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이야기

○우리마을행복학교 18-박종철 고문치사 현장, 옛남영동대공분실을 인권기념관으로!

보리아빠 이원영 2018. 2. 11. 21:25

우리마을행복학교 18-박종철 고문치사 현장, 옛남영동대공분실을 인권기념관으로!

 

아름다운 청년 박종철, 그리고 이한열

 

강동원이 이한열 역으로 출연했다. 여진구가 박종철로 출연했고 김윤석이 고문경찰책임자로 하정우가 공안검사로 유해진이 교도관역으로 영화를 빛나게 했다.

영화 1987(감독 장준환)20181월에 두 번 보았다. 가족들과 함께 보았는데 아내와 나는 영화후반부부터 눈물을 쏟기 시작했다. 초등학생, 중학생 아이들에게 어땠는지 물었더니 세상이 많이 좋아졌다며 재미있었다고 말했다. 무거운 주제의 영화인데 흥행에 성공했다. 700만명이 넘는 관객을 끌어 모았다.

영화속 박종철, 이한열은 19876월 항쟁에 죽어간 청년이다. 박종철은 남영동대공분실에서 물고문을 당해 죽었다. 경찰이 이를 숨기고 거짓 발표를 한 것이 만천하에 알려지면서 6월항쟁의 도화선이 되었다. 이한열은 69일 학교 앞 시위 도중에 경찰이 쏜 최루탄에 맞아 사망하였다.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에 이어 이한열까지 경찰의 최루탄에 사망하자 국민들의 분노는 걷잡을 수 없이 전국으로 타올랐다. 전국 33개 도시에서 하루 100만명이상의 시민들이 시위를 벌였고 6월민주항쟁의 결과로 결국 전두환 독재가 막을 내리고 대통령 직선제가 만들어졌다. 박종철, 이한열 두 청년은 독재에 항거하다 죽어간 아름다운 청년으로 역사에 기억되고 있다. 1987 영화를 통해 많은 국민들이, 특히 학생들이 그 이름을 알게 되고 새롭게 기억하게 된 것은 매우 다행스런 일이다.

 



안타까운 1987의 결과

 

영화 1987을 보면 한편으로는 통쾌하지만 한편으로는 답답하다. 역사도 마찬가지로 그렇게 흘렀다.

876월 항쟁의 결과로 대통령을 국민들이 직접 뽑을 수 있게 되었다. 시민들은 민주정부가 수립될 것이라고 믿었다. 국민들이 선거권을 갖게 되면 독재의 연장인 그런 대통령을 갈아치울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결과는 김대중, 김영삼 양김의 분열로 전두환의 아바타 노태우의 당선으로 끝났다.

비록 민주정부수립에는 실패했다. 만약에 그 때 전두환 정권을 끌어내렸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경상도 지역의 보수화, 군사독재의 연장이 안되었으니 우리나라는 훨씬 더 민주주의가 앞당겨졌을 것이다. 안타까울 따름이다.

하지만 876월민주항쟁으로 7월부터 9월까지 노동자대투쟁이 벌어졌고 전대협, 전노협, 전농 등 학생, 노동자, 농민, 빈민, 시민운동 대중단체들이 들불처럼 조직되기 시작했다.

우리나라 현대사를 보면 언제든지 항쟁이 끝나고 나면 그 결과물로 많은 단체들이 생겨나게 된다. 다시 타오를 소중한 뜨거운 불씨가 남게 되는 셈이다.

 

남영동대공분실을 경찰이 관리하고 있으니

 

남영동 대공분실을 2017년에 두 번, 2018년에 세 번을 방문했다. 영화를 보고 방문하니 느낌이 또 달랐다. 대공분실 탐방을 온 사람들의 눈빛도 더 밝았다. 주로 박종철기념사업회 사무국장을 맡고 있는 김학규 선배가 안내를 맡았다. 김학규 선배는 내가 2004년부터 국회의원 보좌관을 할 때 중앙당 당직자로 알게 되었다. 박종철 기념사업회 사무실은 원효로 리첸시아 상가사무실에 위치해 있다.

남영동대공분실은 지금은 경찰청 인권센터로 사용되고 있다. 지난 노무현정부때 경찰청은 인권기념관을 만들겠다고 시민의 품으로 돌려주겠다고 했다. 그 결과는 인권센터를 만들어 시민들에게 개방을 한 것이었다. 고문을 일삼고 독재에 하수인 이었던 경찰이 이제는 인권경찰이 되었다는 것을 홍보하는 역할을 역할을 하고 있었다. 5층 고문현장은 복원되지 않았고 4층에 박종철 전시실만 있을 뿐이다. 주말에도 개방하지 않았고 시민들에게 제대로 홍보도 되지 않아 시민들이 찾는 공간이 될 수 없었다. 종종 학교에서 학생들이 경찰의 안내로 경찰청 인권센터를 방문하는 수준이었다.

