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밭갈기

<14> 우리 아이들에게 쓰는 편지!

보리아빠 이원영 2014. 1. 28. 09:38

동근, 가연에게 쓰는 편지!

 

이 글을 쓰는 방 책꽃이 사이엔 백범일지가 꽂혀있다. 백범 김구선생이 자식들에게 자신의 삶을 전하려고 쓴 글을 엮은 책이다. 백범 선생은 정말 대단하신 분이다. 조국의 독립을 위해 평생을 몸 바치신 분인 것도 위대한데 혈육에게 자신의 삶을 전하려고 세세하게 기록을 했다는 것도 범상치 않다.

 

나는 자식보다는, 가족보다는 그 울타리를 넘어 이타적인 삶을 살려고 노력하는 사람이지만 그래도 자식들에게도 잘하고 싶은 욕심은 있다. 그래서 이번 기회에 동근이와 가연이에게 편지를 쓰고자 한다. 동근이와 가연이에게 직접 읽어주고 싶다.

-----------------------------------------------------------------------------

동근아, 가연아, 사랑하는 아이들아!

 

엄마와 아빠가 서로 사랑하여 너희를 낳았고 우리는 너희의 존재 자체로 너무나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

 

우리사랑! 영원히! 어둠속에서도! 함께해! 아싸라비아! 콜롬비아! 닭다리잡고! 삐약삐약!

 

요즘에는 아빠가 앞말을 하면 자동으로 뒷말을 해주는 귀여운 놈들, 너희들이 조금 더 자라면 유치하게 왜 그래?” 그러겠지.

 

엄마, 아빠가 일 때문에 바빠서 많이 미안하다.

둘이 집에서, 혹은 놀이터에서, 학교에서 티격태격하면서도 잘 노는 것을 보면 연년생으로 둘을 낳은 게 정말 잘 된 일이라는 만족감에 매우 기분이 좋다.

 

동근이와 가연이는 꿈을 키우고 있는 중이다.

동근이는 여행사진가가 되고 싶다고 그림을 그렸었지.

가연이는 뭐가 하고 싶을까?

예전에는 식물학자, 교사, 약사를 하고 싶다고 했고 오빠처럼 여행을 하고 싶은 생각도 말을 했었지.

무엇을 하던지 행복한 선택이 되길 바란다.

너희 들이 어른이 되었을 때는 어떤 일을 하더라도 최소한의 인간적 삶을 누릴 수 있는 그런 사회를 꼭 만들고 싶다.

아직은 초등학생이어서 많은 꿈을 꿀 수 있는 나이다. 중학교, 고등학교에 가면 더 꿈이 구체적으로 성장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아빠는 나이가 마흔 다섯인데 부지런한 농부가 되는 꿈을 꾸고 있다. 너희 꿈은 어떤 일을 할 때 내가 가장 행복할까를 기준으로 결정하길 바란다.

 

그렇지만 아빠가 당장이라도 결심하여 농사꾼이 되지 못하는 이유는 나의 행복도 중요하지만 내가 해야 할 일을 선택할 때 나를 필요로 하는 곳이 있다면 그 꿈을 미룰 수도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너희도 아마 그런 선택의 갈림길에서 고민을 거듭할지도 모른다.

 

하루에도 배가 고프다면서 엄청나게 먹을 것을 찾는 동근이,

덩치가 커질수록 든든하다. 컴퓨터 영화도, 닌텐도 게임도, 책읽는 습관도 모두 아빠는 맘에 든다. 3학년이 되더니 고집을 덜 부리고 동생을 배려하는 모습을 자주 보이는 것이 대견할 때가 많다. 많이 놀고 많이 먹고 많이 책 읽고 어릴 때는 걱정 없이 지냈으면 좋겠다.

처음 너를 낳았을 때 아빠는 너의 모습을 보고 내 자식이라는 게 실감나지 않았다.

너와 아빠가 함께 있으면 사람들은 틀에 찍은 듯 똑같다고 하지만 너는 확실히 아빠보다 잘 생겼어. 물론, 아빠 어린 시절보다는 네가 체력이 안 좋은 것은 사실이다.

