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구청 어느 청소노동자의 죽음
지난 2016년 12월 중순 새벽 5시경에 용산구 보광동에서 서빙고동으로 넘어가는 도로에서 거리청소일을 하던 환경미화원이 자동차에 치어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용산구청이 민간위탁한 거리청소회사에서 10여년 넘게 일하던 이 노동자는 갑작스런 죽음을 당했습니다.
올해 2018년 2월 23일 늦은 밤 용산구 청소노동자가 또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근무를 마치고 쉬다가 다시 출근해 고장 난 차량을 수리하는 일을 도와주는 과정에서 불의의 사고를 당했습니다.
1년 사이에 용산구청 청소노동자 두 명이 사망하는 참변이 일어났습니다. 한 명은 위탁업체 청소노동자이고 한 명은 용산구청 소속 기간제 노동자였습니다. 청소노동자의 연이은 죽음에도 용산구청은 아무런 사과나 대책도 내놓지 않고 있습니다.
청소노동자의 죽음을 너무 가벼이 보는 사회
청소노동자의 업무중 사망사고가 왜 이렇게 자주 발생하는 것일까요? 이는 용산구청 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언론보도에 의하면 지난 2년간 업무 중 사망한 청소노동자가 27명에 달하고 다친 사람도 766명에 달한다고 합니다.
이렇다 보니 정부에서는 지난 1월에 청소노동자 안전대책을 내놓았습니다. 청소노동자 근무시간 개선, 작업안전수칙 개선, 노후 청소차 신속교체, 차별 없는 근무여건 개선, 청소비용 현실화 등 여러 가지 과제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어두운 밤 근무를 없애고 청소노동자를 정규직화하라는 것이 핵심입니다. 하지만 청소업무는 지방자치단체 소관 업무여서 일선 지자체에는 아직 제대로 반영도 안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왜 비정규직, 위탁업체 노동자 사고가 많은가?
“기간제 근로자는 사회적 약자에 속합니다
청소차를 제시간에 처리 못하면 민원이 발생하여 입장이 매우 곤란한 상황에 처해진다고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자정이 다 되어가는 늦은 시간까지 고장난 장비를 고치려고 한 이유가 이제야 이해가 되는 듯 합니다
장비가 고장나면 해당구청의 메뉴얼에 의한 조치가 되도록 했다면 이런 사고는 발생하지 않았으리라 생각합니다
사회적 약자 위치에 있는 사람들을 떠나서 요즘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는 안전사고의 피해가 없는 사회가 되길 바랍니다“
사망사고를 당한 유가족이 전한 말입니다. 우리사회에서 비정규직은 2등 인간일까요? 정규직에게 사고가 덜 발생하는 이유는 정규직의 안전은 더 중요시하기 때문입니다.
만약에 낮 시간에 정규직이 업무 중 사고 위험이 있는 차량수리 일을 한다면 안전조치를 취해놓거나 전문기술자를 불러서 작업을 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비정규직과 위탁업체 노동자들이 위험한 일에 많이 노출되는 것도 핵심 이유일 것입니다.
산재 사고가 OECD 국가 가운데 1위인 나라가 바로 대한민국의 현실입니다. 안전 불감증 이제는 바뀌어야 합니다.
용산구청은 청소노동자의 죽음을 외면하지 마라
용산구노동시민사회단체 모임은 지난 2월27일 용산구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개최하고 용산구청의 적극적인 대책을 촉구했습니다. 기자회견문 일부를 옮깁니다.
“특히, 용산구는 청소 업무의 외주 비중이 높고 청소노동자들의 근무조건이 열악하다는 비판을 오래전부터 받아왔습니다. 몇 년 전에는 청소업무 위탁업체에 대한 특혜와 비리가 드러나기도 했지만 개선노력이 부족하다고 강한 지적을 받기도 했습니다.
안타까운 사고를 접하고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용산구에 촉구합니다.
첫째, 용산구청은 청소노동자 사망사고에 대해 공식적인 사과를 표명해야 할 것입니다.
둘째, 사고의 원인을 분석하여 정부의 안전대책에 맞게 재발방지 대책을 수립하여야 합니다.
셋째, 구청 청소업무를 직영화하고 청소노동자 정규직화를 포함한 노동조건 개선책을 마련해야 합니다.
넷째, 근무시간이 아니었지만 명백하게 업무 중 발생한 사고이므로 산재처리를 해야 할 것입니다.
용산 노동시민사회단체들은 향후 이 문제 해결을 위해 제도적, 행정적 조치가 취해질 수 있도록 앞으로 관심과 노력을 기울일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사망한 청소노동자의 명복을 빕니다.
2018년 2월27일 용산노동시민사회단체 기자회견 참가자 일동”
이대로 두면 용산구 청소노동자는 또 어느날 죽어갈지 모릅니다. 지금까지는 죽음을 방치하고 대책을 내놓지 않은 용산구청의 문제였겠지만 똑같은 사고가 발생한다면 이 사건을 가볍게 여긴 우리모두에게 책임이 있지 않을까요? 슬퍼하고 아파하는 것을 넘어서는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지 고민과 실천이 필요합니다.
(2018년 3월14일 보리아빠 이원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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