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전문지 월간 우리교육 4월호에 실린 글입니다.]
꿈에서 현실이 되어가고 있는 무상급식
이원영 (친환경급식을위한서울운동본부 집행위원장)
작년부터 무상급식이 뜨기 시작했다.
올해 6월2일 지방선거를 앞두고 무상급식이 핵심 쟁점으로 부각되고 있다. 현재 학교급식은 일부 저소득층을 제외하고는 학부모 부담 경비로 운영되고 있다. 즉, 학부모들의 돈에 의존하고 있는 상황이다. 과거 학부모들의 부담을 당연하게 여겼던 학교급식이 최근에는 새롭게 변화하고 있는데 이유는 ‘학교급식은 교육’이라는 당연한 명제가 어느정도 자리를 잡았기 때문이다.
예전에 학교급식은 아이들의 무거운 책가방, 학부모들의 도시락 준비 부담 문제를 해결하고 아이들에게 따뜻한 점심을 제공하기 위하여 대통령후보들이 학교급식 전면실시를 약속하면서 초등학교부터 확대되었다. 현재와 같이 운영되는 학교급식의 역사는 길지 않은데 1990년대 이후에 초등학교, 고등학교, 중학교 순으로 점차 실시가 되었다.
학교급식의 역사가 짧다보니 학교급식에 대한 여러 가지 문제점이 발생하기 시작했는데 그 가운데 대표적인 것이 빈번한 식중독사고 발생이었다. 심심할 틈이 없이 발생하는 식중독 사고로 인해 건강하고 안전한 학교급식에 대한 국민들의 요구가 높아졌으며 학교급식을 통한 식생활교육의 중요성도 국가 교육 정책으로 확고해쟀다.
학교급식은 20년 가까운 세월이 흐르면서 교육으로 명확하게 인식되었고 이제는 학교급식은 교육이라는 명제를 아무도 부정하지 못한다. 이러한 학교급식에 대한 인식의 변화 때문에 학교급식의 직영화와 무상급식 확대 요구는 시민사회단체로부터 꾸준히 제기되어 왔다. 또한, 친환경 우리농산물 사용과 함께 법적인 개선 과제로 학교급식법 개정안이 국회에 제출되는 등 점차적인 학교급식제도의 변화가 이뤄져 왔다.
시민사회단체의 수년간 이어진 노력과 국회의 법 개정 논의에도 불구하고 무상급식은 전국적인 이슈로 부각되지 못했다. 그런데 난로위의 얹어진 주전자의 물이 어느 순간에 액체에서 기체로 바뀌듯이 지난해 경기도교육감이 무상급식을 추진하고 이를 경기도 교육위원회와 경기도의회가 딴지를 걸면서 전 국민적인 관심사로 떠올랐다. 경기도의회의 예산삭감이 기폭제가 된 것이다.
진보적인 성향의 김상곤 경기도 교육감은 무상급식을 공약으로 내걸고 당선되었으며 경기도 지역 소규모 학교부터 무상급식을 실시하려고 추경예산안을 의회에 제출했다. 보수적인 인사와 한나라당이 주를 이루는 경기도 교육위원회와 경기도 의회는 진보교육감을 손보겠다는 매우 정치적인 이유로 소규모 학교 무상급식 예산안을 전액 삭감하였는데 이 사실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면서 무상급식은 국민들의 마음속에 ‘꼭 해야할 매우 중요한 일’로 자리를 잡았다.
어찌보면 무상급식을 반대한 사람들의 딴지걸기가 무상급식을 국민적인 스타로 키운 셈이 된 것이다.
무상급식이 대세가 되어가는 이유
먹는 것의 중요성은 남녀와 노소, 과거와 현재를 막론하고 모든 사람들에게 공감을 얻는다. 2008년 이명박 정부 초기 미국산 광우병 쇠고기 수입 논란이 엄청난 촛불항쟁으로 이어진 것이 이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무상급식도 마찬가지이다. 아이들 모두에게 따뜻한 밥을 먹이는 것에 대해 누가 굶겨야 한다, 안된다고 토를 달겠는가? 특히, 학교급식은 교육이라고 강조했듯이 초등학교, 중학교가 헌법에 명시된 무상의무교육인데 왜 교육급식에 대해 돈을 받는가하는 무상급식 주장이 국민들의 호응으로 힘을 얻기 시작했다.
거기다가 경제는 날로 어려워지고 저소득층이 매해 늘어나면서 급식비 미납학생과 결식아동이 증가하는 현실은 ‘상처를 주는 잘못된 급식’을 개선해야 한다는 것에 분명한 명분을 주었다.
또한, 우리나라처럼 학부모들의 자녀교육비 부담이 엄청난 안타까운 현실은 무상급식 실시의 필요성을 누구나 쉽게 공감하게 해주었다.
