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일기]급식비 지원의 ‘사각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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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일 환 서울 오남중 교사 시인 |
우리 학교는 서울 변두리 지역에 있어서 가정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이 많습니다. 결손가정뿐만 아니라 시설에 수용되어 있는 아이들도 있고, 기초생활수급자 가정도 한 반에 여러 명씩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급식비와 학교운영지원비 지원을 받아야 하는 학생들의 수가 다른 학교에 비해 많은 편입니다. 그런 아이들은 대개 국가나 시설의 지원을 받아 해결을 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그 어디에도 해당하지 않지만 가정 형편이 매우 어려운 학생들이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그런 학생들은 담임이 구체적인 사유를 담은 추천서를 써서 제출을 하고, 그러면 대개 지원대상자로 선정을 해 주곤 했습니다. 올해도 그렇게 해서 기초생활수급자 외에 스무 명 남짓한 학생들의 명단을 더 작성해서 급식비 무상지원 신청을 했습니다. 그런데 애초에 지원을 해 주기로 한 교육청에서 턱없이 모자라는 예산만을 내려 보냈습니다.
그 날의 회의는 기초생활수급자 외에 담임들이 추천한 대상자를 모두 떨어뜨리고 한 명만 뽑는 자리였습니다. 추천서 내용을 검토한 위원들은 한결같이 난감한 표정을 지었습니다. 누구 하나 어렵지 않은 학생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다 낡은 집 한 채를 갖고 있다는 이유로 기초생활수급자에서 빠졌는데 날일을 하는 아버지가 거의 일을 못 나가고 있다거나, 빚이 많아 파산 지경에 이른 경우, 법적으로 이혼을 하지는 않았지만 엄마 혹은 아버지 혼자 애들을 키우는 경우, 함께 모시는 조부모가 병들어 있는 경우 등 눈물겨운 사연이 많았습니다. 법에서 정한 규정으로는 보호를 받기 힘들지만 실생활은 오히려 기초생활수급자보다 못한 가정이 대부분이었습니다. 결국 그 자리에서는 아무런 결론도 내리지 못하고 담당부서와 행정실에서 협의해서 아무나 한 명을 대상자로 선정하라는 말을 끝으로 회의실을 나왔습니다.
왜 그리 마음이 쓸쓸하던지요. 밥이 하늘이라는 말도 있는데, 그 하늘 같은 밥을 눈치 보며 먹어야 하는 학생들을 위해 국가가 제대로 된 역할을 하고 있는 건지 궁금했습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돈이 모자라서 그런다고는 여겨지지 않습니다. 헛된 곳으로 새는 돈만 따져도 만만치 않을 테니까요. 경제를 살리기 위해 학교마다 예산을 조기집행하라고 해서 급하게 여기저기 공사를 했는데, 그중에는 공사한 지 얼마 되지 않은 곳까지 새로 한 경우도 있습니다. 엊그제는 지구별로 워크숍을 한다고 해서 갔더니 뷔페식당에서 저녁을 먹고 가라고 하더군요. 참석자들이 내켜 하지 않는데도 이미 책정돼서 내려온 돈이기 때문에 써야 한다면서요. 그런 돈들만 줄여도 어려운 학생들의 급식비는 얼마든지 해결할 수 있을 겁니다. 교육청에서 예산을 책정하고 배정할 때 저소득층 학생들에 대한 급식비 지원 항목부터 제일 먼저 챙겼으면 합니다. 다른 게 아무리 중요한들 밥도 못 먹이면서 하는 교육이라면 대체 무슨 소용이겠는지요?
<박일환 서울 오남중 교사| 시인>
입력 : 2009-06-12 18:08:21ㅣ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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