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황당하다.
일요일에 효창축구회에서 공차고 아침먹는데 박장규 용산구청장 이야기가 티브이뉴스에 보도되었다는 말이 나왔다. 구청장 부인 차를 공무원이 7년간 세차를 해주고 있다는 이야기였다. 요즘 시대에 그런 일이 있을 수 있나 싶었는데 사실이었다. 세차하는 장면을 본 주민이 동영상을 찍어서 인터넷사이트에 올렸고 그래서 세간의 화제가 된 것이다.
동영상을 찍어올린 주민은 매일 공무원인듯한 사람이 구청장 집앞에서 구청장 부인 차를 세차하고 있었으니 뭔일일까 싶었을 것이다. 얼마나 오랜기간 그 장면을 봤을지 모르지만 세차해준 기간이 무려 7년 이었다니 세상에 그런 구청장과 공무원이 있다는 것 자체가 세계토픽감이다.
한편으로는 그 공무원이 왜 그런 쓸데없는,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을 해왔을까? 추측이 가능하다. 윗선에서 지시했을 가능성이 높다. 그 일을 안하면 인사상 불이익이나 해고를 당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을 것 같다.
박장규 구청장은 몰랐을까? 7년동안 세차를 해줬는데... 몰랐을리 없다. 1년이면 몰라도 7년을 했는데 부인과 딴살림을 차린 것도 아닐테고....
그래서 이 사건은 더욱 황당한 사건이다.
이번 일은 박장규구청장이 제대로 된 구청장이 아닌 것을 단적으로 증명하는 사건이기도 하다. 박장규 구청장은 임기가 이제 반년 정도 밖에 남지 않았다. 그래서 문제는 알아도 주민들 가운데 아무도 구청장 사퇴하라고 요구하지 않을 것 같다.
법적으로 문제가 있는지도 검토해봐야 겠지만 상식적으로는 부당하게 공무원에게 세차를 시킨셈(세차서비스를 받은셈)이어서 형사처벌도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
그런데 경찰이나 검찰이 이 사건을 다룰 가능성은 희박하다. 만약에 한나라당이 아닌 다른 당의 구청장이었다면 바로 수사들어갔을 것이라 예상된다. 아마도 죄목을 여러개 붙였을 것이다.
7년간 구청장 부인 차량을 세차하는 공무원은 있는데 쪽방촌에 화재가 나서 피해를 입은 가난한 이웃에게는 어떤 공무원이 지극 정성을 다하고 있을까? 관련 부서 책임 공무원들은 작은 정성도 보이지 않고 있다. 현직 구청장이 관심없는 것이 가장 큰 이유일 것이다.
황제구청장과 충신 공무원, 그리고 그를 선출한 주민들, 그리고 나, 오늘은 좀 마음이 젖은 솜처럼 바닥으로 무겁게 가라앉는다.
*추가 - 세차해 준 공무원이 다른 선배 공무원을 체치고 승진을 했다는 이야기가 공무원노조 홈페이지에 있네요. 세차해줬다고 승진시켜준 용산구 구청장이 더 얄밉습니다.
[참고] 다음은 1월29일 보도된 MBC뉴스데스크 보도입니다.
구청장 부인 차 닦는 공무원‥7년 동안 세차
◀ANC▶
구청 공무원이 구청장의 개인 차량을 7년 동안이나 세차해온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구청장에게 어떻게 된 일인지 물었습니다.
조현용 기자입니다.
◀VCR▶
인적이 드문 새벽,
서울 용산구 동빙고동의 주택가.
한 남성이 트럭 짐칸에서 물통을 내리더니
걸레로 한 승용차를 닦기 시작합니다.
창문과 범퍼, 바퀴 근처까지
구석구석 닦습니다.
이 남성이 타고 온 트럭에는
순찰이란 글씨와 한 표시가 찍혀 있습니다.
용산구청의 상징으로,
이 차는 용산구의 관용차고
차를 닦는 사람은 용산구 공무원입니다.
동영상에 찍힌 장소가 바로 여기입니다.
동영상에 등장하는 차량을 추적해봤더니,
차 주인은 박장규 서울 용산구청장이었습니다.
◀SYN▶ 용산구 공무원
"차량 소유자는 구청장님이신 거죠.
[그럼 그 차는 누가 타요?]
그 차는 청장님이 타실 수도 있고,
사모님이 타실 수도 있고요."
구청장은 관용차를 타고 다니기 때문에
이 차를 주로 모는 사람은 구청장 부인.
결국 공무원이 구청장 부인이 타는
개인차량을 세차하고 있는 겁니다.
해당 공무원은
한때 구청장 관용차를 운전했던 인연 때문에
자발적으로 한 일이라고 설명했지만,
구청장 측은 이런 세차 사실을 알고 있었는지
아무 답도 하지 않았습니다.
◀SYN▶ 용산구청장 수행비서
"[용산구청장은 뭐라고 말했다고 해야 하나요?]
할 말이 없습니다. 죄송합니다."
이 공무원이
매주 한두 차례씩 이렇게 세차를 해온 건
무려 7년이나 됐습니다.
◀SYN▶ 해당 공무원
"[차를 닦으신 건 2003년부터인가요?]
작년 말까지 했죠, 작년 말까지...
한 6-7년?"
해당 동영상이 올라온 포털사이트에는
구청장이 설마 세차를 시켰겠느냐면서도,
권위주의의 이면이란 비판이 이어졌습니다.
MBC 뉴스 조현용입니다.
조현용 기자 star@mbc.co.kr / 20100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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