시민들이 역사적 현장인 남영동 대공분실을 탐방하고 역사적 의미를 알아보기 위해서는 박종철기념사업회에 부탁하여 소수 인원이 탐방을 하고는 했다. 경찰청은 이런 손님이 달갑지는 않았을 것이다.

용산에 사는 많은 사람들도 남영역 뒤편에 이런 시설이 있는지 대부분 모르고 있고 가본 사람도 거의 없었다. 경찰에게 남영동 대공분실을 숨기고 싶은 흑역사이기 때문이다.

 

남영동 대공분실을 시민이 운영하는 인권기념관으로

 


박종철기념사업회를 비롯한 여러 민족민주열사 추모사업회, 인권단체들이 함께 올해 1월부터 남영동대공분실을 인권기념관으로, 시민사회가 운영하는 민주화운동, 인권 교육의 장으로 만들 것을 촉구하는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고마운 1987 영화 덕분에 많은 사람들, 정치인들이 관심을 가지고 참여하고 있다.

용산지역에서도 용산시민연대가 제안하여 여러 시민단체들이 함께 캠페인을 시작했다. 지난 125일에는 남영동대공분실 앞에서 용산시민모임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관련 현수막 게시와 홍보캠페인, 용산시민선언 등을 추진하고 있다.

 

기자회견문

 

민주인사를 고문했던 남영동대공분실을 시민의 품으로

민주화운동과 인권 기념관으로 만들어야 합니다.

 

한파가 몰아치는 겨울에 용산지역 노동시민사회단체가 옛 남영동대공분실 철문 앞에 섰습니다. 이곳은 엄혹한 독재정권 시절 민주화 운동 인사를 잡아들여 참혹한 고문을 일삼았던 역사적 현장입니다.

 

우리는 반드시 기억하고 또 기록해야합니다. 서슬 퍼런 독재정권에 항거하며 민주화운동을 벌였던 수많은 민주인사들의 피와 땀으로 오늘날 우리가 누리는 민주주의가 만들어졌습니다. 독재정권을 무너뜨린 19876월 항쟁은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이 만천하에 알려지면서 들불처럼 타올랐습니다. 바로 그 죽음의 장소, 고문의 현장이 바로 이 곳이었습니다. 박종철 열사 뿐 만 아니라 많은 민주인사들이 이곳에서 인권 유린과 고문을 당했고 조작 사건의 피해자가 되기도 했습니다.

 

최근 개봉한 영화 1987을 통해 당시 역사적 사실이 적나라하게 국민들에게 알려지고 많은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습니다. 1987 영화 촬영 장소인 이곳을 찾는 시민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하지만 30년이 지난 지금도 이곳은 경찰청이 운영하는 인권센터에 머물러 있습니다. 이 곳을 찾는 시민들은 경찰의 안내를 받아야 합니다. 또한, 용산에 사는 주민들도 옛 남영동대공분실이 이곳에 있는지 모를 정도로 이 공간은 껍데기 뿐인 닫힌 공간으로 운영되었습니다.

 

이 역사적인 현장은 민주화운동을 탄압해온 역사를 지닌 경찰이 아니라 끊임없이 저항하며 민주화를 만들어온 시민의 품으로 돌아가야 합니다. 그래야 역사가 바로 설 수 있습니다. 시민들과 학생들이 이곳을 찾아서 올곧은 민주화운동과 인권 교육의 장으로 활용되어야 합니다.

 

전 세계에서 유래를 찾을 수 없는 온 국민의 촛불항쟁으로 새롭게 만들어진 문재인 정부는 역사적 현장인 이곳을 시민의 품으로 만드는 작업을 추진해야 할 것입니다. 청와대의 결단을 촉구합니다.

 

우리 용산시민들은 이곳을 시민들의 품으로, 시민들이 운영하는 민주화 운동 인권기념관을 만들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일 것입니다. 시민들에게 알리는 캠페인을 진행하고 용산시민 선언을 조직해 청와대에 전달할 계획입니다. 또한, 옛남영동대공분실 역사 탐방과 민주화 운동, 인권교육을 추진할 예정입니다. 인권기념관이 시민들의 요구로 제대로 만들어지고 운영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많은 관심과 참여, 응원을 부탁드립니다.

 

2018125

 

옛 남영동대공분실을 시민의 품으로 용산시민모임

(동자동사랑방, 민주수호용산모임, 민주유플러스노조, 용산시민연대, 용산FM, 용산희망나눔센터, 전국공무원노동조합용산구지부, 주민극단모해 중증장애인독립생활연대, 희망연대노조씨엔엠지부, 행복중심용산생협 등 용산지역 시민사회단체가 함께하고 있습니다)

 

인권기념관, 쉬운 일 같지만 끝까지 해야

 

정권도 새롭게 바뀌었고 인권기념관 요구도 명분이 있으니 간단한 일처럼 보이지만 결코 그렇지 않다. 경찰청은 남영동대공분실을 시민의 품으로 돌려주고 싶을까? 그렇지 않다. 그렇다면 인권기념관을 시민사회가 운영하는 것은 간단한 일인가? 우리나라는 시민사회가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의 기관과 건물을 운영하는 것에 익숙치가 않다. 그래서 운영을 맡기더라도 엄청난 갑질을 해대고 간섭을 한다. 예산권한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밥줄을 끊는 것이 쉽기 때문이다.