이러한 여러 가지 이유 때문에 몇몇 민선교육감을 비롯한 일부 지방자치단체장 후보들은 무상급식의 확대를 공약으로 내걸거나 단계적인 확대를 소신있게 추진하였다. 대표적인 지역이 경남과 전북이다. 기초 지방자치단체의 경우는 경기도 과천, 성남시 등이 선구적이다.
무상급식 반대논리의 취약성
경기도교육청 무상급식 예산의 삭감으로 촉발된 무상급식 논란이 전국민의 관심사로 대두되자 2010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출마를 준비하는 후보들 가운데 무상급식을 내세우는 경우가 눈에 띄게 늘어나기 시작했으며 한나라당을 제외한 민주당, 민주노동당 등 야당에서 무상급식을 해야 한다고 한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심지어는 출마를 앞두고 있는 보수적인 인사 뿐 만 아니라 한나라당 서울시장 후보로 나선 정치인도 서울에서 무상급식을 하겠다고 심지에 불을 붙였다.
이런 상황에서 무상급식 확대는 MBC 100분토론 같은 텔레비젼 방송사 토론 주제로까지 급부상했다.
무상급식을 반대하는 논리의 핵심은 두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부자 학생들에게 까지 공짜 밥을 줄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가난한 학생들만 급식지원을 하면 된다는 논리이다.
둘째, 전국적으로 치면 2조원, 서울과 경기의 경우 무상급식을 하려면 수천억원이 드는데 예산이 없을뿐더러 있더라도 더 필요한 곳에 써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논리는 점잖은 표현이고 무상급식에 대한 국민적인 관심이 확대되고 대세로 자리를 잡아가자 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은 궤변에 가까운 감정적인 반대 표현도 연일 쏟아냈다.
일부 보수언론은 대중의 인기에 영합한 포퓰리즘 정책이라고 비판하고 김문수도지사나 홍준표의원, 정몽준 한나라당 대표는 사회주의 정책, 좌파 정책으로 매도하기도 하였다.
사실 무상급식을 지역에서 먼저 실시한 지역은 한나라당 텃밭이고, 한나라당 자치단체장들이었다. 이들 지역에서 한나라당 도의원들이 딴지를 걸지 않은 것은 무슨 이유 때문이었을까? 무상급식에 색깔론을 내세우는 것이 말도 안되는 궤변인 이유는 명확하다.
초등학교 무상급식을 실시하고 있는 한나라당 자치단체장인인 경기도 이대엽 성남시장은 한 언론사 인터뷰에서 “빈부를 떠나 아이들에게 밥을 먹이는 문제는 모두 똑같은 것”이라며 “소득 차별에 따른 무상급식은 발상부터 그른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하였다.
*경향신문 만평입니다.
평등한 무상급식은 행복한 급식
무상급식에 대해 일반 국민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여러 가지 국민들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결과가 있다. 3월 초 MBC라디오 ‘손에 잡히는 경제’에서 전국 범위(4818명)로 조사한 설문조사결과에 의하면 87.7%의 국민들이 무상급식을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11월 고양시의회 김경희의원등이 고양시 학부모들(2250명)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서는 91.8%가 무상급식에 찬성한다는 결과가 나왔다.
최근 3월 중순에 서울시 이수정의원이 서울시민(2179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의하면 78.9%가 무상급식을 찬성했다. 고등학교까지 실시해야 한다는 의견도 49.4%나 되었다.
왜 학부모들과 국민들은 대다수가 압도적으로 무상급식 확대에 찬성하고 있는 것일까?
학생들이 학교급식이라는 것을 통해 차별을 경험받고 상처받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 때문이다. 그리고 실질적인 무상교육이 확대되기를 바라는 것도 중요한 이유이다.
무상급식 확대 실시가 왜 필요한지를 간단히 짚어보자
우리나라 헌법 31조에는 ‘의무교육은 무상으로 한다’라고 규정되어 있다. 법에서 정한 우리나라 의무교육은 초등학교, 중학교이다. 학교예결산 자료를 보면 사교육비를 제외하고 학부모들이 학교 내는 교육비 가운데 가장 많은 액수를 차지하는 것이 바로 급식비이다. 따라서 학교급식은 교육의 일환이기 때문에 무상으로 해야한다는 것이 논리적으로 매우 설득력이 있다. 시민단체 등에서는 한층 더 나아가 교육복지를 확대하는 차원에서 유초중고 모두 무상급식을 확대하자고 주장하고 있다.
현재 학교급식은 학부모부담을 기본으로 일부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학교급식비를 지원하고 있다. 이런 현실은 성장기 아동청소년에게 씻을 수 없은 상처를 안겨주고 있다. 학부모들의 경제적인 여건, 가정상황으로 학생들이 어릴 때부터 정신적인 좌절감과 차별을 경험하는 것은 매우 비교육적이다. 부모의 실직증명서 등 가정 상황을 증명하는 서류를 제출해야 급식비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심각한 학교교육의 문제점을 근본적으로 개선하는 방법은 보편적인 무상급식의 실시이다.
