖에 없는데

안철수 교수여서 의외입니다. 그동안 이런 식의 발언은 없었기 때문입니다. 전 환경부 장관이자 한나라당의 책사인 윤여준씨는 안철수라면 무조건 지지라고 했는데 이런 발언 있은 후에도 지지하겠다고 할 지 흥미롭습니다. 하여튼 정치는 알다가고 모를 일이 반복됩니다."

 

 

안철수 "한나라는 분명 아니다…박원순과 연대 곧 결정"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반(反)한나라당 전선 구축 의지를 명백히 하면서 정치권 셈법이 복잡해지고 있다. 정치판에 한 번도 기웃거려본 적이 없는 그가 지난주 말 실시된 서울시장 후보 적합도 여론조사에서 단숨에 압도적인 1위를 차지하고 올라선 상황이다.

안 원장은 지난 4일 한 인터넷 매체와 인터뷰하면서 "역사의 물결을 거스르는 것은 현 집권 세력"이라며 "나는 현 집권 세력이 한국 사회에서 그 어떤 정치적 확장성을 가지는 것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이어 안 원장은 "이번에 서울시장 선거를 다시 치르게 된 것은 한나라당이 그 문제를 촉발했기 때문"이라며 "(이번 보궐선거를 통해) 응징을 당하고 대가를 치러야 한다. 그래야 역사가 발전한다"고 견해를 표명했다.

이른바 '안철수 신드롬'이 단발성에 그칠지, 아니면 정계 개편의 거대한 서곡이 될지 주목되는 국면이다. 특히 안 원장 출마 가능성을 중심으로 그간 민주당과 거리를 두며 '제3의 정치 세력화'를 모색해왔던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과 박원순 희망제작소 상임이사 등 재야 세력 움직임이 빨라지는 것은 주목할 만한 현상이다.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이나 선진통일연합의 박세일 한반도선진화재단 이사장 등 한나라당과 거리를 둔 보수 진영 움직임도 심상찮다.

기존 정치권을 비판하며 외곽에서 세 결집에 치중하던 보수나 진보 진영 모두 기존 정치권에 식상한 유권자를 블랙홀처럼 빨아들인 '안철수 신드롬'이 가져올 파괴력을 예의 주시하면서 발 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안 원장은 이날 인터뷰에서 반한나라당 견해를 피력하면서 제3 세력 간 연대 가능성을 적극 내비쳤다. 특히 서울시장 출마가 확실시되는 재야 성향인 박원순 상임이사와 연대할 가능성도 열어놨다.

또한 그는 최근 박 상임이사와 두 차례 이메일을 교환했다고 소개한 뒤 "출마 여부를 결정할 때 가장 큰 고민은 박 상임이사"라며 "워낙 그분을 존중하기 때문에 그분을 만나고 난 뒤에 출마 여부를 판단할 것"이라고 주초 회동 의사를 밝혔다.

안 원장으로서는 두 사람 모두 후보로 나와 끝까지 선의의 경쟁을 펼치거나 자신이 불출마하는 대신 박 상임이사 지지 선언을 할 수도 있다. 또 박 상임이사가 야권 연대의 틀에서 시민단체 후보로 나설 가능성이 높아 두 사람이 각자 출마를 선언한 뒤 박 상임이사가 야권 내 통합 후보로 선출되고 단일화를 추진할 수도 있다.

이와 관련해 박 상임이사 측도 이번주 초 안 원장과 직접 만나 서울시장 보궐선거 후보 단일화 또는 경선 문제 등을 매듭지은 뒤 이르면 8일께 서울시장 출마 여부를 최종 정리하겠다는 방침이다.

지난주 말까지만 해도 안 원장 출마 가능성에 대해 당혹해했던 민주당은 일단 안 원장을 야권 연대의 틀 속으로 끌어들이는 데 총력을 기울인다는 분위기다.

안 원장을 야권 통합 후보 경선에 참여시켜 판을 키우고 대중적 관심을 높일 수만 있다면 흥행으로 이끌 수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안 원장이 어중간하게 제3 세력의 길로 가는 것보다 야권에 참여해 품을 넓혀주는 것은 좋은 징조"라고 말했다. 다만 안 원장이 야권 통합 후보 경선에 나설 가능성이 높지 않고 무소속으로 출마한다면 젊은 층과 지지 기반이 겹칠 수 있다는 염려가 나오고 있다. 문재인 이사장도 이날 야4당 대표와 '희망 2013 승리 2012를 위한 원탁회의'를 연 직후 안 원장에게 야권 통합 후보 참여를 독려했다.

반면 한나라당에는 비상이 걸렸다. 중도 보수 성향이라고 생각하고 영입에 공을 들였던 안 원장이 한나라당과 각을 세우면서 야권 통합 연대 측 말을 타고 등장할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한나라당 핵심 관계자는 이날 "결국 그동안 국민의 반MB 정서가 안 원장 지지율 분출로 나타난 것 아닌가 한다"면서도 "안 원장을 누를 만한 인물을 찾지 못해 발만 동동 구르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홍준표 대표는 이날 한 라디오 인터뷰에 출연해 "(안 원장 돌풍이)지지율로 꼭 연결된다고 보기 어렵다"며 "당 내외에서 광범위하게 구도와 정책에 맞는 인물을 찾고 있다"고 전했다.

[이근우 기자 / 이가윤 기자] 매일경제 9월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