아빠는 시골에서 자랐고 그래서 신나게 들로 산으로 뛰어다니며 놀았기 때문에 시골 촌놈의 기본체력을 가지고 있었지. 아빠는 동근이가 몸을 쓰면서 하는 운동이나 놀이를 더 많이 했으면 한다. 아빠도 너랑 자주 놀아줄게.

아빠는 동근이와 함께 목욕탕에 가서 처음으로 동근이가 아빠 등을 밀어줄 때의 감동을 잊지 않고 있다. 그 전에 아기 일 때도 목욕탕에 데리고 간적이 여러 번 있었지. 네가 온탕에 아빠랑 함께 들어가서 장난을 치는 것을 보고 어떤 할아버지가 부러운 듯 바라보았지. 우리를 보고 보기 참 좋다고 말씀해 주셨어. 그 분 세대에는 부자가 함께 목욕탕에서 장난을 치는 것은 엄두도 못 냈기 때문이야. 아빠랑 자주 목욕탕에 가자! 네가 좋아하는 계란, 식혜 매번 사 줄게.

 

어릴 때는 엄마를 더 좋아했었는데 일곱 살 때부터 아빠를 더 좋아해서 아빠의 기분을 하늘을 나는 것처럼 만들어 버린 가연이!

딸 키우는 재미를 만끽하게 해줘서 정말 고맙다.

동근이는 아빠가 술마시는 것을 싫어해서 잔소리를 하는데 아빠가 술마실 수도 있지라며 아빠를 이해하는 듯한 말을 해줄 때면 역시 아들보다는 딸이 공감능력이 더 낫다란 걸 학자들의 이론이 아니라 널 키우면서 생생하게 확인하게 된다.

어릴 때부터 체력이 좋아서 당차게 활동적인 너를 보면서 너무나 좋았다.

어린이집 선생님들이 가연이는 에너지가 펄펄 넘친다.”는 말을 자주 했었지. 초등학교 다니면서 태권도를 배우며 즐기는 네가 대견했다.

받아쓰기는 잘 못해도 표현력이 좋고 특히,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하는 가연이가 계속 그림 그리는 일을 즐기기를 아빠는 바란다.

오빠는 덩치가 커져서 이제는 아빠가 안아주기도 힘들지만 가연이는 아직 키도 작고 가벼워서 아빠는 힘닿는 데까지 너를 들어주는 놀이를 자주 해주고 싶다.

오빠에게 지지 않으려는 것은 둘째 아이의 특징이라서 당연하지만 가끔은 오빠를 배려해주길 바래. 오빠의 자존심을 세워주는 일과 오빠에게 먹을 것이든 장난감이든 가끔 양보하는 일은 가족 뿐 만아니라 모든 사람에게 꼭 필요한 일이니까.

요즘에 한참 놀다가 혹은 멀리 걷다가 집에 거의 다 올 때 쯤 힘들다며 보채는데 아빠가 안 업어줘서 서운했지. 미안하지만 그래도 아빠는 네가 끈기 있고, 참을성이 있는 사람이 되기를 바라기 때문에 그러는 것이니까, 아빠 미워하지 말고 아빠의 마음을 이해해 주었으면 좋겠어.

가연이는 시골이 좋다고 했지. 아빠도 그래. 그래서 아빠는 가연이와 시골에서 살고 싶은데 그게 쉽지가 않아서 무척 아쉬워. 지난 1월 달에 양평에 가서 아빠랑 눈썰매 탄 것 기억나지?

아빠는 너와 같이 노는 일이 무척 재미있고 기분이 좋단다. 앞으로도 자주 놀러 다니자. 아빠는 가연이가 요리사가 되었으면 좋겠어. 아빠의 욕심이겠지만 네가 커서 아빠를 위해 맛있는 요리를 해주면 얼마나 좋을까? 음식을 만드는 기쁨, 맛있는 음식을 사람들과 나누는 기쁨을 누리기를 바라는 마음 때문이란다. 하하! 방학을 만끽하며 즐기는 너를 보면서 개학해도 학교를 안 갔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가끔 든단다. 학교가 우리 아이들의 기쁨을 억누르는 것 같아 학교에 안가면 어떨까, 물었더니 학교에 가고 싶어라는 의외의 대답을 가연이가 했지. 학교생활과 친구를 만나는 일이 즐거우니 참으로 다행이다.