정권은 바뀌었지만 국회도, 언론도, 사법기관도 그대로이고 특히, 중앙부처 관료들은 말뚝처럼 거의 교체가 되지 않았다. 짧은 소견일 수 있지만 박종철기념사업회 같은 사단법인과 인권단체들이 중심이 되어 인권기념관을 운영하면 어떨지 기대를 해본다. 그래야 민주화운동과 인권의 의미를 제대로 교육하고 전달할 수 있을 것이다.

학생들과 시민들이 인권영화제, 인권콘서트도 열고 많은 사람들이 보고 듣고 느끼고 체험할 수 있는 인권기념관이 제대로 만들어지면 남영동대공분실에서 억울하게 죽어간 박종철 열사를 비롯한 많은 민주인사들이 얼마나 좋아할까 즐거운 상상을 해본다.

또한, 남영동대공분실 고문치사 현장을 안내 할 때마다 자주 울컥하는, “박종철 열사의 맑고 선한 눈을 결코 잊을 수 없다던 그의 좋은 친구 김학규 선배가 더욱 자부심을 가지고 해설을 할 수 있지 않을까?

(2018210일 보리아빠 이원영)

 

 

<지난 우리마을행복학교 연재 글입니다.>


 

우리마을행복학교-1.좋은 사람이 되고 싶은 나는 서툰 시인입니다.

http://blog.naver.com/daummalgo/221169354289

 

우리마을행복학교-2.2017년은 시민혁명의 추억이 새겨진 엄청난 날들이었다.

https://blog.naver.com/daummalgo/221169362706

 

우리마을행복학교-3. 거대한 마사회와 싸워 용산주민들이 승리했다

http://blog.naver.com/daummalgo/221170351704

 

우리마을행복학교-4. 많은 시민들이 참여해 용산 이태원에 평화의소녀상을 세우다.

http://blog.naver.com/daummalgo/221170896882

 

우리마을행복학교-5. 용산생협 6, 착한 소비를 바라는 조합원이 동네에 1500명이 되었다.

http://blog.naver.com/daummalgo/221172579121

 

우리마을행복학교-6. 쪽방동네 동자동에 웃음꽃이 피었습니다.

http://blog.naver.com/daummalgo/221175422127

 

우리마을행복학교-7. 용문시장 반재선 회장님, 고생이 너무 많으십니다.

https://blog.naver.com/daummalgo/221176532745

 

우리마을행복학교-8. 용산역사를 공부하는 재미에 푹 빠졌습니다.

http://blog.naver.com/daummalgo/221179717520

 

우리마을행복학교-9. 평화의 참여의 지역공동체 용산시민연대는 참여가 밥입니다.

https://blog.naver.com/daummalgo/221181614428

 

우리마을행복학교-10. 용산희망나눔센터, 1%의 나눔이 따뜻한 사회를 만듭니다.

https://blog.naver.com/daummalgo/221181614428

 

우리마을행복학교-11.용산FM, 꿈꾸던 라디오 방송 진행, 아마츄어라도 좋습니다.

http://blog.naver.com/daummalgo/221183914462

 

우리마을행복학교-12. 특혜, 비리의혹이 넘치는 용산구청, 적폐는 멀리 있지 않다.

https://blog.naver.com/daummalgo/221188998193

 

우리마을행복학교-13. 아이들을 키우는 재미, 교육하기 좋은 용산은 가능합니다.

http://blog.naver.com/daummalgo/221196476185

 

우리마을행복학교-14. 아버지 고맙습니다. 떠나고 나니 자주 그립습니다.

https://blog.naver.com/daummalgo/221198235794

 

우리마을행복학교 15-살아가는 힘, 든든한 언덕-친구들아 힘내자

http://blog.naver.com/daummalgo/221199820576

 

우리마을행복학교 16-세상을 바꾸는 길, 험난해도 저는 진보정당입니다.

http://blog.naver.com/daummalgo/221200365238

 

우리마을행복학교-17. 미군이 떠나는 용산공원은 많은 것을 알고 있다.

http://blog.daum.net/chamsu/15848677

 

 

평화올림픽이 되길 바라는 평창올림픽이 어제 개막을 했습니다. 봄을 기다리면서 평창-평화올림픽을 기대하면서 문득 가수 안예은의 봄이 온다면노래가 떠올랐습니다.

보리아빠의 <우리마을행복학교> 연재 글은 계속됩니다. 서울 도심 한복판 용산에 살면서 특히, 시민단체에서 활동하며, 느끼고, 배우고, 희망을 만들어가는 이야기입니다. 앞으로도 쓸 글도 기대해 주시고 이 글에 공감 및 댓글도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