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마을행복학교-17. 미군이 떠나는 용산공원은 많은 것을 알고 있다.
용산 미군기지에 담긴 굴욕사
지난 2017년 여름과 가을에 용산 미군기지 주변 둘레길을 전문가의 안내로 두 번 역사 답사를 진행한 적이 있다. 이태원 부군당에서 멀리 바라본 드넓은 미군기지는 오랜 기간 우리나라 땅이 아니었다. 녹사평역, 서빙고동, 용산가족공원, 국립중앙박물관에서 미군기지를 살펴보았다. 미군기지 안에는 한 번도 들어가 보지 못했다. 미군기지를 밖에서 살펴보면서 우리나라가 자주권을 가진 정상적인 나라가 아니었다는 것을 똑똑히 실감했다.
용산 미군기지에서 미군이 철수를 하고 있다. 우선 미8군이 먼저 평택으로 이전했다. 언제 다 떠날지 알 수는 없다.
왜 대한민국 수도 서울 한복판에 100만평의 외국군대 미군 기지가 자리를 잡고 있을까? 이런 말도 안 되는 이유는 우리의 아픈 역사를 보지 않으면 이해하기 어렵다.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모두가 알고 있는 것처럼 미군기지 전에는 일본제국 군대 기지였다.
일제가 1900년대 초에 우리나라를 침략하면서 용산에 300만평 일본군기지를 조성하려고 했었다. 어마어마한 면적이다. 당시 조선백성이 살고 있었을테고 조일의정서에 따라 싸그리 밀어버리고 강제집행을 하고 싶었겠지만 엄청난 반발이 있었기에 115만평으로 축소되었다고 한다. 그래도 115만평은 엄청난 넓이이다. 일본은 군용지로 수용한 후에 한국주차군사령부, 육군병원, 용산보병연대 등을 군사시설을 설치했다. 20사단 사령부가 용산에 있었는데 2만명이 넘는 병력을 주둔시키면서 만주침공의 후방기지로 삼았다.
1945년 해방이 된 후 미군이 자리를 잡았으며 1950년 6.25전쟁을 기점으로 주한미군사령부와 미8군 사령부가 들어왔고 그 주변에 우리나라 국방부와 국방부조달본부 등도 자리를 잡았다.
미군기지는 크게 메인포스트, 사우스포스트, 캠프코이너 3개 구역으로 나뉘어져 있다.
지금도 용산지도를 보면 거의 1/3 크기로 정 중앙에 미군기지가 휑하니 그려져 있다.
미군과 일본군이 주둔하기 전 조선 말기에는 용산지역에 청나라 군대가 주둔하기도 했었다. 고려시대에도 13세기말 경에 몽고군이 용산지역을 병참기지로 활용했다는 설이 있는데 역사학자들 사이에도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지금 우리나라 역사학자들은 일본군 주둔 이후부터 미군주둔이 진행되고 있는 현재까지 미군부대 안에 있는 역사유적과 역사기록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성역처럼 그곳은 제대로 된 조사도 연구도 이뤄지기 어려웠다. 미군이 떠나고 나서야 본격적인 조사가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어떤 민족 공원을 만들 것인가?
110년도 넘게 외국군대가 주둔한 땅이 이제는 우리나라의 공원으로 만들어질 예정이다.
어떻게 만들어야 할지 아직 구체적인 계획이 서 있지 않다. 국토교통부는 용산공원 조성 전반에 대해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서울시, 용산구 등 지자체와 사회단체, 전문가, 시민 등 각계각층이 참여하는 회의와 절차를 계속 진행하고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여러 가지 쟁점이 존재하고 국토교통부와 국방부, 서울시간에 팽팽한 줄다리기가 시작되었다. 그 사이에 학자들과 시민들도 저마다 좋은 공원 만들기에 지혜와 힘을 모으고 있다.
미군기지 안에는 조선시대 기우제 등 제사를 지내던 남단 터가 남아있고 일제시대 조선총독부 관사, 미소공동위원회 장소, 위수감옥 등 역사적으로 중요한 건축물들이 많이 있다. 하지만 워낙 성역처럼 감춰져 있어서 아직도 제대로 된 조사조차 안 되어 있다.
새로 만들어질 공원에는 식민지시대부터 미군 주둔기 까지 100년이 넘는 역사적 의미도 담아야 하고 생태적인 공원으로 복원도 해야 하고 통일 등 미래를 향한 새로운 생각도 포함시켜야 한다. 매우 어려운 과제이지만 지혜를 모으면 역사에 남을 좋은 공원이 만들어질 것이다.
풀어야 할 중요한 숙제 심각한 미군기지 오염 문제
부산, 인천 등 미군이 떠난 미군기지에는 어디나 오염문제가 심각했다. 용산 미군기지도 예외는 아니다.
그 오염된 땅을 정화하는 것을 누가 책임을 질 것인가? 지금도 미군이 오염시킨 용산미군기지 주변 땅과 물을 정화하는 비용을 매년 수십억씩 우리나라가 부담하고 있는 상황이다. 오염된 미군기지 정화비용이 얼마나 들어갈지 모른다. 아마도 천문학적인 비용이 소요될 것이라는 걱정이 지배적이다.