 

동근, 가연아!

엄마, 아빠가 너희 어릴 때도 자주 함께 여행을 했지만 너희가 초등학교에 입학하면서 방학 때마다 일주일 정도씩 꼭 재미있는 여행을 가자고 다짐을 했다.

그래서 작년 여름에도 지리산 노고단과 계곡, 남해 해수욕장, 남원 광한루 등을 여행했지. 작년 겨울 방학 때는 춘천 소양호, 속초 해수욕장, 태백 석탄 박물관, 영월 청령포, 고씨동굴 등을 여행했지. 그 전 여름 방학 때는 담양 소쇄원과 목포, 진도, 해남, 보성, 여수 등을 돌며 남해안 바닷가 해수욕장에서, 지리산 화엄사 계곡에서 신나게 수영을 했었지. 재미있게 놀았던 기억이 생생하게 떠오른다.

작년 가을에 두 번째 안동여행을 12일로 갔을 때 그 전 여행 때와는 다른 너희들의 모습을 보았다. 체력이 해가 갈수록 좋아지고 있다는 것을 말이야.

올해 겨울은 아빠는 화상도박경마장 싸움 때문에, 엄마는 용산 마을신문 만드는 일 때문에 그 약속을 못 지켰다. 미안해! 봄 방학 때는 짧게라도 꼭 멀리 여행을 가자고 다짐하고 있단다.

 

일주일 지나 곧 있으면 겨울방학이 끝나고 개학이다. 다시 아침마다 일찍 일어나 책가방을 들고 학교를 가야 하지만 며칠 후에는 또 즐거운 봄방학이라서 신나게 또 놀 수가 있지.

올해는 눈썰매장엘 한 번도 못 갔네. 많이 아쉽다. 겨울놀이 가운데 제일 신나는 게 눈썰매타기인데.

 

엄마와 아빠는 너희가 학원을 다니지 않고 학교에서 배우는 것으로 모두 채워지길 똑같이 바라고 있다. 방과 후 교육으로 마술, 클레이아트, 역사교실을 재밌게 하면 그 것으로 만족하거든.

중고등학교 가서도 너희들이 원하면 학원엘 안 보낼 생각이야. 시험 성적보다는 너희들이 좋아하는 것들을 많이 경험하고 배우도록 해주고 싶어. 그러니까, 시험 성적이 잘 못나오더라도 기분 나빠하지 말고 꿋꿋하길 바래. 알았지?

 

친구들과는 사이좋게 지내고 남을 괴롭히거나 깔보거나 그러지 않았으면 좋겠어. 자주 친구들 집에도 놀러 가고 우리 집에도 친구들을 자주 데려와서 노는 것을 보고 싶어. 아빠가 맛있는 것도 사주고 직접 음식도 만들어줄 테니까.

 

동근이가 4학년, 가연이가 3학년이 되면 이제 한 뼘 더 성장하겠지. 생각도 더 커지고 먹는 것도 더 많이 먹고. 노는 모습도 더 활달해지고 다양해 질 것이라고 기대된다.

 

자식을 키우는 일이 이렇게 행복한 것인지 느끼게 해주는 너희들이 아빠는 항상 고맙다.

엄마, 아빠의 잔소리는 너무나 당연한 것이니까 이해해주고 될 수 있으면 잔소리를 줄일 테니까, 혹시 쓸데없는 잔소리를 하면 우리도 알아, 걱정 하지마!”라고 반드시 말해주길 바래.

 

이것으로 아빠의 오늘 편지는 줄일께...

 

우리사랑! 영원히!

 

동근가연 아빠가. (2014120일 새벽에-보리아빠)