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생악법

골프장에 묻힌 臨政 ‘7인의 魂’

보리아빠 이원영 2009. 4. 13. 14:04

골프장에 묻힌 臨政 ‘7인의 魂’

김구등 안장된 효창공원…

축구장과 골프연습장사이 가로막혀

임정수립 90돌 ‘씁쓸’


상해 임시정부 7인의 혼이 골프연습장과 축구장에 묻혀 있다.

백범 김구, 윤봉길 의사 등 임시정부 요인 7인이 안장된 효창공원. 하지만 쉼없이 허공을 가르는 골프공과 효창운동장에서 터지는 함성소리 사이에 효창공원은 가로막혀 있다.

임정 90주년도 숭고한 희생에도, 무관심한 시민들 속에 ‘민족의 성지’인 효창공원은 13일 쓸쓸한 임정 수립 90주년을 맞이했다.

임정 수립 90주년을 하루 앞둔 지난 12일. 서울 용산구 효창공원 주변 효창운동장, 골프연습장에는 주말을 즐기는 인파로 가득했다.

효창운동장은 1960년 아시아축구대회 유치를 위해 효창공원 앞 임야 등을 없앤 뒤 만든 축구 경기장. 지난 2005년 정부가 효창공원 성역화 사업을 추진하면서 효창운동장을 없애고 효창공원과 합치는 방안을 추진했으나 축구계 등의 반대로 무산된 바 있다.

임시정부 요인 7인의 혼이 잠들어 있는 서울 효창공원이 13일 효창운동장과 골프연습장 등에 가로막혀 있다.

운동장 스탠드 넘어 나무가 우거진 곳이 효창공원. 박현구 기자/phko@heraldm.com


효창운동장 옆에는 골프연습장까지 자리잡고 있다.

골프연습장 관계자는 “10년 전부터 생긴 골프연습장”이라며 “한 달에 22만원만 내면 이용할 수 있어 많은 손님이 찾는다”고 말했다.

주민 이모(64) 씨는 “주말만 되면 축구장이나 골프연습장에 오는 사람들도 동네가 시끄럽다”고 혀를 찼다.

이날도 골프연습장과 효창운동장 앞에는 방문객의 차량이 효창공원 앞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효창공원을 찾은 시민들도 무관심하긴 마찬가지였다.

수많은 시민들이 효창공원을 찾았지만 사진을 찍고 운동을 하기에 분주했다.

이봉창, 윤봉길, 백정기 열사가 묻혀 있는 효창공원 내 ‘삼익사의 묘’에는 임정 수립 90주년을 앞두고 있는 이날까지도 방문객을 찾아볼 수 없었다.

산책을 나왔다는 인근 주민 김성기(30) 씨는 “자주 오긴 하지만 이곳에 몇 명의 열사가 묻혀 있는지 솔직히 모르겠다”고 멋쩍은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공원 곳곳에는 봄날을 즐기는 인파로 가득 차 방문객 한 명 없는 공원 내 묘역과 묘한 대조를 이뤘다.

공원 입구에는 대낮부터 술판마저 벌어지고 있었다.

술을 마시던 한 노인은 “공원 안에서 마시는 것도 아니고 입구에서 마시는 데 뭐가 문제냐”고 화를 냈다.

공원관리소 관계자는 “공원이 24시간 개방되면서 밤까지 사람이 많다”며 “특히 여름이 되면 주민뿐만 아니라 노숙자 등도 많이 들어와 관리하는 데 어려움이 많다”고 토로했다.

임정 수립 90주년을 맞았지만 효창공원의 암담한 현실은 역사에 무관심한 한국 사회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었다.

이날 공원을 찾은 박기석(32) 씨는 “임시정부가 어떤 역할을 했는지 막연하게만 교육하다 보니 효창공원도 그 중요한 의미를 모르게 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김상수 기자/dlcw@heraldm.com



2009.04.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