영화 괴물의 소재로 널리 알려졌듯이 미군부대에서 독극물이 한강에 방류된 사건도 있었다.
지금도 미군부대 안에서 어떤 오염이 진행되고 있는지 우리나라 정부는 속수무책인 상황이다.
2017년 4월10일에 용산지역 시민단체들은 용산미군기지 유류 오염사고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용산미군기지 유류 유출사고 진상을 밝히고 즉각 정화하라!
용산 주민들은 용산미군기지 내에서 그동안 엄청난 양의 유류가 지속적으로 유출되었다는 사실을 접하면서 경악과 분노를 금할 수 없다. 용산 주민들은 심각한 유류 유출사고를 일으키고 이를 은폐해 왔던 주한미군을 강력히 규탄한다. 또한 주한미군의 환경오염사고를 정확히 파악하지도 못했을 뿐만 아니라 언제나 보호막 역할을 자처해 왔던 한국정부 역시 강력히 규탄한다.
지난 4월3일, ‘용산미군기지온전히되찾기주민모임’과 ‘녹색연합’,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등 시민단체들이 용산미군기지 내부 유류 유출사고 내역을 공개했다.
「미국정보자유법」(FOIA)에 따라 미국 정부로부터 제출 받아 분석한 이 자료에 따르면, 1990년부터 2015년까지 25년간 용산미군기지 내부 유류 유출사고가 무려 84건에 이르고, 유출된 유류의 양이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인 것으로 드러났다. 주한미군 자체 기준으로 ‘최악의 유출량’으로 분류되는 3,700리터(1,000갤런) 이상의 기름 유출 사고가 7건, ‘심각한 유출량’에 해당하는 400리터(110갤런) 이상의 사고가 26건 등 최소한 84건의 유류 유출사고가 발생했다고 한다.
대한민국 수도 서울의 중심에 위치한 우리 용산이 기름범벅의 땅으로 죽어가고, 마치 기름위에 둥둥 떠 있는 것처럼 지하수가 심하게 오염된 것이다. 우리 아이들을 비롯한 용산 주민들이 인체에 심각한 악영향을 주는 환경오염에 그대로 노출되어 있었다니 참으로 경악스럽고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 (중간 생략)
정부는 미군기지 환경오염 사고, 특히 용산미군기지 유류 유출사고의 진상을 밝히기 위한 정부 차원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지역주민과 관련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민관 합동기구를 구성하고, 미군기지에 대한 한미 합동 조사를 적극 추진해야 한다. 「주한미군주둔군지위협정」의 환경 관련 규정을 개정하고, ‘환경오염 정화 후 기지반환’을 규정한 「용산미군기지이전협정」의 준수를 주한미군 측에 적극 강제해야 한다.
아울러 미군기지가 있는 지역의 국회의원과 관련 상임위 소속 국회의원, 전문성을 갖춘 국회의원 등으로 구성된 국회 차원의 ‘특별조사위원회’ 설치를 요청한다.
우리 용산 주민들과 각 정당 및 단체들은 대한민국과 수도 서울의 중심인 용산을 아름답게 가꾸고 용산 주민들의 건강한 삶을 위하여 용산미군기지 환경오염 사고를 철저히 밝혀내고 주한미군 스스로 오염 정화에 나서도록 모든 노력을 다 할 것을 다짐한다. 용산미군기지가 온전히 반환되고 민족공원이 제대로 들어 설 수 있도록 적극 노력할 것이다.
2017년 4월 10일 온전한 생태평화공원조성을 위한 용산시민회의
오염문제에 대해 서울시와 여러 시민사회단체들이 제대로 된 진상조사와 미군의 자체 오염정화를 촉구하고 있지만 그동안 정부도 미군도 묵묵부답이었다.
미대사관, 미군기지 잔류 등 누더기 공원이 되지 않을까?
미군이 떠나고 거대한 공원이 만들어진다고 하니 사람들은 미군부대 전체가 그렇게 되는 것으로 잘 못 알고 있다. 한마디로 용산공원이 누더기 공원이 될 가능성이 높다.
우선 용산고 인근 후암동, 갈월동에 인접한 캠프코이너 자리에는 7만9000제곱미터(2만5천평)이라는 큰 규모로 미국대사관이 들어올 예정이다. 외국 대사관이 들어오는데 왜 그렇게 넓은 땅이 필요한지 용산주민들은 이해하기 어렵다. 어떤 규모로 건물이 지어지고 어떤 형태로 대사관부지가 활용될지는 아무도 모르지만 미군이 떠난 자리에 미대사관이 들어온다니 오래 전 시작된 외세침략 흑역사가 앞으로도 대대손손 길이길이 이어질 수 밖에 없는 것인지 치욕스럽고 절망스러울 뿐이다.
미군기지에 잔류하는 대사관과 드래곤힐 호텔, 헬기장 등에 관한 2014년 언론 기사이다.
