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신문 사설]초·중학생 무상급식은 정책 의지의 문제다
이명박 대통령이 오는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논란이 되고 있는 초·중학생 무상급식에 대해 부정적 입장을 표명했다. “있는 사람은 자기 돈으로 (급식비 문제를) 해결하고, 그 돈으로 서민을 도와야 한다”며 “당과 정부가 원칙을 정해야 한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이 대통령이 무상급식을 얼마나 단순한 시각에서 보고 있는지를 잘 알 수 있다. 대통령이 무상급식 문제에 대해 그렇게 구체적으로 언급할 이유라도 있는지 궁금하다. 현재 무상급식을 하고 있는 자치단체들은 중단해야 한다는 말인가.
무상급식은 먼저 무상교육의 연장선에서 봐야 한다. 초·중학교 무상급식은 무상교육처럼 국가의 의무라고 할 수 있다. 지금처럼 저소득층 자녀에게만 선별적으로 무료급식을 하는 것은 국가가 할 일을 제대로 못하고 있는 것으로 봐야 한다. 무상급식은 일부 학생에 대한 시혜 차원이 아니라 보편적인 교육복지 차원에서 접근해야 하는 문제다. 무료급식을 받는 학생과 급식비를 내는 학생 사이에 나타날 수 있는 위화감이나, 무료급식 학생들이 겪을 수밖에 없는 심리적 아픔을 생각한다면 더욱 그렇다.
무상급식을 반대하는 쪽은 무상급식이 전형적인 포퓰리즘(대중영합주의)이라고 지적한다. 좌편향 이념 성향의 정책이란 비판도 나온다. 이런 현상은 진보세력의 지지를 받아 당선된 김상곤 경기도 교육감 등 진보진영이 무상급식을 추진하려 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무상급식의 현실을 보면 이념과는 전혀 관계가 없다. 전국적으로 자치단체장이 한나라당 소속인 지역에서 무상급식이 상당히 이뤄지고 있고, 날로 확산되는 추세다. 지방재정이 넉넉한 자치단체만 무상급식을 하는 것도 아니다. 무상급식은 자치단체장 의지의 문제로 볼 수 있다. 더욱이 포퓰리즘이나 좌편향 꼬리표를 달아 이상하게 보거나 무시할 사안이 아닌 것이다.
정부나 자치단체의 전체 예산은 한정돼 있고, 무상급식에는 돈이 들게 마련이다. 문제는 정책의 우선 순위다. 무상급식이 다른 사업보다 더 가치가 있다면 우선적으로 시행할 수 있는 것이다. 예산타령만 하는 것은 무상급식에 대한 인식이나 의지가 없음을 보여줄 뿐이다. 무상급식은 올해 지방선거에서 주요 쟁점이 될 가능성이 높다. 야당은 당론으로 추진할 움직임을 보이는가 하면, 여당의 일부 예비후보도 무상급식을 주장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무상급식의 필요성과 당위성에 대한 정치권의 인식이 확산되기를 기대한다.
입력 : 2010-02-15 22:49:04ㅣ수정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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