돈 많은 부자아이나 가난한 집 아이나 학교에서 평등하게 무상으로 급식을 먹는 것을 반대할 이유가 없다. 종국적으로는 보수적인 무상급식 취지는 반대하지 않는데 예산이 부족하다는 것으로 무상급식 실시의 반대이유가 좁혀지는데 이 또한 궁색한 변명일 뿐이다. 예산의 문제가 아니라 의지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무상급식 실시현황 자료를 확인해보면 경남, 전북 등 무상급식을 선도적으로 실시한 지역은 경기나 서울보다 재정자립도가 낮은 곳이다. 정부에서 예산을 이유로 무상급식을 반대하는데 부자감세로 줄어든 세수가 100조에 가깝고 대운하 추진으로 국민들 세금이 30조 가까이 소요된다는 것을 보면 무상급식은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의지만 있으면 추진하기 불가능한 일은 결고 아닌 것이 확인된다.
무상급식 바람이 무상보육을 낳다
재미있는 일은 올해 지방선거에서 무상급식이 쟁점으로 부각되자 무상급식을 반대하던 정부여당에서 저소득층 급식지원을 대폭 확대하고 무상보육을 확대하겠다고 한 점이다. 무상급식이나 무상보육이나 보편적 복지정책의 성격이란 점은 같다. 무상급식에 드는 돈이나 무상보육에 드는 돈은 따지고 보면 적은 예산은 아니다.
이처럼 무상급식 바람이 보편적 무상보육이라는 정책을 유발하였다는 것은 특이한 일이다. 그렇다면 한나라당이 내놓은 무상보육 실시 정책은 우연의 일치일까, 아니면 울며 겨자먹기로 내놓은 정책일까?
지난 해 한나라당이 다수를 차지하는 국회는 결식아동 지원예산 541억원을 전액 삭감했다가 ‘아무리 복지에 무관심해도 가난한 결식아동의 급식 예산을 삭감하냐’는 국민들의 강한 비판에 직면하자 절반인 270억의 예산을 편성했다. 이명박 정부의 부자감세정책으로 지방자치단체들은 사회복지예산 편성의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실제로 정부의 일지리, 노인, 아동 복지사업 예산이 뭉텅이로 삭감되었다.
교육분야에도 영향이 있었다. 진보신당에서 발표한 16개 시도교육청 2009년, 2010년 예산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작년에 비해 올해 학교급식예산은 194억원이 줄어들고 학력평가 예산은 94억원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이명박 정부 들어 경쟁교육에 휘둘려 교육복지가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고 있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이다.
국민들의 무상급식에 대한 바람은 무상급식 확대를 공격하던 한나라당이 좌파 보육정책을 내놓을 수밖에 없도록 산파역할을 하였다.
무상급식 현실화 아직은 갈길 멀다
한겨레신문과 오마이뉴스 등 언론사가 올해 시도교육감 선거 출마 후보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60-70%의 후보들이 무상급식을 찬성하고 추진할 계획인 것으로 나타났다.
선거는 당선을 목표로 할 수 밖에 없다. 따라서 진보적인 교육감 후보는 당연히 무상급식을 내걸 것이고 보수적인 성향의 후보라도 당선 전략으로 무상급식 공약을 내걸게 된다. 이런 흐름이 이어진다면 올해 지방선거에서 무상급식을 약속한 후보들이 상당수 당선될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이는 교육감 선거 뿐만 아니라 지방자치단체장 선거도 마찬가지이다. 한나라당을 제외한 야당들은 올해 지방선거에서 무상급식 실시를 정당의 선거 공약으로 확정한 상태이고 앞다투어 이를 홍보하고 있다.
최근 선관위는 무상급식이 지방선거의 쟁점이 된다는 이유를 시민단체에서 추진하고 있는 무상급식 범국민서명운동이 법위반 가능성이 높다고 유권해석을 내렸다. 하지만 시민단체들은 국민들의 요구를 제도화하는 노력에 더욱 박차를 가하고 있다.
무상급식 운동을 수년동안 주도해온 안전한 학교급식을 위한 국민운동본부를 비롯한 시민단체들은 지난 3월16일 친환경무상급식풀뿌리국민연대를 결성하였다. 무상급식 실현을 위한 한시적인 연대 조직인 이 단체에는 전국의 2100개가 넘는 다양한 시민단체들이 참여하였다. 사상 최대의 시민단체 연대조직이라고 한다.
무상급식 법안을 이종걸 국회의원 대표발의로 제출하고 중앙정부와 국회에서 무상급식을 책임질 것을 촉구하였다. 무상급식이 과연 성공할 것인지는 두고 볼일이다. 아직은 갈길이 멀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 상태로 간다면 무상급식은 꿈이 아니라 조만간 현실이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월간 우리교육 4월호-초등, 중등 공통으로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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