용산기지에 잔류하는 시설은 미대사관 부지(7만 9000㎡), 드래곤힐 호텔(8만 4000㎡), 헬기장(5만 7000㎡) 등이며 이번 한미 양국의 합의에 따라 한미연합사도 포함되게 됐다.
한미연합사에는 본부 건물(화이트 하우스)과 작전센터(CC서울), 미8군사령부 건물이 있는 필수 부지 등이 반환 대상에서 제외돼 총면적 265만㎡에서 약 46만㎡(17%) 남짓이 잔류하게 됐다.
이에 대해 국방부 관계자는 "유사시 우리 합동참모본부 등 한국군 수뇌부와 원활한 지휘체계를 구죽해야 하는데 평택에 내려가면 곤란할 것으로 봤다"며 "용산공원 조성계획에는 차질이 없도록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토교통부도 보도자료를 통해 "전체 공원 조성계획에 미치는 영향은 경밀할 것"이라며 "여건변화를 감안해 공원조성시기를 조정해 추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MBN 뉴스 2014년 10월24일자)
떠나는 미군기지 안에 미군 호텔이 머물고 다른 군 시설도 남아있겠다니 납득도 안가고 분노가 치민다. 한미연합사도 머문다고 하더니 올해 들어 얼마 전에 국방부 영내로 이전을 추진한다는 기사가 보도되었다. 새 정부가 들어섰으니 온전한 이전이 추진되고 누더기 공원이 아니라 온전한 공원이 될 수 있도록 정부 차원의 과감한 결단과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용산시민연대는 2003년 미군기지없는 살기좋은 지역공동체 용산연대라는 이름으로 시작했다. 지금들으면 생소할 만한 이름이다. 2002년 효순이미선이 미군장갑차 사망사건을 계기로 많은 국민들이 미군범죄에 분노하고 불평등한 소파개정을 촉구했을 때였다. 아직도 불평등한 한미관계는 여전하다. 이는 단순한 문제가 아니다. 분단이 극복되고 평화로운 사회가 만들어져야 근본적으로 해결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아무리 미군을 고맙게 생각한다고 하더라도 외국 군대가 우리나라에 영원히 주둔하는 상황을 바라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빠른 시기에 평화협정이 체결되고 통일로 조속히 나아간다면 그때는 논란의 여지없이 주한미군의 필요없어 질 것이다.
용산에서 오래 살면서 우리의 평화와 통일에 대해, 그리고 국가의 주권에 대해 자주 생각하게 된다. 아직도 분단의 상처는 정치, 사회, 경제, 문화 등 여러 영역에서 우리 삶을 지배하고 있다.
미군기지가 온전한 생태평화역사공원으로 만들어지기 위해서는 시민단체 뿐 만 아니라 많은 시민들이 관심을 가지고 목소리를 내야 할 것이다. 미군기지 없는 용산을 넘어 주한미군이 없는 평화로운 대한민국을 오늘도 꿈꾼다.
(2018년 2월 6일 보리아빠 이원영)
<지난 우리마을행복학교 연재 글입니다.>
○우리마을행복학교-1.좋은 사람이 되고 싶은 나는 서툰 시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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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마을행복학교-2.2017년은 시민혁명의 추억이 새겨진 엄청난 날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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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마을행복학교-3. 거대한 마사회와 싸워 용산주민들이 승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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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마을행복학교-4. 많은 시민들이 참여해 용산 이태원에 평화의소녀상을 세우다.
http://blog.naver.com/daummalgo/221170896882
○우리마을행복학교-5. 용산생협 6년, 착한 소비를 바라는 조합원이 동네에 1500명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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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마을행복학교-6. 쪽방동네 동자동에 웃음꽃이 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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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마을행복학교-7. 용문시장 반재선 회장님, 고생이 너무 많으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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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마을행복학교-8. 용산역사를 공부하는 재미에 푹 빠졌습니다.
http://blog.naver.com/daummalgo/221179717520
○우리마을행복학교-9. 평화의 참여의 지역공동체 용산시민연대는 참여가 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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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마을행복학교-10. 용산희망나눔센터, 1%의 나눔이 따뜻한 사회를 만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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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마을행복학교-11.용산FM, 꿈꾸던 라디오 방송 진행, 아마츄어라도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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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마을행복학교 15-살아가는 힘, 든든한 언덕-친구들아 힘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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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마을행복학교 16-세상을 바꾸는 길, 험난해도 저는 진보정당입니다.
http://blog.naver.com/daummalgo/221200365238
○미군기지에 대해 글을 쓰다보니 평화올림픽이 되기를 바라는 평창올림픽이 곧 시작되겠군요.
오늘도 평화올림픽을 바라는 ‘동네방네 현수막 달기’ 사업을 추진하기로 했습니다.
스포츠에 관심이 많지 않지만 평화올림픽은 간절히 바랍니다.
보리아빠의 <우리마을행복학교> 연재 글은 계속됩니다.
서울 도심 한복판 용산에 살면서 특히, 시민단체에서 활동하며, 느끼고, 배우고, 희망을 만들어가는 이야기입니다.
앞으로도 쓸 글도 기대해 주시고 이 글에 ♡공감 및 댓글도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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